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정만으로 관객을 압도하는 묘한 힘이 있다. 선악에 경계없이 매번 자신 만의 견고한 연기로 캐릭터로 완성한다. 바로 스크린 속 정진영의 이야기다. 그가 이번에는 '흥부:글로 세상을 바꾼 자'(이하 흥부)로 설 연휴 관객들을 흔든다.

‘흥부’는 흥부라는 작가가 주변을 바라보고, 세상을 바라보고, 그 안에서 모티브를 찾아 민중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흥부전을 쓰기까지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팩션 사극.

권력가들의 세도 정치에 힘들어하던 농민들이 을이큰 '홍경래의 난'과 어린 나이에 왕이 돼 세도정치로 인해 허수아비가 된 헌종, 날로 살아가기 힘들어지는 백성들의 힘든 삶이 '흥부'의 역사적 배경이 됐다.

정진영은 세도 정치의 중심축이 된 조항리 역을 맡았다. 어린 왕을 쥐고 흔드는 것은 물론 백성들의 피, 땀, 눈물을 갈취하는 인물. 흥부가 쓰고자하는 '흥부전' 놀부에 해당한다.

조항리는 자신의 뜻과는 반대로 맞서는 동생 조혁(김주혁), 어린 왕 헌종(정해인) 권력의 라이벌 김응집(김원해) 등 여러 인물들과 갈등을 빚으며 영화의 기폭제 역할을 한다. 정진영의 악역은 간담을 서늘케하는 전형적인 면을 벗어나 해학정서를 집어넣었다.

그의 성역없는 캐릭터 확대는 조항리란 인물을 입체적으로 분해보이게 함과 동시에 뻗어나가는 갈등에 대한 장치와 함께하는 배우들에게도 미친다. 자신이 전달해야 할 감정을 온전히 보여준면서 상대 배우들을 돋보이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

1988년 연극 '대결'로 데뷔한 정진영은, ‘약속’, '왕의 남자', ‘달마야 놀자’, ‘와일드 카드’, ‘황산벌’, '판도라' 등 다양한 작품으로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친절하고 성숙한 어른의 모습이기도 하고, 누구보다 높이 올라가려는 야욕가의 모습으로도 보인다. 어느 위치에서나 극과 극 성격의 인물을 당위성있게 그려내는 흔치 않은 배우임이 분명하다.

한편 '흥부'는 오늘(14일) 전국에서 개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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