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헌 감독이 '불륜 코미디'를 들고 3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불륜'이라는 소재만으로도 관객들에게 불편함을 자아낼 여지가 있다. '바람 바람 바람'은 우려를 딛고 관객들에게 '공감'과 '유쾌함'의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까.

'바람 바람 바람'은 20년 경력을 자랑하는 '바람'의 전설 석근(이성민)과 뒤늦게 '바람'의 세계에 입문하게 된 매제 봉수(신하균), 그리고 SNS와 사랑에 빠진 봉수의 아내 미영(송지효) 앞에 치명적인 매력을 가진 제니(이엘)가 나타나면서 걷잡을 수 없이 꼬이게 되는 상황을 그린 코미디 영화.

'바람 바람 바람'은 '말맛 코미디'라는 수식어를 만들어낸 이병헌 감독답게 통통 튀는 대사와 이를 소화하는 개성만점 캐릭터들의 매력은 돋보인다. 배우들이 연기력으로 그 '맛'을 최대한 살렸기 때문.

그러나 이 캐릭터들의 행동을 관객들에게 이해시켜줄 장면은 턱없이 부족했다. 멀쩡한 배우자들을 옆에 두고 바람을 피우는 영화 속 캐릭터들의 행동은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바람 바람 바람'은 체코 영화 '희망에 빠진 남자들' (원제 Men in hope, 2011)을 원작으로 한 영화. 이병헌 감독은 "원작이 한국 정서에 맞지 않는 것 같았다"면서 "부정적 소재로 인해 우리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해석의 여지가 커질 수 있어 밸런스를 맞추는 게 어려웠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 정서, 한국 관객들의 정서에 맞지 않을 것을 우려했다면 캐릭터의 개연성과 당위성은 더욱 신경을 썼어야 하는 부분. 영화는 간혹 코미디와 인물들에 감정에 치우쳐 '불륜'이라는 소재를 가볍게 느껴지게 한다.

영화 속에서 좋은 배우들이 좋은 연기를 펼친다 한들 개연성이 떨어지는 스토리를 짊어지고 완성도 높은 결말로 향하기는 어렵다. 이병헌 감독이 의도했던 바가 영화에 아예 드러나지 않는 것은 아니나 이들이 '불륜'을 행하는 과정과 그 결말은 아쉽다 못해 허무하게 느껴질 정도다.

또한 영화에서 겉으로 드러나는 치명적 매력보다 내면의 당당함과 솔직함이 더욱 빛나는 주체적인 캐릭터로 표현되는 제니가 등장하는 첫 장면인 '당구장 신'은 영화의 가장 아쉬운 부분. 여성의 매력적인 몸을 육감적으로 묘사하며 다수의 남성들이 이를 바라보는 장면은 더 이상 재미도, 감동도 없다.

"하찮은 쾌감에 대한 허무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는 이병헌 감독. 관객들은 이병헌 감독이 코미디를 얹어 펼쳐놓은 '불륜' 이야기의 의도를 온전히 알아차릴 수 있을까. 오는 4월 5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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