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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한국 이윤희 기자] 국제 유가의 역사적인 폭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 유가'를 기록한 5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에 이어 6월물 WTI는 장중엔 한 자릿수대로 떨어졌고, 북해산 브렌트유는 20달러 선이 무너졌다.

21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6월 인도분 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43.4%(8.86달러) 하락한 11.5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70% 가까이 밀리면서 6.50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7월물 WTI 역시 26달러에서 18달러로 밀려났다. 만기일(21일)이 다가온 5월물 WTI가 '선물 만기 변수'로 전날 사상 처음 '마이너스'를 기록하기는 했지만 차월물(6월물)은 대체로 20달러 안팎으로 유지되지 않겠느냐는 시장의 기대감이 빗나간 것.

상대적으로 가격 지지력을 보였던 브렌트유도 20달러 선이 무너졌다. 이날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6월물 브렌트유는 오후 4시30분 현재 22.49%(5.75달러) 하락한 19.82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장중 17달러 선까지 밀렸다가 다소 낙폭을 되찾았다. 이는 2001년 12월 이후로 18년여만에 최저치다.

국제 유가의 '벤치마크'로 꼽히는 북해산 브렌트유가 10달러대로 떨어진 것은 미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 전반적으로 공급과잉이 심각하다는 뜻이다.

전날 '-37달러'라는 기록적인 수준으로 떨어졌던 5월물 WTI는 이날 47.64달러 뛰어오른 10.01달러로 마지막 날 거래를 마쳤다.

이날 6월물 WTI는 200만건 이상 계약됐지만, 5월물 거래는 약 1만건에 그쳤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 따르면 6월물 WTI 거래량은 당일 기준으로 역대 최대치다.

선물 투자자들은 6월물을 건너뛰고 곧바로 7월물로 갈아타는 움직임까지 보인다. 이날 6월물 WTI가 폭락한 것도 이런 기류를 반영한다. 6월물 만기(5월 19일)까지도 원유공급 과잉이 해소되기 어렵다는 판단인 셈이다.

결국 6월물 WTI도 마이너스 영역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얘기다.

OPEC+(OPEC과 10개 주요 산유국의 연대체)가 지난 12일 화상회의를 열어 5∼6월 두 달 간 하루 970만 배럴의 원유를 감산하기로 합의했지만, 오히려 유가 폭락세에는 속도가 붙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공급과잉을 해소하기에 미흡하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원유 수요가 하루 3000만 배럴 감소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유조선에 실린 채 바다 위에 떠있는 재고분만 1억6000만 배럴로 추정된다.

OPEC+ 에너지 장관들은 이날 예정에 없는 긴급 콘퍼런스콜을 진행했지만 어떤 해법도 내놓지 못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유가 폭락세는 글로벌 증시에 또다시 하락 압력을 가했다. 이날 뉴욕증시의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631.56포인트(2.67%) 하락한 23,018.88에 거래를 마쳤다. S&P500지수는 86.60포인트(3.07%) 내린 2,736.56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297.50포인트(3.48%) 떨어진 8,263.23에 각각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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