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도 카카오는 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이윤희 기자] 카카오의 주가가 연일 신고가를 갈아치우며 ‘고공행진’ 중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도 주목받는 대표적인 언택트(비대면)주(株)로 꼽힐 뿐 아니라 실적으로 이를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올해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카카오의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22.9% 증가한 8684억원, 영업이익은 218.9% 급증한 882억원이었다. 카카오 창립 이후 분기별 매출·영업이익 역대 최대 기록이다.

1분기 카카오의 영업이익률은 10.2%였다. 카카오가 두자릿수 영업이익률(분기)을 기록한 건 2015년 이후 5년 만이다. 코로나 악재 속에서도 비대면 서비스 매출 증가, 광고 사업이 성장한 덕분이었다.

카카오의 최근 6개월 주가 추이
실적 소식이 전해진 7일 카카오는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이날 카카오는 전날보다 3.26% 상승한 20만60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장중 한때엔 20만7500원으로 신고가를 찍었다.

카카오의 주가는 지난 3월 19일보다 60% 이상 반등했다. 이는 다음과 합병 후 2017년 10월 코스피에 상장된 이후로 사상 최고가다.

투자자별 매매 동향을 보면 외국인과 기관을 중심으로 매수세가 두드러졌다. 외국인과 기관은 4월 13일부터 이달까지 각각 1401억원, 520억원을 순매수했다.

7일 기준 카카오의 시가총액은 17조9132억원으로 코스피 12위를 기록해, SK텔레콤(13위, 16조7144억원)을 앞질렀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전세계 산업이 전방위적 위기 상황에 처했지만, 카카오의 사정은 달랐다. 재택근무와 온라인 개학 등으로 비대면 상황이 일상화되면서 뜻밖의 수혜를 본 것이다.

1분기 국내 카카오톡 월간활성이용자(MAU)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1만명, 작년 4분기보다 33만명 늘어난 4519만명을 기록했다.

여민수 공동대표는 1분기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콜(전화 회의)에서 "이번 분기 판데믹(전염병 대유행)으로 직접적인 대면 소통이 어려워지며 카카오톡을 통한 이용자들의 소통은 더욱 활발히 이뤄졌다"고 말했다.

여 대표는 "코로나19가 정점에 달했던 2월 말에는 채팅탭 이용 시간이 주간 최고치를 경신했고 수·발신 메시지량도 보다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카카오톡 사용자 증가 말고도 e커머스, 인터넷 콘텐츠, 결제 사업 등의 산업은 비대면 시대를 맞아 더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이 진정된 이후에도 카카오는 이 같은 트렌드의 혜택을 입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매출을 보면 카카오톡 선물하기 등을 통한 커머스 전체 거래대금이 전년 같은기간보다 55% 늘어났다. 카카오페이 1분기 거래액은 14조3000억원으로 전년 같은기간보다 39% 증가했다. 카카오증권 계좌 가입자 수는 10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특히 카카오의 이번 깜짝 실적은 ‘커머스’ 매출 증가와 함께 ‘톡비즈’(카카오톡 기반 광고) 매출 덕분이었다. 지난해 도입한 카톡 대화목록 광고인 ‘톡보드’는 3000곳 이상 광고주를 확보했고 하루 평균 5억원 이상 매출 올리고 있다.

카카오 측에 따르면 톡보드의 일평균 매출은 비수기와 코로나19 영향으로 올해 1·2월은 작년 12월보다 줄었으나 3월부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1분기 톡보드 매출은 최고 성수기인 작년 4분기 수준을 회복했다.

올해 1분기에 포털 광고 등 ‘포털비즈’ 매출은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8% 줄어든 1166억원이었지만, 온라인 판매자들이 주로 찾는 톡비즈 매출은 오히려 신규 광고주가 늘며 전년 같은기간보다 77% 증가한 224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외출 자제 분위기 때문에 쇼핑도 카카오톡을 이용하는 사람도 늘었다. 선물하기, 톡스토어, 메이커스 등 카카오커머스의 1분기 전체 거래액은 작년 동기 대비 55% 급증했다.

집에서의 시간을 즐기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웹툰·게임·뮤직 등에 대한 수요도 크게 늘었다. 콘텐츠 부문 매출은 426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8% 뛰었다.

유료 콘텐츠 매출은 글로벌 거래액 확대로 같은 기간 30% 성장한 970억원으로 집계됐다. 1분기 유료 콘텐츠 부문의 글로벌 플랫폼 거래액은 51% 늘었고, 특히 일본 내 웹툰 서비스인 픽코마는 분기마다 거래액이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증가하며 유료 콘텐츠 부문 매출 상승에 기여했다. 카카오는 올해 하반기에 해외 콘텐츠 거래액 비중이 국내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카카오택시, 대리운전 등 모빌리티 부문은 뒷걸음친 것으로 나타났다.

여민수(왼쪽)·조수용 카카오 공동대표. 사진=카카오 제공
증권가에선 목표주가를 올리는 등 카카오를 재평가하고 있다.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뛰어넘어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한 E-비즈니스 플랫폼으로 성장했다는 평가다.

IBK투자증권은 목표주가를 19만원에서 24만원으로 대폭 상향했다. 이승훈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이후 카카오의 서비스들에서 전반적으로 트래픽이 증가하고 이커머스, 디지털콘텐츠로 신규 이용자가 다수 유입됐다"고 말했다. 그는 "영업 레버리지 효과가 높은 톡보드 광고 사업이 아직 시작단계이기 때문에 2021년까지 광고주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실적 개선 가능성이 높다"면서 "톡보드 광고 사업이 안정화되는 2021년까지 높은 밸류에이션이 유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승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3분기 연속 서프라이즈라는 실적으로도 볼 수 있듯이 광고, 커머스, 유료 컨텐츠 등 주력 서비스 성장이 견조하고, 카카오톡 기반의 높은 트래픽과 연결된 신규 비즈니스의 턴어라운드 등 전 부문에 걸쳐 펀더멘털 개선이 진행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2분기 광고수요에 대한 우려는 상존하나 톡보드의 성장이 회복되며 실적은 견조한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면서 "중장기적으로 경기회복이 시작될 경우 광고 등 대기수요가 큰 만큼 두드러진 성과를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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