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자산유동화증권 차환 발행에 실패시 유동성 압박

부동산PF 메리츠증권 2조3000억원으로 가장 많아, 삼성증권은 1조9000억원

자료=한국예탁결제원
[데일리한국 견다희 기자] 증권사들이 큰 수입원 중 하나인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증권(ABS·ABCP·ABSTB)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부동산 경기가 둔화된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여기에 PF 대출 부실 가능성까지 커지면서 증권사의 유동성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28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4월 초 기준 3개월 안에 만기가 도래하는 부동산 PF는 23조4000억원 가량이다. 통상 PF는 3개월마다 만기연장(롤오버)된다.

부동산 PF는 증권사가 PF유동화증권에 채무보증을 서주고 신용을 보강·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말한다. 증권사는 채무보증을 서주고 2~4%대 수수료를 받는다. 이처럼 높은 수수료를 받는 이유는 PF유동화증권이 팔리지 않을시 증권사가 이를 매입하기 때문이다.

2010년 저축은행 사태 이후 증권사들은 부동산 PF 시행사들의 대출 채권을 담보 삼아 ABCP와 ABSTB를 적극 발행했다. 이는 주 수입원으로 자리 잡았다. 금융위원회가 ‘PF 관련 채무보증·대출을 관리하라’고 메시지를 보냈을 정도다.

짧은 기간에 4~5%대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는 부동산 PF는 투자자들에게도 인기가 높았다.

그러나 최근 부동산 PF를 찾는 투자자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부동산 PF도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국내 23곳 증권사 중 4월 신규 부동산 PF를 발행한 곳은 ‘제로’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금리변동성 확대로 기관투자자들도 유동성 확보를 위해 돈을 풀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 증시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유동자금이 증시로 몰려 상대적으로 부동산 PF에 대한 수요가 감소한 탓도 크다. 코로나19로 부동산 시장의 열기가 식어지면서 매매가 이뤄지지 않고 만기 연장도 어려워졌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영향보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근본적인 요인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부동산 PF는 대부분 분양대금을 통해 회수가 이뤄진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 침체로 분양률 하락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면서 한시적 수요 위축이 아닐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시장에서 수요가 많을 때는 수시로 발행해 차환하는데 문제가 없다. 그러나 수요가 줄면 증권사들이 약정에 따라 상당수 물량을 떠안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실제 지난달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만기가 도래한 ABSTB 차환 발행에 실패하면서 수백억원을 사들였다.

4월 만기가 도래하는 부동산 PF 발행잔액만 13조7000억원이다. 5월과 6월에도 각각 발행잔액 8조9000억원, 6조8000억원 규모의 만기가 돌아온다.

국내 초대형IB 중 부동산 PF 위험노출이 가장 큰 곳은 메리츠증권(2조3000억원)이다. 삼성증권은 1조9000억원, KB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각각 1조5000억원, 미래에셋대우과 NH투자증권도 약 8000억원 수준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이 점점 나빠질 것이라는 우려에 증권사들도 PF 투자를 줄이고 있다”면서 “최근 시장에서 잘 팔리지 않아 증권사들이 채무보증 형태로 떠안고 있어 유동성 위험성이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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