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대형3사 시작으로 줄줄이 예정이율 인하

시중금리 하락하자 보험사 공시이율도 내려

[데일리한국 최성수 기자] 우리나라 기준금리가 '0%대'로 떨어지면서 보험 소비자들의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금리가 하락하면 고객이 내야하는 보험료는 오르고 고객이 받아야하는 보험금과 해지환급금은 줄어들 수 있어서다. 당장 다음달부터 보험사들이 예정이율을 내리기로 결정하면서 앞으로 보험에 가입하는 고객은 최대 10% 인상된 보험료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내달부터 보장성보험 보험료 오른다

사진=유토이미지
3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내달 대형보험사를 시작으로 보험사들은 종신보험 등 주요 보장성보험 상품의 예정이율을 잇따라 인하한다.

세부적으로 삼성생명은 내달 1일부터 종신보험 등 대부분의 보장성보험 상품의 예정이율을 0.25%포인트 낮출 예정이다. 같은 날 한화생명도 주력 상품의 예정이율을 삼성생명과 비슷한 수준으로 낮춘다.

교보생명은 내달 중순쯤 0.25%포인트의 예정이율 인하를 추진중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4월 중순쯤 예정이율을 0.25% 인하하는 방안을 현재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이들 대형보험사를 제외한 중소 보험사들도 오는 6월까지 예정이율 인하를 완료할 계획이다.

생보사 한 관계자는 “매년 4월에 진행해왔던 상품개정을 올해 코로나19 여파로 6월까지 금융당국이 유예해주기로 하면서 일부 보험사들은 각사 일정에 맞춰 6월까지 예정이율 인하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예정이율은 보험사들이 고객에서 받은 보험료를 운용해 거둘 수 있는 예상 수익률이다. 예정이율은 보험료를 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예정이율이 높아지면 보험료는 낮아지고, 예정이율이 낮아지면 보험료는 오른다.

일반적으로 예정이율이 0.25%포인트 내려가면 보험료는 5~10% 가량 오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으로 보험을 가입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의 부담이 그만큼 늘어난다는 얘기다.

보험사들은 금리 인하로 예정이율 인하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기준금리가 인하되는 등 저금리가 장기화되는 상황이어서 자산운용이익률이 계속해서 낮아지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코로나 여파로 올해 기준금리가 0.75%까지 내려가면서 보험사들의 자산운용이익률 3%대 유지도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기준금리가 지난해 예상보다도 더 떨어진 상황이어서 예정이율 인하는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저축성보험 환급금은 감소

대형3사 공시이율 현황.
기준금리가 떨어지면서 연금·저축성보험 가입자들이 돌려받을 보험금도 축소될 전망이다. 보험사들이 줄줄이 공시이율을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연금보험과 저축보험의 3월 공시이율은 지난달보다 각각 0.02%포인트, 0.06%포인트 내려 2.5%로 낮췄다. 이달 한화생명의 연금보험 공시이율도 2.48%로 지난달보다 0.02%포인트 하락했다. 저축성보험 공시이율은 이기간 2.55%에서 2.50%로 0.05%포인트 떨어졌다. 같은 기간 교보생명도 연금보험과 저축보험의 공시이율을 각각 0.02%포인트, 0.05%포인트 인하했다.

공시이율은 보험사가 시중금리 등 객관적인 지표를 이용해 산출한 후 일정기간마다 공시하는상품별 이율로 주로 저축, 연금 등 저축성 보험에 적용된다. 즉, 공시이율이 내려간다는 것은 고객이 앞으로 만기 때 받는 환급금과 중도해약 환급금이 줄어든다는 얘기다.

보험사들이 공시이율을 내리는 이유도 저금리 기조 때문이다. 공시이율은 시중금리 변동성을 반영해 움직인다. 금리 인하기에는 금리와 함께 떨어지고, 금리 상승기에는 금리와 함께 상승하는 식이다.

문제는 공시이율 하락세가 계속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보험사들은 운용자산이익률, 국고채 금리 등을 반영해 공시이율을 책정한다.

당장 4월에도 공시이율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시중금리가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5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1.316%로 연초(1.441%)보다 0.125%포인트 하락했다.

생보사 한 관계자는 “공시이율을 내릴지 아직은 알 수 없다”면서 “내달 1일 시중금리에 따라 공시이율이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

이처럼 예정이율은 오르고 공시이율은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면서 소비자들이 보험을 외면할 가능성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영업조직에서는 이미 이 같은 우려가 나오고 있다.

보험대리점 한 설계사는 “보험료가 인상된다 하는 등 계속 변동되는 상황이 발생하니 제 고객들이 보험을 외면할까 걱정된다”며 “보험료 인상시기마다 하는 절판마케팅도 장기적으로 고객과의 신뢰에 좋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토로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