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하이트진로 제공
[데일리한국 이윤희 기자] 최근 '코로나19 사태'에서도 주류주가 실적과 주가 수준을 유지하며 '경기방어주'로서의 면모를 드러내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정부가 주류산업 규제를 대폭 완화하기로 하면서 주류업계 주가가 추가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도 받고 있다.

코로나19 이후에도 주류 소비만은 줄지 않고 되려 늘었다. 지난 1분기 롯데마트에선 가정용 맥주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8% 늘었고, 소주(6.7%)·양주(4.2%)·와인(1%)의 판매도 함께 증가했다. 편의점 체인 씨유(CU)에서도 지난 3월 1~24일 주류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20%나 늘었다.

그렇다 해도 주류는 온라인 판매를 금지하고 있어, 사회적 거리 두기 등 외출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지속되면서 매출 급락은 불가피해 보였다.

하지만 정부가 병맥주와 소주 등을 배달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주류 규제 개선 방안 발표하면서 관련 주들이 다시 상승세를 탔다.

온라인 판매가 가능해지면 코로나19로 집에 발이 묶인 사람들의 온라인 주류 주문이 대폭 늘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실제로 닐슨 조사에 따르면 미국에서 4월 첫째 주 온라인 주류 판매는 전년 동기보다 387% 급증했다. 같은 기간 주류 판매가 26.2%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온라인 주류 판매가 훨씬 더 큰 폭으로 성장한 것이다.

국내 주류업체 점유율 2위인 하이트진로는 최근 ‘맥주 비수기’임에도 1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고 밝히면서 52주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지난 20일 하이트진로 주가는 전날보다 2.26% 상승한 3만6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증시급락기였던 지난 3월 2만1150원까지 떨어졌다가 불과 한 달 사이 71.2%나 급상승했다.

지난해 출시한 신제품 맥주 '테라'와 소주 '진로이즈백'을 내놓고 맥주와 소주 시장을 뒤흔든 하이트진로의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전년보다 26.2% 늘어난 5339억원이다. 시장 컨센서스(약 320억~450억원)를 크게 웃돌았다. 수익률이 높은 주류의 특성상 영업이익은 561억원이나 됐다. 전년도 42억원 적자에서 대폭 개선됐다.

특히 3월 중순 코로나19로 인한 우발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대손충당금 100억원을 설정했는데, 이를 감안하면 실제 영업이익은 600억~700억원 수준으로 1분기 최대 규모를 달성했다.

전체 맥주시장은 전년보다 14.4% 하락했지만 하이트진로 맥주 사업부는 46% 성장하는 기록을 냈다. 전체 소주시장은 2.3% 하락했지만 하이트진로 소주 사업부는 23% 성장했다. 특히 소주 시장점유율은 66%로, 전년보다 13%포인트나 높아지면서 전체 매출과 영업이익 증가를 모두 이끌었다.

하이트 진로 최근 6개월 주가 추이. 자료=구글 증권
최근에 다시 코로나19의 지역사회 감염이 문제가 되자 업소용 주류시장은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됐지만 하이트진로의 전망은 어둡지 않다.

이경신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22일 "(2분기가) 맥주 성수기 돌입 시기임을 감안할 때 가정용 시장에서의 시장지배력 추가 확대가 이익구조 개선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하이트진로의 경우 신제품의 시장안착 가속도가 지속되고 있으며 '필라이트' 등 가정용 시장 수요 대응용 제품 포트폴리오가 갖춰져 있는 등 악조건 속에서도 견고한 성장동력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손효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도 "코로나19 사태로 외부 활동은 위축됐으나 '테라', '진로이즈백' 제품의 수요는 가정용 부문에서 성장했다"고 평가했다.

하이트진로는 김인규 사장의 지휘 아래 일반 가정 등 소매채널을 강화해왔다. 늘어나는 '집술족'과 '혼술족'을 잡기 위해서였다. 음식점, 유흥업소 등 유흥시장을 제외한 백화점, 편의점, 할인점, 마트 등 소매 채널을 통한 가정용 맥주 판매는 맥주 시장의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 코로나19 이후 이같은 유통 채널 다각화 전략이 빛을 보게 된 것이다.

2분기는 맥주 성수기로 수요 회복이 빠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심지현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유흥채널 회복이 지연된다고 하더라도 여름 내에는 수요 회복이 시작될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1분기만큼의 서프라이즈는 아니더라도 2분기 역시 수요와 판매가 견조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국산맥주 시장 내 하이트진로의 시장점유율이 40%를 돌파했다"면서 "2분기에는 시장 수요 회복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판촉비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지만 향후 맥주시장 점유율 1위 달성 가능성을 감안한다면 여전히 저평가된 구간"이라고 평가했다.

심은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3월 말부터 ‘사회적 거리두기’가 본격화된 점을 감안하면 2분기 주류시장은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심 연구원은 "다만 우려했던 주류 시장 내 경쟁 심화 측면에서는 다소 긍정적"이라면서 "마케팅에 의존하기보다는 소비자의 선호에 의존하는 시장 상황이 예상되기에 ’테라’와 ’진로’의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상승 추세는 유효하다"고 봤다.

올해 전체 주류 사장의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보였지만 경쟁사가 주춤하는 사이 시장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맥주 소매시장 규모는 3조3172억원이었다. 1위 업체인 오비맥주는 매출 1조6467억원으로 점유율 49.6%를 기록했고, 하이트진로는 매출 8399억원을 기록, 점유율 25.3%로 2위를 차지했다.

증권가는 하이트진로의 실적 발표 이후 목표주가를 올려잡았다. 신한금융투자가 목표가를 3만9000원에서 4만6000원으로, 하이투자증권은 3만8000원에서 4만2000원으로, 키움증권은 4만원에서 4만8000원으로, 각각 상향 조정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