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계 '고질병'…"규제 장치 마련해야"

한국영화의 각종 기록을 새로 쓰고 있는 영화 '군함도'가 '스크린 독과점' 논란에 휩싸였다.

'군함도'는 개봉일인 지난 26일 하루 만에 97만516명을 동원하며 역대 개봉 영화 가운데 최다 오프닝 흥행 기록을 세웠다. 이는 역대 최다 스크린인 총 2천27개 스크린에서 1만174회 상영된 결과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을 보면 '군함도'의 스크린 점유율은 37.1%이다. 스크린 점유율만 보면 언뜻 독과점이 아닌 것처럼 비친다. 그러나 이는 점유율 계산 방식에 따른 '착시 현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예컨대 1개 스크린에서 '군함도'를 온종일 6회 상영하더라도 이 영화의 스크린 수는 1개로 잡히기 때문이다.

만약 1개 스크린에서 '덩케르크', '슈퍼배드3' 등 다른 영화 6편을 한 차례씩 교차 상영하면 전체 스크린 수는 6개로 늘어난다.

즉, 2개 스크린을 갖춘 극장에서 1개 스크린은 온종일 '군함도'만 상영하고, 나머지 1개 스크린에서는 6편의 영화를 한 차례씩 상영할 경우, '군함도'의 스크린 점유율과 나머지 6편의 스크린 점유율은 1/7(14.3%)로 같다.

이에 따라 상영횟수를 기준으로 한 상영 점유율을 봐야 좀 더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

'군함도'의 상영 점유율은 55.3%이다. 전날 극장에서 상영된 영화 전체 횟수 중 절반 이상이 '군함도' 인 셈이다. '슈퍼배드3'는 15.8%, '덩케르크'는 11.8%에 불과했다.

특히 CGV를 비롯한 주요 멀티플렉스들은 주요 상영 시간대 '군함도'를 집중배치하고, 나머지 영화들은 심야시간대나 오전에 배치하고 있다.

CGV강남에서는 현재 총 6개관 중 4개관에서 거의 전회차를 '군함도'만 상영한다. '슈퍼배드3'는 1개관에서 2회, '47미터'는 1개관에서 1회만 상영 중이다.

이 때문에 관객들은 '군함도'가 온통 스크린을 장악해 다른 영화들을 볼 선택권을 제한받고 있다는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군함도'의 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경쟁작 상황이나 높은 예매율, 관심도를 고려해 극장에서 스크린을 자체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한국영화 대작뿐만 아니라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스크린 독과점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 해마다 되풀이되고 있다.

2015년 개봉한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경우 그해 4월 25일 하루에 1만18회를 상영해 상영 점유율은 68.2%, 매출액 점유율은 90.6%에 달했다.

이에 따라 영화계에서는 스크린 독과점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았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지난해 10월 각각 대표 발의한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영비법) 개정안에도 극장이 시간대별·요일별 관객 수, 상영 시간대 및 요일 등을 고려해 공평하게 상영관을 배정하도록 안을 담고 있다

또 복합상영관에서 한 개 이상의 전용상관을 지정해 예술영화 및 독립영화를 연간 상영일수의 100분의 60 이상 상영토록 했다.

아울러 극장을 소유한 대기업이 자신들이 배급하는 영화를 밀어주지 못하도록 대기업의 영화배급·상영 겸업을 금지하도록 했다.

영화제작가협회 관계자는 "일부 영화의 스크린 독과점으로 많은 관객이 자신들의 영화 선택권이 심각하게 침해받고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면서 "스크린 독과점은 반드시 규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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