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보는 배우 송강호를 비롯해, 배두나, 조정석, 조우진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영화 배우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영화 '마약왕'의 이야기다. 여기에 영화 '내부자들'의 연출을 맡았던 우민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또 한번 대중을 향한 묵직한 한방을 던질 준비를 마쳤다.

‘마약왕’은 마약도 수출하면 애국이 되던 1970년대, 근본 없는 밀수꾼이 전설의 마약왕이 된 이야기를 담은 작품.

송강호는 부산의 하급 밀수업자였던 이두삼 역을 맡아 우연히 마약 밀수에 가담했다가 뛰어난 눈썰미와 남다른 손재주로 단숨에 마약 밀수업 대부로 거듭나는 야망가의 모습을 그린다.

하지만 이두삼은 마약 밀수업 대부 자리에 만족하지 못하고 사업적인 수완이 뛰어나기로 유명한 로비스트 김정아(배두나 분)와 손을 잡고 ‘메이드 인 코리아’라는 브랜드의 마약을 수출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그는 한국을 넘어 아시아까지 세력을 확장, 백색이 황금보다 빛나는 시대를 연다.

같은 시각, 대한민국의 마약을 근절하기 위해 부산으로 내려온 검사 김인구(조정석 분)는 이두삼의 사촌동생인 이두환(김대명 분)을 이용, 이두삼의 발목을 잡기 위한 미끼를 던진다.

영화는 '마약' 그리고 '마약왕'이라는 소재를 통해 블랙 코미디적인 요소들로 1970년대의 대한민국을 풍자한다. 우민호 감독은 수출제일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1970년대, 평범한 가장에서 마약왕으로의 가파른 인생 역전을 경험하는 이두삼과 이후 정권이 바뀌며 나락으로 추락하는 그의 모습을 대조적으로 담아내 영화의 묵직한 메세지를 강렬하게 선사한다.

영화의 전체를 오롯이 이끌어가는 송강호의 연기는 과연 명불허전이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평범한 서민에서 아시아를 뒤흔드는 마약왕이 되어가는 과정을 고스란히 담았다. 하수 밀수업자에 불과했던 남자가 마약으로 인해 권력과 돈을 거머쥐고, 또 그로 인해 몰락해가는 극단적인 변화들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뿐만 아니라, 송강호의 주변에서 그의 격동적인 변화와 함께 환상적인 앙상블을 선사하는 배두나, 조성석, 김대명, 김소진 등의 인물이 있다. 이들은 영화의 깊이를 더함은 물론,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감으로 각자의 자리에서 빛을 발한다.

'마약왕'은 입체감 넘치는 캐릭터들과 함께 1970년대로 돌아간 듯한 음악도 몰입감을 더하는 데에 큰 몫을 한다. '내부자들', '신세계' 등에서 작품의 맛을 더해준 조영욱 음악감독은 '마약왕'에서도 그의 실력을 완벽하게 발휘했다.

조영욱 음악감독은 1970년대를 대변할 수 있는 명곡들과 클래식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삽입시켜 당시 시대상은 물론, 인물의 내적갈등을 표현하는데 적재적소에 활용해 듣는 즐거움을 전한다.

한편, 믿고 보는 배우들의 열연 케미스트리와 우민호 감독만의 특별한 고집이 돋보이는 영화 '마약왕'은 오는 19일 개봉한다. 러닝타임 139분. 청소년 관람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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