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 배경 드라마·예능 이어져…빈번한 조명에 부작용 우려도

TV가 교도소에 빠졌다.

드라마에 이어 예능까지 교도소를 무대로 카메라가 돌아간다. 영화적인 소재라고 생각했던 교도소가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새로운 소재를 찾는 과정에서 '필연'적인 귀결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다양성을 추구하는 움직임 속에서 자연스럽게 다다른 장소라는 것이다.

빈번한 조명 속 교도소에 대한 시청자의 감정적 진입장벽이 낮아진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비례한다.

TV, 왜 교도소인가.

◇ '전설의 마녀'부터 '크로스'까지…"멜로 탈피 움직임의 결과"

한정환 SBS 드라마 1EP는 4일 "예전에는 교도소를 무대로 하면 공간이 한정되고 이야기가 단조로워 안 다뤘지만, 요즘에는 드라마들이 소재를 확장하면서 그간 안 다뤘던 영역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또한 과거에는 한국 드라마가 남녀의 멜로를 중시했지만 요즘에는 브로맨스 등 멜로가 아닌 이야기도 많아지면서 교도소도 드라마의 좋은 소재가 되는 듯하다"고 분석했다.

TV드라마에서 교도소를 본격적으로 조명한 것은 2014년 MBC TV 주말극 '전설의 마녀'다. 심지어 여자 교도소였다. 주말극에서 저마다의 억울한 사연으로 교도소 동기가 된 여성 4인방(한지혜, 김수미, 오현경, 하연수 분)이 출소 후에도 자매처럼 끈끈한 인연을 이어가며 공통의 원수를 향해 복수하고 역전의 용사가 되는 이야기다.

그러다 지난해 1~3월 SBS TV '피고인'이 본격적으로 교도소 내에서 이야기를 전개해나가면서 '교도소 바람'에 불씨를 당겼다. 지성에게 '2017 SBS 연기대상'을 안긴 '피고인'은 누명을 쓰고 사형선고를 받은 전직 검사가 무죄를 밝히기 위해 탈옥을 감행하는 액션 스릴러였다. 현실성이 제로에 가까운 황당한 이야기였지만, 지성의 명연기와 교도소라는 공간을 한껏 활용한 스릴러가 조화를 이루면서 자체 최고 시청률 28.3%를 기록했다.

이어 지난해 9~11월 방송된 MBC TV 시트콤 '보그맘'에도 여자 교도소 이야기가 등장했다. 주연 중 한명인 전과자 출신 부티나(최여진 분)가 신분을 세탁하고 우아한 상류사회 여성인 것처럼 행세했고, 말미에는 부티나의 교도소 생활이 잠시 조명되기도 했다.

지난달 18일 끝난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이러한 흐름에 쐐기를 박았다. 제목에서부터 확실하게 정체성을 드러낸 이 드라마는 갖가지 사연을 가지고 교도소에 모인 인간군상의 이야기를 풀어내며 인기를 끌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주인공이 1년을 교도소에서 복역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블랙코미디로 조명했다. '피고인'이 많은 영화가 조명해온 탈옥에 초점을 맞춘 것과 달리,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교도소에서 일상을 보내야 하는 자의 처세법과 극적인 상황들을 그려나갔다.

지난달 29일 시작한 tvN '크로스'는 교도소와 병원을 오가는 메디컬 드라마다. 전도유명한 외과 레지던트가 교도소에 수감된 죄수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교도소 의무사무관이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교도소 중에서도 의무실에 초점을 맞춰 죄수를 치료하거나 뇌사에 빠진 죄수의 장기이식이 이뤄지는 과정 등을 그린다.

'크로스'의 김진이 스튜디오드래곤 CP는 "특별히 기획의 출발이 교도소가 배경인 드라마는 아니었다"면서도 "생명을 살려야 할 의사가 의학적 지식으로 환자(복수의 대상)를 육체적 고통 속에 감금한다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잘 보여주기 위해 작가가 교도소라는 배경을 선택했다"고 소개했다.

◇ 예능까지 등장…"교도소가 친숙하게 보일까 우려"

리얼리티 예능까지 등장했다. 지난달 19일 시작한 JTBC '착하게 살자'는 욕먹을 각오를 하고 출발했지만, 시청률 2~3%대로 성적이 나쁘지 않다.

연예인들이 가상의 범죄혐의를 안고 구치소에 수감된 후 일주일간 옥살이를 실제로 경험하는 과정을 관찰하는 프로그램이다. 가상 설정에서 출발하지만 실제의 교도소에서, 실제 절차대로 촬영이 이뤄졌다.

시청률 2~3%의 반대편에는 "목적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교도소 내부를 봐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실제로 구치소에 수감된다면 절대 웃을 수 없을텐데, 출연자들이 틈만 나면 낄낄 웃음을 터뜨리는 모습도 논란이다.

한 홍보사 관계자는 "청소년들 사이에서 교도소가 낯설지 않다는 말이 나온다는 얘기가 돌아 우려스러운 점이 있는 게 사실이다"며 "살면서 절대 가서는 안되는 곳인데 드라마에 이어 예능에서까지 다루다 보니 교도소를 겁내지 않는 아이들이 나온다더라"고 지적했다.

그런가 하면 CJ E&M의 박상혁 CP는 "기획안을 들었을 때는 되게 부정적으로 생각했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막상 1편을 보니 잘 만들었고 교도소라는 소재에 접근을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박 CP는 "예능의 끝은 다큐라고 하지 않나"라며 "그런 점에서 교도소를 무대로 한 리얼리티 예능도 우리가 살면서 할 수 있는 실수 등 개연성을 살리면 하나의 소재가 될 수 있겠다 싶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제작진이 아무리 '미화'가 아니라고 주장해도, 남녀노소가 보는 TV에 노출이 잦으면 은연 중 교도소가 낯설지 않게 느껴지는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또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경우도 미화를 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결국은 죄수들 저마다의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하면서 시청자가 죄수들에게 감정이입을 하게 만들었다.

한 방송 관계자는 "누군가는 감옥 생활이 그리 나쁘지 않다고 느낄까 봐 걱정"이라며 "실제로 감옥에 간다는 것은 드라마도, 예능도 아니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최근 등장한 교도소 배경 드라마와 영화는 대부분 장흥의 폐교도소에서 외관을 촬영하고, 내부는 별도의 세트를 지어 활용했다. 드라마 '피고인' '슬기로운 감빵생활' '크로스', 영화 '프리즌' 등이 이런 식으로 진행됐다.

'착하게 살자'는 법무부와 교정 당국의 협조를 받아 실제 여주교도소에서 촬영을 진행했다. 감옥 내부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은 물론, 모자이크 처리됐지만 함께 생활하는 실제 재소자의 모습도 카메라에 담았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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