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함도', 가슴 깊이 간직 될 뜨거운 잔잔함 '인간 본연의 이야기'

사진=CJ엔터테인먼트

개봉 전부터 큰 화제를 모으고 있는 영화 '군함도(감독 류승완)'이 억지스러운 감동을 배제한 남다른 메시지로 관객들에게 큰 여운을 선사한다. 잊지말아야할, 우리의 아픈 역사인 군함도를 다룬 내용이지만 흔히 말하는 '국뽕'영화가 아닌 인물들의 관계와 감정에 초점을 맞췄다.

'군함도'는 일제 강점기, 일본 군함도(하시마, 군함 모양을 닮아 군함도라 불림)에 강제 징용된 후 목숨을 걸고 탈출을 시도하는 조선인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역사적 사실과 함께 픽션을 섞어 이야기가 진행되는 '군함도'는 같은 공간 속 각자 다른 사연을 가진 인물들의 얽히고 설킨 관계들에 중점을 둬 마냥 무겁지 않고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탄생됐다.

극중 이강옥(황정민 분)은 경성 반도호텔의 악단장으로 권력에 순응하며 살아간다. 하나뿐인 딸 이소희(김수안 분)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천왕폐하 만세' 쯤은 목놓아 외치는 이강옥의 모습을 통해 그가 권력에 굴복하는 이유가 오로지 딸에게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한 그가 또 딸 이소희로 인해 권력에 맞서게된다. 자신의 목숨보다 소중한 딸을 지키고 싶은 그의 남다른 부성애는 군함도를 점점 움직이게까지 한다.

조폭 출신으로 거대한 몸집과 거친 성격을 지니고 있는 최칠성(소지섭 분)의 반전 면모 또한 눈여겨볼만 하다. 극의 초반, 최칠성은 일본의 권력에도 거친 욕설과 감정을 숨기지 않고 고스란히 표출하며 흥미를 끈다. 그러한 그가 오말년(이정현 분)과 얽히게되며 달라지는, 어쩌면 그동안 감춰져있던 다른 모습을 드러낸다.

광복군 소속 OSS 요원, 즉 군인인 박무영(송중기 분)에게 명령과 임무는 사명이자 전부이다. 군에서 내려진 임무를 위해 '군함도'에 잠입을 하게된 박무영은 그 곳에서 예기치 못한 사건들을 발견하며 무엇이 중요한지를 깨닫게된다. 군인으로서 조국을 위하는 길이 오로지 임무 수행이라고 신념을 가졌던 그가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고 한 인간으로서 조국을 이끌어가려 고군분투한다.

'군함도'는 단순히 우리 역사의 아픈 상처와 기억을 강조해 무조건적으로 조선인들을 불쌍하고 가엾게 설정하지 않았다. 극중 일본인과 조선인의 경계를 높게 두지 않고 국적 불문, 인간이 가진 본연의 모습을 통해 관객들과 공감하고 소통한다. 과하지도,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담백하게 그려낸 '군함도'. 그래서일까, 우리의 가슴 속 깊이 뜨거운 잔잔함으로 오래도록 남아있을 것이다. 오는 26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