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딩금융 경쟁 새 장 열리나…오렌지 품은 ‘신한’ VS 푸르덴셜 품은 ‘KB’

[데일리한국 이혜현 기자] 4대 금융지주사들이 은행 중심의 수익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추진하는 비은행 계열사 M&A가 향후 금융권 판도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고 있다.

리딩금융 왕좌를 두고 신한금융그룹과 치열하게 경쟁중인 KB금융그룹은 지난달 푸르덴셜생명 인수에 성공했다. 2018년 오렌지라이프 인수에 성공한 신한금융의 경우 오렌지라이프 실적이 그룹 실적에 모두 편입돼 리딩금융 수성에 기여했다.

반면 KB금융은 보험, 카드, 증권 등 비은행 계열사 수익이 신한금융에 뒤처지며 지난해 이어 올해 1분기에도 리딩금융 경쟁에서 고배를 마셨다.

비은행부문 포트폴리오 강화가 시급한 KB금융이 알짜 생명보험사로 꼽히는 푸르덴셜생명을 2265억원에 인수하면서 향후 리딩금융 경쟁을 넘어 업계 판도변화를 주도할 수 있을 지가 관전포인트다.

푸르덴셜생명 인수로 KB금융의 보험자회사 합산순이익은 400억원에 근접해 그룹 내 비이자이익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지영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14일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기 침체 전망 및 글로벌 기준금리 인하 등으로 국내 생보사 밸류에이션이 많이 낮아진 상황에서, 인수가격은 다소 높지만 과거 푸르덴셜생명의 자기자본이익률(ROE) 및 지급여력비율(RBC)을 고려하면 경쟁사보다 우수한 편이고 영업력도 경쟁력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푸르덴셜생명 생명보험의 종신연금 경쟁력을 바탕으로 자산관리 시장에서 성장과 앞으로 KB금융그룹 자회사들과의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푸르덴셜생명과 KB생명이 완전합병까지 최소 1년이 걸릴 것이고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를 얼마나 낼지 미지수여서 낙관하긴 이르다는 전망도 있다.

3,4위 경쟁을 벌이고 있는 하나금융그룹과 우리금융그룹도 비은행 계열사 M&A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오는 2025년까지 비은행 부문 이익 비중을 30%까지 확대한다는 경영전략을 밝힌 하나금융은 더케이손해보험을 14번째 자회사로 편입했다.

하나금융은 인구 고령화와 비대면 시대의 도래 등 금융시장의 환경 변화에 대응해 더케이손보를 디지털 종합손해보험사로 성장시킨다는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손보 업황이 갈수록 악화되는 상황에서 새로운 수익모델을 성공적으로 구축할 수 있는지에 달려있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더케이손보의 지난해 순손실은 445억원으로 전년(순손실 105억원)보다 적자폭이 크게 확대됐다.

더케이손보의 지난해 4분기 기준 지급여력비율(RBC)은 127.67%로 같은해 2분기보다 57.35%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금감원 권고치(100%)에 못 미치는 수치다.

하나금융은 더케이손보의 조기 사업 정상화 및 경쟁력 강화 추진을 위해 지난 3월부터 내부적으로 인수단 태스크포스 구축을 통한 새로운 전략 방향을 수립 중에 있다.

하나금융은 인구 고령화와 언택트 시대의 도래 등 금융시장의 환경 변화에 대응해 더케이손보를 디지털 종합손해보험사로 성장시켜 종합금융서비스 제공 등 그룹 관계사들과의 다각적인 금융시너지도 창출해 나갈 계획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기존의 전통적인 보험시장에서 규모의 경제 확보를 위한 단순 경쟁에서 벗어나 급변하는 디지털 시대에 대비한 새로운 방식의 금융서비스 제공과 금융상품의 제조, 공급 기반 시너지 확대의 교두보로 더케이손해보험을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리금융도 금감원으로부터 내부등급법 승인을 받으면 적극적으로 M&A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내부등급법이 적용되면 우리금융의 국제결제은행(BIS) 자본비율은 높아진다. 현재 표준등급법이 적용되는 우리금융의 BIS비율은 11.89%이지만 내부등급법을 적용하면 BIS비율이 최대 2%포인트까지 상승한다.

이 경우 우리금융은 자본 여력이 확대돼 대형 M&A에 적극 나설 수 있는 토대가 형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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