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한 번 더 급락할 가능성도 있어 손실 위험 주의

금융당국, 공격적인 ELS 판매에 제동…발행액 총량제 카드 만지작

여의도 전경. 사진=견다희 기자
[데일리한국 견다희 기자] 글로벌 증시의 회복세를 틈타 국내 증권사들의 주가연계증권(ELS) 발행이 다시 늘어나고 있다. 증시가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자 증권사들은 연 10% 안팎의 높은 수익률을 내세워 투자자 공략에 나서고 있다.

반면 전문가들은 높은 투자 매력도 만큼 리스크도 커 투자 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14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이달 8일까지 국내 증권사들이 발행한 ELS 총액은 4조6372억원으로 집계됐다. 마진콜 사태가 일어난 3월(4조8090억원) 수준으로 올라온 것이다.

ELS는 주가지수 또는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한다. 해당 기초자산 가격이 사전에 정해진 조건을 충족할 경우 약정 수익률을 적용하고 조건 미충족 시 손실이 발생하는 금융투자상품이다. 통상 증시 반등 시점에 ELS 발행이 증가한다.

지난 두 달 간 ELS 발행 규모가 저조했던 이유는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경기 둔화 우려에 국내외 증시가 급락하면서 증권사들이 신규 상품 발행을 줄였기 때문이다.

주춤했던 ELS 시장은 증권사들이 고수익률을 내세운 ELS 상품들을 연이어 선보이며 다시 활기를 찾고 있다.

지난달 NH투자증권이 발행한 연 9.5% 수익률 ELS는 300억원 공모에 투자금이 2000억원 가량 몰려 6.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상품은 S&P500, 유로스톡스50, 코스피200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다. 기존 ELS 녹인(know-in)이 기초자산의 50~55% 이하 수준인데 이 상품의 녹인은 45% 이하로 낮아 손실 위험 부담이 덜할 것이란 기대감에 투자자가 대거 몰린 것이다.

미래에셋대우도 11일부터 유로스톡스50, 코스피200, S&P500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연 12% 수익률의 ELS를 공모한다. 신한금융투자도 이날 삼성전자와 넷플릭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연 12% 수익률 ELS를 모집할 계획이다.

NH투자증권은 아마존과 엔비디아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연 14% 수익률 ELS를 내놓는다. 삼성증권도 S&P500, 유럽스톡스50,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연 11.4%의 수익률을 기대하는 ELS를 모집했다.

키움증권은 S&P500, 테슬라, 삼성전자 등을 대표적인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를 선보였다. 키움증권이 내놓은 ‘뉴글로벌100조 제49회 ELS’의 목표수익률은 연 30%에 이른다. KB증권도 삼성전자와 네이버 보통주를 기초자산으로 연 17.0%의 고수익을 제공하는 ELS를 선보였다.

투자자들은 고수익 ELS 상품을 반기는 분위기다. 통상 증시가 하락한 뒤 반등하는 시점에는 ELS 발행이 증가한다. 증시가 하락한 뒤에는 상대적으로 손실 확정 구간이 하향 조정돼 손실 가능성이 낮아지고 수익률 확정 가능성은 커졌다는 판단에서다.

전문가들은 증시가 완전히 반등세로 돌아선 것이 아니기 때문에 손실 위험을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코로나19가 본격화한 2~3월보다는 국내외 증시가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2차 하락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코로나 2차 확산이나 2~3분기 실적 충격에 따라 증시가 한 번 더 급락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손실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증권사들의 공격적인 ELS 판매에 제동을 걸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들이 리스크에 대한 대책 마련보다 수익성 추구에 집중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일각에선 금융당국이 증권사의 ELS 헤지 운용에 대한 규제를 강구하는 중에 '증권사별 ELS 발행액 총량제'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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