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미디어 확보 위해 공격적 인수·합병…SM·YG·CJ E&M

시장 왜곡, 공정 경쟁 차단 우려도

사진=SM엔터테인먼트/연합뉴스 제공
엔터테인먼트업계가 몸집 불리기 경쟁에 나서면서 공룡 기업들이 잇따라 탄생하고 있다.

몸집 불리기는 세계적인 추세이자, 업종을 불문한다. 글로벌경제 시대, 무한경쟁 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필수요소로 통하기 때문이다.

그중 콘텐츠 전성시대를 맞아 나날이 그 중요성이 커지는 엔터업계 내 싸움이 특히 치열하다. 콘텐츠를 누가, 얼마나 안정적으로 확보하느냐를 중심으로, 콘텐츠를 공급할 매체와 플랫폼을 확보하는 데도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 SM·YG의 공세…가수에서 출발해 종합엔터·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

14일 국내 최대 음악기업 SM엔터테인먼트가 한류스타 배용준의 연예기획사 키이스트와 제작사 FNC애드컬쳐를 인수했다는 소식이 화제였다.

SM은 이번 인수를 통해 일본 내 한류 방송채널 KNTV와 DATV를 확보하게 됐고, 두 개의 드라마 제작사 콘텐츠K와 FNC애드컬쳐를 추가로 거느리게 됐다. 또 김수현, 박서준, 손현주 등 톱배우들도 SM의 이름 아래 모이게 됐다.

SM 측은 이에 대해 "양사의 스타 및 MC 파워를 바탕으로 방송은 물론 온라인, 모바일, 해외 시장까지 공략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 제작을 공동 추진한다"고 밝혔다.

또 "스타를 기반으로 하는 F&B, 패션, 레저 등 라이프 스타일 비즈니스를 추진할 예정으로 SM이 해온 라이프 스타일 사업을 통합해 FNC애드컬쳐를 글로벌 리딩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 성장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SM은 회사의 중심축인 가수 사업부분과 별도로, 이미 기존에도 프로그램 제작사 SM C&C를 자회사로 거느리고 강호동, 신동엽, 이수근 등 MC 군단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윤종신의 기획사 미스틱엔터의 최대 주주가 됐다. 또 모델 에이전시 에스팀에도 지분을 투자하는 등 사업 다각화를 꾸준히 추진해왔다.

(서울=연합뉴스)

YG엔터테인먼트도 공격적으로 몸집을 불리고 있다. YG 역시 회사의 중심축인 가수 사업부분과 별도로 광고와 화장품, 요식업 등 라이프스타일 사업을 다루는 YG플러스와 콘텐츠 제작사 YG스튜디오플렉스 등을 자회사로 거느리며 외형을 부지런히 늘려나가고 있다. 특히 예능과 드라마 스타 PD들을 꾸준히 영입하고 있다.

이에 앞서 국내 최대 인터넷 기업 네이버가 지난해 3월 YG엔터테인먼트에 1천억 원을 투자했다. 이를 통해 네이버는 YG의 2대 주주가 돼 대규모 콘텐츠를 확보하게 됐고, YG는 막대한 자금과 함께 V라이브, 라인, 스노우 등 네이버의 다양한 플랫폼을 확보했다.

한 콘텐츠업계 관계자는 15일 "TV 등의 전통 미디어에서 디지털로 콘텐츠 소비 행태가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어 기획사, 통신사, 인터넷 포털, 방송사 등 각 플레이어들이 시장 변화에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수가 핵심 IP였던 기존 가요기획사의 경우 방송 제작사를 만들어서 디지털을 비롯한 미디어에 유통하기 시작했고 이어 더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해 배우 기획사로의 확장까지 도모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 방송·영화계의 공룡 CJ E&M…"글로벌 공룡들과 경쟁해야"

방송·영화계에서는 CJ E&M이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보유하고 있는 방송채널이 16개이고, 멀티플렉스 체인 CJ CGV를 거느리고 있다. 또 방송 제작사 네 곳과 기획사 한 곳, 영화사 한 곳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CJ E&M 아래에는 드라마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과 JS픽쳐스가 자회사로 있으며, 스튜디오드래곤이 다시 드라마 제작사 화앤담과 KPJ픽쳐스, 기획사 문화창고를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는 구조다. 이들 다섯 회사에는 톱 작가인 김은숙, 박지은, 김영현과 톱스타 전지현 등이 속해 있으며 동시다발적으로 드라마를 제작해내고 있다.

스튜디오드래곤은 CJ E&M 계열 채널에 방송된 '시그널' '굿와이프' '도깨비' 등은 물론이고, SBS '푸른바다의 전설', KBS '공항가는 길'과 '황금빛 내 인생', MBC '캐리어를 끄는 여자', JTBC '품위있는 그녀' 등 타 채널에서 방송돼 히트한 드라마도 다수 제작했다. 또 얼마 전 끝난 '화유기'는 JS픽쳐스가 제작했고, 올해 최대 기대작인 '미스터 션샤인'은 화앤담이 제작한다.

드라마보다 먼저 뛰어들어 투자, 배급, 제작에서 모두 입지를 굳힌 CJ E&M의 영화계 내 위상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이렇듯 CJ E&M의 독보적인 행보에 방송, 영화계에서는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시장을 왜곡시키고 공정 경쟁을 차단한다고 성토한다. 그러나 CJ E&M은 미국과 중국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공세에 맞서기 위해서는 토종 엔터 기업으로서 외형을 키워나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디즈니가 21세기폭스를 인수하는 등 공격적으로 몸집을 불리고 있고, 중국 엔터테인먼트업체들이 거대한 차이나머니를 내세워 한국과 미국의 엔터 회사들을 잇달아 인수하면서 세계 엔터업계와 미디어 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또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최강자 넷플릭스와 방송·영화 콘텐츠 사업에 눈길을 돌린 아마존, 페이스북, 구글, 애플 등 글로벌 IT 기업들의 공세 역시 한국 엔터업계에는 위협으로 다가오는 게 사실이다.

CJ E&M 관계자는 "우리의 사업 확장에 대해 지상파 방송사를 중심으로 견제하는 시선이 많은데 글로벌 무한경쟁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몸집을 불리고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확보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지난 몇년 중국 회사들이 앞다퉈 한국 제작사와 기획사들을 사갔다"면서 "이에 대항하지 않으면 어느 순간 대부분의 회사가 중국의 영향력 아래 놓일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CJ E&M은 애니메이션 제작사나 완구회사의 인수도 검토하는 등 애니메이션 분야로도 사업 확대를 꾀하고 있다. 이미 음악 레이블은 여럿 보유하고 있다.

한 기획사 관계자는 "지금 시대에는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사업들이 많고 힘을 합치기 위해서는 자금이 필요하다"며 "CJ E&M이 외형을 불리는 것에 비판의 시선도 많지만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하는 데 기여하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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