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적이고 높은 금리 투자자들 만족

금융지주는 BIS 자기자본비율 상승 효과 등의 이유로 발행

사진=견다희 기자
[데일리한국 견다희 기자] 국내외 금융시장 상황이 나빠지면서 타격을 입었던 신종자본증권(코코본드) 발행이 잇따르고 있다.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신종자본증권이 인기를 끌고 있다. 안정적이고 높은 금리가 메리트로 부각되면서 투자심리가 다시 살아나는 모습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는 지난 19일 총 3500억원 규모의 상각형 조건부자본증권(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기 위해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8150억원의 수요가 몰렸다.

5년 조기 중도상환옵션(콜옵션) 3000억원에 대한 수요는 7350억원으로 유효경쟁률은 2.45배였다. 500억원 규모의 10년 콜옵션은 800억원의 수요가 들어와 유효경쟁률 1.6배를 기록했다.

발행금리는 5년 콜옵션 연 3.2%, 10년 콜옵션 연 3.5%로 결정될 예정이다. 수요예측 공모희망금리 밴드는 5년 콜옵션이 3.00~3.70%였고, 10년 콜옵션은 3.10~3.80%였다.

상각형 조건부자본증권은 채권으로 분류되지만 만기가 없는 영구채 형태로 발행된다. 회계기준에서 자본으로 인정하는 금융상품이다. 배당형식의 이자비용 부담에도 금융지주들은 비은행 외형 확장을 위해 이를 주요 자본조달 수단 중 하나로 삼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투자자들의 눈높이를 맞출 수 있는 안정적이면서도 금리가 높은 채권이 최근 발행이 안 되다가 오랜만에 나와 흥행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특히 하나금융에서 금리밴드를 과거보다 높게 설정해 투자자를 유인할 수 있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나금융지주는 KB금융이 지난 4월 말 도전한 신종자본증권 발행에서 생각보다 수요가 많이 들어온 모습을 보고 신종자본증권 발행 시점을 결정했다.

지난 3~4월은 코로나19 확산과 국제유가 급락까지 더해지면서 시장 상황 변동성이 심했다. 투자뿐만 아니라 발행사도 신종자본증권에 대해 소극적이었다. 지난 2월 우리금융지주, DGB금융, BNK금융, 신한은행 등이 신종자본증권을 앞다퉈 내놨던 것과 비교되는 모습이다.

한동안 끊겼던 신종자본증권 발행이 재개되면서 투자자들이 안정적이면서도 고금리 매력을 가진 신종자본증권에 몰렸다. 코로나19와 국제유가가 회복권에 들어서는 듯 했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이 상존해 투자자들은 안심할 수 있으면서 만족할만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투자처가 필요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더불어 건전성 악화도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영향을 미쳤다.

신종자본증권은 BIS 자기자본비율과 이중레버리지비율 상승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어 후순위채보다 선호된다. 후순위채는 BIS비율 산정 때만 자본으로 인정되고 회계상으로는 부채로 올라간다.

올해 1분기 주요 금융지주의 BIS 자기자본비율은 지난해 말보다 소폭 하락했다. 향후에도 인수합병과 자사주 매각 등으로 BIS비율은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올해 1분기 KB·하나·우리금융지주의 BIS비율은 지난해 말 보다 각각 46bp, 15bp, 20bp 하락했다. 신한금융지주는 유일하게 20bp 올랐지만 이는 2018년 100bp 하락한 데 따른 기저효과다.

때문에 BIS 자기자본비율이 하락한 금융지주들이 BIS비율 관리를 위한 자구책으로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늘리는 측면도 없지않다.

업계 관계자는 “목적 없이 코코본드를 발행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면서 “최근 하나금융지주가 자본 확충을 목적으로 발행에 나선 것처럼 통상 자본적정성 방어가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금융지주가 발행하는 코코본드는 초우량 채권이지만 신용투자인 만큼 채무불이행, 신용등급하락, 스프레드 리스크가 존재한다”면서 “영업용순자본율(NCR), 수익성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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