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 미래에셋대우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전망

해외 부동산 투자탓에 큰 폭의 재무실적 약화로 이어질 수 있는 것으로 판단

한국투자증권, KB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도 하향조정 검토 대상

[데일리한국 이윤희 기자] 해외 부동산 시장의 '큰 손'으로 인정받던 미래에셋대우가 코로나19 악재를 맞은 해외 부동산들로 곤경에 처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10일 미래에셋대우의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했다고 밝혔다.

S&P는 지분투자 확대로 인한 위험 노출 증가와 함께 해외 대체투자의 리스크를 지적했다. S&P는 “미래에셋대우가 지난 몇 년 동안 해외 대체투자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익스포져를 확대해온 것을 볼 때, 리스크 선호도가 국내 경쟁사보다 다소 높다고 판단한다”고 전했다.

최근 몇년간 증권사의 해외 대체투자 규모는 가파르게 증가해 왔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9일 기준 공모와 사모를 모두 합한 국내외 부동산형 펀드 설정 총액은 102조1712억원이었다. 이중 해외 부동산펀드 설정액은 55조8682억원이었고, 미래에셋대우의 해외 부동산펀드 설정액은 4조6120억원이다.

해외 부동산 투자는 매각시 시세 차익 외에도 배당 등 투자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 미래에셋대우는 다양한 상품을 출시하고 공격적으로 투자를 추진해왔다. 작년에도 프랑스 파리의 오피스 빌딩 '마중가 타워'를 약 1조830억원에 사들였다. 작년 9월 중국 안방보험으로부터 58억달러에 미국 15개 호텔을 인수하기로 했다.

하지만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미국과 유럽의 재택근무가 일상화되고 상업부동산 시설'셧다운'이 이어지면서 해외 부동산에 '빨간 불'이 켜졌다. 경기 둔화로 유동화가 어려워지고 재매각 계획에도 차질이 생기면서 펀드들의 투자수익률이 악화하고 있다.

S&P는 미래에셋대우가 호텔 등 해외 부동산 투자로 향후 큰 폭의 재무실적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전세계적으로 관광산업이 위축되면서 호텔·리테일 리츠의 수익이 가장 빨리 훼손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내 부동산투자신탁인 리츠들의 주가가 크게 떨어지며 배당금을 삭감하기도 했다. S&P 글로벌 리츠 지수는 연초 이후 31.87% 급락해 같은 기간 미국 증시 S&P500 지수의 하락폭(-17.55%)과 비교해도 두 배 이상 떨어졌다.

김형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모기지(주택담보대출) 리츠들도 주택저당증권(MBS) 등 투자자산 가격 급락에 따른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 사태로 자산 매각과 배당 취소에 나섰다"고 전했다.

김 연구원은 "코로나19에 따른 공실 확대에 더해 미국에서 '임차료 납부 거부 운동'(rent strikes)이 확산하면서 향후 임대수익에 대한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른 신용평가회사 무디스도 최근 미래에셋대우 등 국내 6개 증권사를 신용등급 하향 조정 검토 대상에 올렸다. 그 외 해당 증권사들은 한국투자증권, KB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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