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와 사업구조 특성상 금융회사 안고 사업지주회사 형태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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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한국 견다희 기자] 한국기업평가는 삼성·현대차·한화그룹이 지주회사 체제 전환의 압박 속에서도 금융회사를 안고 가는 사업지주회사 형태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자산총액 기준 10대 기업집단 중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지 않은 곳은 삼성·현대차·한화그룹 3곳이다. 세 그룹은 금융회사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과 아직 경영승계과정이 진행중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 삼성그룹, 삼성전자에 대한 낮은 지배력

삼성그룹은 총수일가가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 주력 3개사를 통해 나머지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삼성그룹 지배구조. 사진=한국기업평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014년 이후 실질적으로 그룹을 통할하고 있다. 그러나 이 부회장은 주력 3사 중 삼성물산에 대해서만 최대주주(17.1%) 지위를 확보하고 있을 뿐이다. 여전히 이건희 회장이 삼성생명(20.8%)과 삼성전자(4.2%)의 최대주주다. 삼성물산이 보유한 5.0% 지분과 더불어 삼성생명이 보유한 8.5% 지분, 삼성화재가 보유한 1.5% 지분이 삼성전자 지배력의 핵심을 이루고 있다.

삼성생명은 삼성화재·삼성증권·삼성카드·삼성자산운용 등의 최대주주로 삼성그룹 내 금융부문의 실질적인 지주회사다. 삼성생명은 삼성중공업(3.3%)·호텔신라(7.7%)·에스원(5.4%)·삼성경제연구소(14.8%) 등 비금융계열사 지분도 상당 부분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에 대한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21.2%에 불과하다. 28일 기준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296조3997억원으로 단일 세력이 현재 최대주주보다 높은 지분율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복수의 세력이 연합하면 최근 한진칼 사례처럼 경영권에 위협을 주는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때문에 이 부회장이 그룹에 대한 완전한 경영권 확보하기 위해서는 상속·증여·매입 등을 통해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지분을 추가로 얻어야 한다.

◇ 현대차그룹, 주력 자동차사업 위해 금융사 보유 필수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사진=한국기업평가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의 순환출자 고리를 중심으로 지배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다른 계열사들의 지배지분을 보유한 그룹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주력사업인 자동차사업을 안정적으로 하려면 금융회사 보유가 필수다. 자동차는 고가 제품으로 현금을 일시에 내는 것보다 할부·대출·리스 등 금융서비스 이용이 보편적이다. 은행과 신용카드사도 이용가능하지만 자동차 메이커의 전속금융회사를 이용하는 것이 접근성과 편리성 측면에서 유리하다.

더불어 전속금융회사를 통해 할부금리·선수금 등 판매 조건 다양화를 일종의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금융서비스를 통해 창출되는 부가가치도 내재화할 수 있다. 또한 전속금융회사는 부가서비스 등을 통해 자동차 메이커에 대한 고객 충성도를 높여 재구매를 유도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

주요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는 자국과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에 전속금융회사를 보유하고 있듯 현대차그룹 역시 현대캐피탈과 현대캐피탈아메리카 등 전속금융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 한화그룹, 복잡한 지분 구조·높은 금융 비중

한화그룹 지배구조. 사진=한국기업평가
한화그룹은 사업지주회사인 ㈜한화를 정점으로 일부 주력사들이 여타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는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다.

한화솔루션·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호생명보험 등 주요 계열사들의 지분을 ㈜한화가 보유하고 나머지 계열사 지분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상당수 금융계열사 지분을 다수의 비금융계열사가 나눠 보유하고 있는 등 계열사 간 지분구조가 복잡하다.

한화생명과 한화저축은행의 최대주주는 한화건설이다. ㈜한화·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한화글로벌에셋·한화호텔엔드리조트·한화테크엠 등도 한화생명과 한화저축은행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한화투자증권 최대주주는 금융회사인 한화자산운용이지만 한화글로벌에셋 등 비금융계열사들이 보다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그룹에서 금융부문이 차지하는 비중도 높다. 한화그룹 금융부문이 공정장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5%다. 10대 기업집단 중 금융그룹인 농협(74.4%)을 제외하고 가장 높다. 금융부문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41.2%로 농협(70.5%)을 제외하고 가장 높다.

삼성그룹과 한화그룹 관계자는 "지배구조 개편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 측은 "지난해 지배구조 개편을 진행하다 보류하고 있는 상황이라 향후 어떻게 진행될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신규 순환출자 금지 △지주회사 설립 관련 과세특례 2021년말 종료 △지주회사 공시의무 강화 △자회사 지분율 상향 유도 세법 개편 △중간금융지주회사 제도 무산 △금융그룹 감독제도 강화 등 지주회사와 금융그룹 관련 제도 개편으로 지주체제 전환을 압박하고 있다.

지배구조 관련 이슈에 대한 해결 방안의 하나로 다른 기업집단들이 선택한 것과 같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지만 각 사의 지배구조와 사업 특성상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분석된다.

유준기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29일 “삼성물산·현대모비스·㈜한화 등을 인적분할해 투자부문을 지주회사로 전환하고 사업부문을 현물출자해 지주회사로 전환할 수 있다”면서 “그러면 현대차그룹은 순환출자고리를 해소할 수 있고 한화그룹도 지배구조를 단순화하고 3형제의 지배력을 높일 수 있지만 3그룹 모두 금융회사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있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 가능성은 매우 낮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금융회사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공정거래법상 사업지주회사를 활용하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라면서 “지주회사 역할을 하지만 자회사 지분가치가 총자산의 50%를 넘지 않도록 유지해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로 지정되지 않는 방법으로 수입배당금에 대한 익금불산입률에 있어 특례를 받지 못하지만 자회사 지분율 하한, 금융회사 보유 금지 등 지주회사 관련 규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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