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이윤희 기자] 역사상 가장 위대한 투자자로 불리기도 했던 워런 버핏이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악재 속에서 체면을 구기고 있다. 전통적인 업종의 주식을 장기간 보유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내던 버핏이 변동장에서 기민하게 대처하지 못해 손실을 내고 있다는 평가다.

버크셔해서웨이가 내놓은 주주서한에 따르면 회사는 3월말 기준 1370억달러(약 165조원)의 사상 최대 현금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미국 항공주와 은행주를 매각했다.

코로나19 이후 주식이 폭락했던 1분기에도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지 않았다. 버핏은 "그만큼 매력적인 것을 아직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제든 큰 투자에 대한 준비는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도 다른 모습이다. 버핏은 당시 급락한 골드만삭스와 제너럴일렉트릭(GE) 주식을 대거 사들여 큰 수익을 거뒀다.

버핏은 "세상이 변했다. 미국인들이 지금 습관을 바꿨는지 모르겠지만 코로나가 장기화 되면 바꿀지는 모르겠다"면서 "항공산업은 셧다운으로 인해 우리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피해를 입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항공주를 샀을 때 매력적인 수익을 얻고 있었지만 결국 그 판단이 옳지 못하였다. 내가 사업을 잘못 본 것"이라고도 했다.

이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버크셔 해서웨이가 전날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보유한 골드만삭스 지분 가운데 총 1000만주 이상, 약 84%를 지난 3월 말 매각했다고 보도했다.

한 때 골드만삭스 최대주주였던 버크셔 해서웨이가 가진 골드만삭스 주식 수는 192만주로 줄었다. 회사는 JP모건체이스 지분도 약 3% 줄였고 미국 최대 규모 지방은행인 US뱅코프 주식 1630만달러(약 200억원) 어치를 팔아치웠다.

그러나 손절매 결정 이후 경기 회복 기대감으로 미국 증시에서 항공업계 주가와 은행주가 급등세를 보이면서 그의 명성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4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는 아메리칸 항공(AA)주가가 전일대비 41.10% 폭등해 1주당 16.7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골드만삭스의 주가도 연일 상승해 4일 기준 214.82달러로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되기 전인 지난 2월말 수준으로 회복했다.

버크셔해서웨이는 지난 1분기에 대규모 손실을 봤다. 연례 주주주총회에서 버크셔 해서웨이가 497억달러(약 60조600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며 항공주 등의 대규모 주식 평가손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버핏을 추종하던 '후배'들은 버핏과는 다른 투자방식을 택해 수익을 봤다. 지난달 28일 블룸버그통신 보도에 따르면 ‘리틀 버핏’이라고 불리던 헤지펀드 퍼싱스퀘어의 최고경영자(CEO)인 빌 애크먼도 버크셔해서웨이 주식을 모두 매각했다. 지난해 8월 벅셔해서웨이 B주에 투자했다. 당시 주가 기준으로 6억8800만달러어치를 매입했고 지분율로는 0.25%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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