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자금조달로 유동성 확보…최악의 상황 대비한 보수적 발행

비우량급 채권 거래시장은 여전히 위축

출처=금융감독원
[데일리한국 견다희 기자] 국내 금융시장이 정부 시장안정화 조치로 다소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자금조달을 연기한 국내 기업들도 다시 회사채 시장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이들 기업들은 신용등급 우량기업들로 유동성 위기에 대한 대비로 풀이된다. 반면 기업실적에 대한 경계감이 이어지면서 비우량 채권 거래시장은 여전히 위축돼 있다.

우량채권과 비우량채권과의 명암이 확실하게 엇갈리고 있다. 이 같은 온도차는 채권안정펀드(이하 채안펀드) 시장 개입 이후에 생긴 일이다. 일각에서는 우량기업들의 현금 확보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고 있다.

13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AA-’ 등급 이상 회사채 발행량은 지난 3월 1조8000억원에서 지난달 4조8000억원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기업어음(CP) 가산금리는 지난달 8일 143.5bp(1bp=0.01%P)에서 같은 달 29일 126.9bp로 축소됐다.

지난달 회사채를 발행한 곳은 롯데칠성음료(AA-·3000억원), 기아자동차(AA·6000억원), SK에너지(AA+·5500억원) 등이다. 이들은 차환이 아닌 운전자금까지 고려해 보수적으로 자금을 조달했다. 이는 글로벌 셧다운과 소비절벽을 버티기 위한 현금 확보로 풀이된다.

이달에도 회사채 발행 계획을 무기한 연기한 대림산업(AA-)이 최근 조달 일정을 구체화하고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이달말 수요예측을 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LG상사(AA-), LIG넥스원(AA-), 한국서부발전(AAA), 포스코인터내셔널(AA-) 등 다수 신용 우량기업들이 회사채 수요예측과 발행을 앞두고 있다.

반면 A등급 회사채 순 발행액은 3월 말 2948억원으로 집계됐지만 지난달 말에는 마이너스 7640억원으로 나타났다. 회사채 발행이 어려워지면서 기존 순발행기조에서 불가피하게 순상환기조로 돌아선 셈이다.

이 같은 양극화가 나타난 것은 채안펀드 운영 이후다. 채안펀드 대상인 우량급은 발행 호조가 이어지고 있다. 반면 비우량급은 채안펀드 대상이 아니라는 점에서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발행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12일 금융리스크 대응반 회의에서 “정부는 한국은행 등과 공동으로 낮은 신용등급 회사채와 CP까지 매입하기 위한 특수목적 기구를 설립하는 등 추가적 보완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금융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해 시중에 자금흐름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구체적인 매입 계획이나 일정 등은 미정이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기업들 실적이 나빠지면서 신용등급 강등에 따른 채권값 하락 우려가 높아 비우량급에 대한 투자심리는 냉랭하다”면서 “A급 비우량 기업들도 발행 물량을 줄이고 증권사 리테일 수요와 산업은행 인수를 통해 활로를 찾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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