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지원자금 상환 미지수...4~5월 1조5000억원 부동산PF 어음 만기 도래

사진=각 사 제공
[데일리한국 견다희 기자] KB증권이 아시아나항공 ‘매각 딜(deal)’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은 올 초 차입금 상환과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아시아나항공에 자금을 지원했다.

당시 HDC현대산업개발(이하 HDC현산)과 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지가 강했다. 때문에 KB증권은 단기 자금을 투입해도 빠른 회수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했다. KB증권이 지원한 자금규모는 총 2000억원 가량으로 브릿지론(단기자금대출) 1000억원, 기업어음(CP) 1000억원이다.

또한 KB증권은 HDC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자금 마련을 위한 3200억원 규모의 잔액인수 방식의 유상증자도 주관하면서 힘을 보탰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아시아나항공의 주가가 폭락하는 등 인수하는 과정에서 ‘난기류’를 만났다. HDC현산은 인수가격 적정성을 문제 삼고 채권단·아시아나항공·산업은행에 재협상 의지를 강하게 내비췄다. 이에 당초 예정된 6월 인수계약 완료도 불확실해졌다.

아시아나항공도 매각이 지연되면서 회사 정상화를 위해 지난해 산업은행(이하 산은)과 수출입은행(이하 수은)으로부터 지원받은 1조6000억원의 자금 상환이 발목을 잡았다.

당초 HDC현산은 미국·중국 등 해외 6개국으로부터 기업 결합 승인을 받으면 아시아나항공의 1조470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해 산은과 수은에서 빌린 차입금 1조7000억원을 갚고 3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해 남은 인수대금을 모두 낼 계획이었다.

그러나 HDC현산은 이달 말로 예정된 아시아나항공 인수대금 납부를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HDC현산은 러시아를 제외한 5개국으로부터 기업결합 승인을 받았지만 유상증자를 비롯한 후속 절차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이에 산은과 수은은 아시아나항공에 1조7000억원을 긴급 수혈하면서 추가 지원에 나섰다. 일각에서는 두 은행의 추가 자금 지원이 HDC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포기 가능성을 의식한 결과라는 목소리가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운명이 HDC현산의 손에 넘어가면서 KB증권도 함께 발목 잡힌 셈이다.

KB증권은 코로나19 여파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5분기 만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 영업손실은 208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1176억원)에는 실적이 좋았으나 올 1분기에 적자로 돌아선 것으로 잠정 공시했다. 매출은 5조2454억원으로 전년 1분기보다 108.77% 증가했지만 순손실은 147억원 적자다.

지난 8일에는 무디스가 KB증권을 신용등급 하향조정 검토 대상에 올렸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글로벌과 국내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가 수익성·자본적정성·자금조달과 유동성을 압박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유동성 리스크 대응은 KB증권에게 중요한 문제가 됐다. 주가연계증권(ELS)부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유동화증권까지 풀어야 할 과제가 많기 때문이다.

KB증권이 보유한 ELS 발행잔액은 6조455억원이다. 자기자본인 4조6203억원의 128% 가량이다. 지난해 KB증권 자기자본 대비 ELS 자체 헤지 비중은 53% 수준이다. ELS 자체헤지 잔액은 3조원 수준이다. 조기상환 지연으로 지속적인 헤지 비용이 발생했고 신규 ELS 발행 중단으로 판매수익이 감소한 탓이다.

ELS 발행잔액이 크면 ELS 자체헤지에 따른 추가 증거금(마진콜)을 마련해야하기 때문에 KB증권에게는 큰 부담이다. 올해 1분기 KB증권의 자체헤지로 인한 손실액은 480억원가량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도 유동성 리스크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 4월과 5월에 약 1조5000억원 규모의 만기가 도래하는 부동산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도 있다. 자기 자본의 약 40% 수준으로 규모는 크지 않지만 투자 심리가 위축된 국내외 부동산 재판매(셀다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더구나 증권사는 매일 돌아오는 PF관련 유동화 증권의 규모만 수백억원에서 많게는 수천억원에 이른다.

실제 지난달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부동산 PF 차환발행에 실패하면서 자체 자금으로 매입했다. KB증권도 만기가 도래하는 부동산 PF ABCP의 차환 발행에 실패할 경우 상당수의 물량을 떠안아야 한다. 여기에 정부가 발표한 시장안정화 정책에 PF ABCP 등 단기유동화 증권은 포함되지 않았다.

KB증권은 유동성 안정화에 대한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산은과 수은의 추가 지원 등을 고려하면 KB증권이 돈을 못 받을 가능성은 낮다”면서 “여러가지 리스크들이 한 시기에 몰리면 유동성 리스크의 가능성이 있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당초 계획한 시점에 돈이 들어와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KB증권 관계자는 "적자전환에 대해서는 모두 우발채무로 잡았기 때문"이라면서 "그동안 유동성 리스크 관리를 잘해 왔기 때문에 이정도 수준은 문제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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