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제일기획 사옥. 사진=제일기획 제공
[데일리한국 이윤희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가 우리 산업 곳곳 미치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다. 광고업계도 코로나19의 파도를 피해가지는 못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대형 광고주들의 예산 집행이 줄어들면서 삼성그룹 계열 광고대행사 제일기획의 실적에도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국내 소비가 위축돼 광고시장이 얼어붙었고, 2020년 도쿄올림픽 연기로 '올림픽 특수'도 기대할 수 없어졌다. 1분기 실적 발표 전이지만 이미 주가는 크게 출렁였다.

2일 종가는 1만6050원으로 전날보다 4.9% 급등하기는 했다. 같은 날 '광고업' 업종 평균 주가수익률 3.87%를 웃돌았다. 그렇지만 이날을 기준으로 지난 1개월간 제일기획 주가는 17% 가량 폭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는 13.19% 하락했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가 집중됐다. 제일기획 실적의 약 10% 중반을 차지하는 해외의 삼성전자 매장 관련홍보와 마케팅이 지장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제일기획 최근 6개월 주가 추이. 사진=구글 증권
게다가 코로나19의 세계적인 확산세가 꺾이지 않으면서 1분기보다 2분기 불확실성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민정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3일 "중국을 제외하고는 1분기 실적은 코로나19의 영향이 크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국내는 2월 중순부터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됐고 유럽, 중남미 지역은 3월부터 본격화됐기 때문에 2분기 광고 경기를 예측하기 상당히 어려워졌다"고 예측했다.

김 연구원은 "유럽, 중남미, 북미 지역의 매출 총이익 비중은 30%로, 2분기 실적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면서 "올해 매출총이익 성장률은 이전 추정치 7%에 못 미치는 3.9%를 기록할 것"이라고 했다.

사업 비중의 약 70%를 차지하는 해외 실적에 대한 전망은 아직 흐리다. 그는 다만 "(해외 사업 중) 중국 사업의 회복 속도가 관건인데 중국 내 코로나19가 소강 상태에 접어들었고 각 도시에 내려진 락다운 조치들이 서서히 완화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은 제일기획 전체 매출총이익의 25%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고 곳이다. 중국 내 소비 심리 위축에 따른 광고비 축소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실적 타격이 불가피하다.

그는 제일기획 1분기 예상 매출총이익은 2509억원으로 전년보다 0.7% 줄고, 영업이익은 318억원으로 시장 컨센서스를 밑돌 것으로 전망했다. . 그는 광고주들의 광고 예산 재배치로 실적 타격이 일부 방어되고 있다며 주가 낙폭은 과도하다고 판단했다. 한국은 오프라인 전시 이벤트 홍보 판촉 취소 등 BTL(Below the Line, 이벤트·전시·캠페인) 사업은 타격이 있었지만 디지털과 ATL(Above the Line, TV 등 전통 광고활동)로의 광고비 재배치로 타격의 일정 부분을 상쇄할 수 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에서는 지난 2000년 닷컴버블' 당시와 2008년 리만사태 때도 제일기획은 3%대 매출 역신장으로 방어한 전례가 있다고 전했다. 김현용 이베스트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1분기 예상 매출총이익은2557억, 영업이익은 330억원으로 예상했다.

그는 "코로나19로 인한 1분기 실적 급감 분위기 속에서도 전년과 비슷한 이익이 기대된다"면서 "북미 지역 캡티브(Captive) 시장 점유율 확대가 연초부터 시작됐고 올해는 빅딜 기대감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동안 드물었던 인수합병(M&A)이 진행되면 주가방향성도 긍정적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

또한 그간 준비해온 디지털 전략이 코로나 상황 이후 주목받을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도 있다. 제일기획은 최근 5년 간 집중적으로 디지털 사업을 확장해왔기 때문에 오히려 코로나 상황 종료 후 실적이 개선될 여지가 크다는 것이다. 제일기획 매출에서 디지털 비중은 39%에 달한다.

김소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 이번 코로나19 확산 이후 디지털 채널과 신규 마케팅 확대에 대한 니즈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김 연구원은 "이런 환경은 닷컴비즈니스, 이커머스 등 디지털 사업의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놓은 제일기획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며 "제일기획의 1분기 매출총이익은 2616억원, 영업이익 333억원으로 시장 기대치를 소폭 밑돌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에 따르면 제일기획의 현재 밸류에이션은 올해 예상 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12배에 불과하다.이는 지난 10년 간 최하단인 저평가 구간이다. 제익기획의 보유 순현금은 약 4000억원(시가총액의 22%)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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