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페퍼민트앤컴퍼니 제공
영화 ‘살인소설’에서 부패한 정치인 역할을 맡은 오만석의 연기는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는다. 기존 정치인 역할과는 달리 다소 어리버리한 면모를 가지고 있는 그. 큰 눈망울과 억울할 때마다 찌푸려지는 미간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관객들을 웃게 하기도, 화나게 하기도 하는 그의 연기. 과연 오만석이 아니었다면 그 누가 이 자리를 대체 할 수 있었을지 모르겠다.

‘살인소설’은 유력한 차기 시장후보로 지명된 남자가 우연히 의문의 남자 순태를 만나면서 그가 설계한 함정에 빠져 겪게 되는 충격적인 24시간을 그린 서스펜스 스릴러 영화다. 극중 오만석은 야망과 위선으로 뭉친 차세대 정치인 이경석으로 분했다.

그는 3선 국회의원인 장인의 뒤를 잇는 정치인으로서 큰 성공을 꿈꾸는 이다. 성공을 위해서는 안하무인 부인과 사람들 없을 때 자신을 막 대하는 장인 앞에서도 한 마디로 안할 정도로의 큰 야망을 가지고 있다.

보통 기존 영화에서 정치인들은 목표에 방해되는 존재는 안면몰수하고 제거해버리는 캐릭터가 많았다. 하지만 오만석은 자신의 강점으로 이경석이라는 캐릭터를 물들이며 차별성을 확고하게 굳혔다고.

분명 악역이지만, 어딘가 모자라고 계속 순태에게 휘둘리는 경석의 모습은 관객들로 하여금 웃음을 짓게 만든다. 무서운 장인과 자신을 가지고 노는 순태 사이에서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그 함정에서 벗어나올 수 없다. 당황해하고, 의아해하고, 억울해하는 표정과 행동이 관전 포인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오만석의 능숙한 완급조절 연기를 통해 가능한 일이었다. 그동안 오만석은 드라마, 영화, 뮤지컬을 넘나들며 만능 배우로서 다양한 장르를 소화해냈다. 어떤 캐릭터도 자신만의 장기로 오만석만의 색깔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쌓아왔기에 이번 ‘살인 소설’에서도 그의 연기가 제대로 빛날 수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오만석은 극중 블랙코미디 요소를 이끌어가며 극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강약약강(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태세전환 연기를 빼 놓을 수 없다. 또한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웃음기가 싹 빠진 오만석의 연기는 극의 긴장감을 끌어올리며 마지막까지 손에 땀을 쥐게 만들기도 한다.

“결코 가볍지 않은 현재 한국사회의 부조리를 신랄하면서도 유쾌하게 고발하고 싶었다”는 김진묵 감독의 말은 오만석의 연기로 실현됐다. 묵직함과 가벼움을 서스럼없이 넘나드는 오만석의 농익은 연기는 ‘살인소설’에서 ‘인생 연기’로 발휘됐다. 오만석의 색다르면서도 다채로운 면을 볼 수 있는 영화 ‘살인소설’은 오는 25일 전국 극장가에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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