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만수르 변신 눈길… 19일 첫 방송

"나는 사이드 파드 알리 백작입니다. 아직 한국말을 배운지가 얼마 안 돼서요. 크흠."

오는 19일 첫 방송 하는 MBC TV 새 수목극 '죽어야 사는 남자'에서 주인공 '한국판 만수르', 사이드 파드 알리 백작을 연기하는 배우 최민수(55)는 17일 서울 상암동 MBC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시작부터 코믹함을 잔뜩 발산했다.

남다른 콘셉트의 베이지색 수트를 입고 나타난 그는 등장부터 극 중 자신의 '정확한' 이름을 말하며 팔굽혀펴기 등 흥이 넘치는 포즈를 선보여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마이크를 잡은 그는 "이번 작품은 꼭 크루즈 여행을 하는 기분이다. 무릎을 탁 치게 하는 장면이 자주 나올 것"이라면서도 "최고급 자동차만 나오지만 오디오 때문에 에어컨도 못 켜고 더워 죽겠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간만의 코믹 연기를 수락한 계기에 대해 고동선 PD를 언급하며 "전적으로 연출자에 대한 신뢰"라고 답했다.

"그동안 MBC 작품을 몇 개 하면서 머릿속에 각인된 PD들이 많지는 않은데 고 PD가 그중 한 명입니다. 머리를 복잡하게 하지 않으면서도 노련한 테크닉과 화면 장악력이 돋보이는 연출자죠."

최민수는 답변 후 즉시 일어나 고 PD와 진한 포옹을 나누기도 했다.

그가 맡은 역할은 확실히 기존 드라마에서는 잘 볼 수 없던 캐릭터다. 전대미문의 캐릭터를 맡고 나서 어떤 부분에 주안점을 두고 연구했느냐는 질문에는 "사업 노하우를 함부로 얘기할 수는 없다"면서도 결국 일장연설을 했다.

"이 작품 힘들죠. 비교할 수 있는 인물이 없으니까요. 우리 드라마를 말할 때 'B급 정서'라는 얘기도 하는데, 약간 B+ 정도로 갑니다. 수산시장 가면 새벽에 월남바지 입고 일하잖아요. 그걸 압구정에 입고 가면 촌스럽다 하겠지만 수산시장에는 어울리거든요. 그게 생명력이죠. 알리 백작도 19살 때 중동으로 가서 두 손으로 자기 꿈을 일군 자예요. 촌스럽고 구태의연할 수는 있겠지만 생명력이 있죠. 근데, 나도 사실 캐릭터 분석이 잘 안 됩니다. (웃음)"

최민수는 또 이날 제작발표회의 MC를 자처하며 고 PD에게 "PD들이 작품을 할 때 가장 데리고 하기 힘든 사람이 어린아이, 동물, 그리고 최민수 아니냐"며 "괜찮았냐"고 물었다.

고 PD가 "솔직히 최민수 씨와 작품 하는 게 쉽지 않을 거라고들 했지만 저는 든든한 배우를 만났다. 철저하게 준비해온다"고 답하자, 최민수는 껄껄 웃었다.

극 중 사위가 될 신성록에 대해서는 "역할 상 백작이 하는 대로 따라갈 수밖에 없는 캐릭터인데 여유가 있는 배우이기 때문에 내 에너지를 받아서 자기 캐릭터로 승화할 수 있는 것"이라며 "특별히 인정한다. 다만 나보다 키가 큰 건 기분 나쁘다"고 말했다.

작품을 위해 6년 만에 길렀던 머리를 자른 이유에 대해서는 "평소 음악을 하니까 기르는데 작품을 시작하면 캐릭터에 맞게 변신을 한다"며 "'입금' 때문에 머리를 자른 건…사실이다"라고 답했다.

본인이 딱히 밝히고 싶어 하지는 않지만 알리 백작의 본명은 장달구. 1970년대 후반 중동으로 건너가 한국인 특유의 근성과 끈기로 석유 보두안티아 공화국의 백작이 된 인물이다.

억만장자, CEO, 독신남, 플레이보이 등 그를 따라다니는 수식어조차 범상치 않다. 행동은 언제나 자신감 넘치고 과장된 쇼맨십이 동반되는데, 최민수가 이 개그 코드를 어떻게 살리지 주목된다.

이 이야기는 상위 1%로 살던 알리 백작이 딸 지영을 찾아내지 않으면 모든 재산이 한 줌 모래로 변해버릴 위기에 처해 대한민국으로 건너오면서 시작된다.

연출을 맡은 고동선 PD는 "이 더운 여름에 시원하게 즐겨보려고 재밌게 만들었지만, 가족과 인간에 대한 진지한 테마도 바닥에 깔았다"고 소개했다.

최민수는 고 PD가 드라마에 관해 설명하는 중간중간에도 작품 제목을 '죽사발이 되는 남자'라고 소개하는 등 엉뚱함을 발산하며 좌중을 압도했다.

24부작으로 19일 밤 10시 첫 방송.(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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