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평사들, 보험사 신용등급 하향조정 잇따라

채권시장 인기도 시들어…자본 확충 계획 미루기로

사진=유토이미지
[데일리한국 최성수 기자]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자본 확충을 해야 하는 보험업계에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신용평가사들이 업황 악화 등을 이유로 보험사들에 대해 부정적인 신용등급 평가를 내놓고 있어서다. 또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채권시장이 얼어붙고 있는 것도 보험사들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12일 금융계에 따르면 한국기업평가(한기평)는 지난달 28일 농협생명의 보험금지급능력평가(IFSR)와 무보증후순위사채 신용등급을 낮췄다. IFSR 신용등급은 AAA(부정적)에서 AA+(안정적)으로, 무보증후순위사채 신용등급은 AA+(부정적)에서 AA(안정적)으로 각각 한 단계씩 낮췄다.

한기평은 농협생명 신용등급 하향조정에 대한 근거로 △수익성 개선이 지연되는 점 △지급여력비율(RBC) 관리 및 보험부채적정성평가제도(LAT) 대응 부담이 지속되는 점 등을 들었다.

한기평측은 “농협생명은 2018년 대규모 손실 이후 수익성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며 “지난해에는 시장금리 하락과 헤지비용 부담으로 인해 운용자산이익률이 2%대에 머물렀고, 손해율 상승 역시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총자산세전이익률이 0.1%에 그쳤다”고 평가했다.

한기평은 최근 한화생명에 대해서도 등급전망을 낮췄다. 한기평은 한화생명의 신용등급과 신종자본증권 신용등급은 각각 AAA, AA로 유지하되, 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농협생명과 마찬가지로 수익성 개선 지연과 LAT 등 규제대웅 부담을 이유로 들었다. 한국신용평가도 한화생명의 보험금 지급능력평가와 신종자본증권 신용등급을 각각 AAA, AA로 유지하는 대신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도 지난달 말 교보생명의 보험금지급능력평가 신용등급과 후순위 자본증권의 신용등급을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조정했다. 교보생명도 저금리기조에 따른 수익성 부담과 코로나19로 인한 충격이 등급 전망 하향 이유였다.

이처럼 신용평가사들이 보험사들에 대해 부정적인 신용등급 평가를 내놓음에 따라 대한 자본확충에 대한 보험사들의 부담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사들은 2023년에 도입될 예정인 IFRS17에 대비하기 위해 자본 확충을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IFRS17 제도 하에서는 현행 원가 기준인 보험사의 부채 평가 방식이 시가 기준으로 변경된다. 시가로 평가할 경우 초저금리 상황에서는 보험사의 부채가 크게 늘어날 수 있어 보험사들은 자본 확충을 통해 재무건정성을 미리 강화해야 한다.

보험사들이 자본 확충을 위해 주로 사용하는 수단은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권 발행이다. 그런데 신용등급이 낮아지면 이같은 방식이 시장에서 인기를 끌지 못한다. 발행에 성공해도 금리가 높아지기 마련이다. 자금 조달비용이 늘어난다는 얘기다.

코로나19 여파로 채권시장 인기가 떨어지는 것도 문제다. 롯데손해보험은 최근 후순위채 수요확보에 실패했다. 롯데손보는 지난 7일 9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했는데 기관 투자자에는 500억원 규모만 배정됐다. 매각되지 않은 나머지 물량은 주관사인 메리츠증권이 인수했다.

채권 시장 흥행의 어려움을 이유로 채권 발행을 계획보다 연기하는 보험사들도 생기고 있다.

동양생명은 올 상반기에 계획했던 3억달러 규모의 해외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하반기로 미뤘다.

신한생명은 이사회를 열고 3000억원 이내의 국내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기로 결정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하지 못했다. 신한생명 관계자는 “자본 확충 계획에 따라 이사회 승인은 받아놨지만 아직 언제할지는 미정”이라면서 “채권시장금리가 좋지 않아서 여러 가지 상황을 보고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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