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이 김선달'서 김선달 역 맡아 유쾌한 사기꾼 도전

요즘 아역 배우들 실력에 깜짝 놀라… '곡성' 김환희 보고 충격받아

(사진=스포츠한국 제공)

요염한 표정으로 윙크를 날리는 아가씨, 섹시한 음성으로 국밥집 주모를 홀리는 선비, 술 취한 채 기생들에게 돈을 뿌리는 한량, 낯빛 하나 안 바꾸고 거짓말을 늘어놓는 사기꾼. 모두 배우 유승호(23)가 영화 '봉이 김선달'에서 보여줄 모습이다.

'봉이 김선달'은 유승호의 스크린 복귀작이다. 어느새 군 제대 후 두 번째 영화다. 두 영화 모두 사극인 것은 공교롭게도 우연이다. 본인도 또 사극을 하는 것에 고민이 많았지만, 김선달을 택한 것은 재밌는 대본 때문. 그동안 도전하지 못했던 코믹 영화에 발을 내딛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탄생한 사기꾼 김선달은 늘 반듯하고 진지했던 유승호의 일탈이다. 배우 스스로는 이번 변신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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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유승호는 다시 진중하고 순박한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연기한 김선달의 가볍고 여유로운 모습이 부럽다고 털어놓았다.

"저는 김선달의 성격이 부러워요. 저는 정반대에요. (김선달처럼) 모든 일에 자신감이 넘치고 여유롭게 하고 싶은데, 완전 반대에요. 그래서 이번 역할 하면서 '김선달 같은 성격이었다면 난 어땠을까? 더 잘할 수 있었을까? 아니면 더 못했을까?' 상상하고, 내심 연기하면서 '나도 이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다 닮고 싶어요."

극 중 김선달은 견이(시우민 분)에게 "일은 즐겁게"라고 가르친다. 위험하고 아찔한 사기판도 대담하고 신나게 도전한다. 그러나 유승호는 김선달과 달리 걱정이 앞서는 편이다..

"저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편이에요. 걱정이 먼저 앞서요. 저도 (일을)즐기면서 하고 싶어요. 그러면 결과도 더 좋을 텐데 그게 잘 안돼요." 그렇다고 그는 일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풀어내는 스타일도 아니다. "스트레스 푸는 법은 딱히 없어요. 그냥 속에 묻어두면 없어지더라고요."

친구들과 즐겁게 놀기는 하지만 그조차도 미안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친구들과 PC방에서 게임을 하기도 하지만 그건 스트레스 해소라기보다는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기 위한 거죠. 저 때문에 못하는 게 많아서 친구들한테도 미안해요. 일반 친구들처럼 어긋나지 않는 선에서 자유롭고 편하게 놀 수도 있는데 저 때문에 못하잖아요. 친구들이 '너 피해 볼 수도 있으니까 하지 말자'라고 먼저 말해요. PC방 같은 경우는 다들 게임하시느라 모자 벗고 있어도 연예인인지 잘 몰라요."

혹시 지친 마음을 이성 친구에게 기대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지만 유승호는 연애에도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장난으로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해줘'라고 말하기는 하지만 연기자로서 이성이라는 존재가 어렵게 느껴져요. 인터넷을 하다 보면 연예인들의 연애가 두렵게 느껴지기도 해요. 문제 될 것은 만들지 말자는 생각으로 배제하고 있는 부분이에요. 주변에서 '연애 좀 해봐. 좋은 경험이 될 거야'라는 말을 해주는데도 아직 이성에 대한 벽이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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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유승호에게 코미디 장르 도전은 또 다른 걱정이었을 수 있다. 특히 사기패를 홀로 이끌어나가야 하는 김선달의 리더쉽도 큰 부담이었을 터. 하지만 유승호는 사기패 가족들 덕분에 유쾌하게 작업할 수 있었다. 극 중 유승호(김선달 역)는 고창석(보원 역), 라미란(윤보살 역), 시우민(본명 김민석, 견이 역)과 함께 사기패를 이룬다.

"제가 나이가 제일 어리고 사기패를 이끌어야 하니까 부담이 됐어요. 사실 늘 부담을 느끼죠. 그래도 고창석 선배님, 라미란 선배님, 민석이 형 조합은 정말 유쾌하고 즐거웠어요. 영화에서 뿐 아니라 카메라가 멈추고 나서도 즐거웠어요. 아직도 넷이 모이면 기뻐요. 장난치고 싶고, 아기자기하고 그래요."

확실히 사기패 가족들의 활발한 기운을 많이 받았던 것인지 유승호는 동료들 얘기에 눈빛을 빛냈다. "고창석 선배님은 영화 '부산'에서 처음 만났어요. 그 작품에서는 제가 많이 맞는 역할이기도 했고 어둡고 우울한 내용이라 무서운 이미지가 컸어요. 저도 아직 어렸으니까요. 하지만 이번에는 느낌이 달랐어요. 옆에서 몸과 행동으로 모든 것을 다 해주셨어요. 보원 역에 맡게 귀엽고 착한 모습을 자주 보여주셨어요. 촬영하면서도 든든한 지원군이자 선배님으로서 정말 좋았어요. 라미란 선배님은 다들 아시다시피 편하고 재밌는 이야기도 많이 해주셨어요. 대본 리딩할 때 처음 만났는데 늘 만난 사람처럼 갑자기 안아주셨어요. 처음에는 당황스러웠지만 그다음부터는 저도 꼭 안아 드렸어요."

특별히 유승호는 처음 연기에 도전하는 엑소(EXO) 시우민과 사기패 형제로 호흡을 맞췄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유승호보다 3살 많은 시우민을 동생으로 대해야 했다는 것. 혹시 연기를 처음 하는 시우민에게 도움을 줬는지 물었으나 유승호는 두 손을 내저으며 "엑소는 만능"이라고 말했다.

"무대에서 보는 엑소는 카리스마 있고 멋있다 보니까 민석이 형이 그렇게 활기차거나 밝을 줄은 몰랐어요. 그런데 알고 보니 사람 자체가 밝은 에너지를 베이스로 깔고 있는 사람이었어요. 민석이 형 자체가 '견이'였어요. 견이가 형님들을 좋아하고 잘 따르고 마냥 밝은데, 그런 것들을 형이 잘 표현해줬죠. 저도 고마웠던 게 오히려 형이 애교 부리고 귀엽게 연기를 해주니까 저도 형 역할로서 든든하고 듬직한 모습들을 잘 표현할 수 있었어요."

지원군 같은 동료들 덕분일까? 유승호는 '봉이 김선달'에서 색다른 모습들을 용기 내서 먼저 표현했다. 단순히 하나의 몽타주 컷으로 지나갈 뻔한 여장도 욕심을 부려 신으로 늘렸다. 심지어 잘 시도하지 않는 애드리브도 도전했다.

"애드리브는 절대 안 하는 편이에요. 제 나름대로는 대본에 주어지지 않는 것에 대해 애드리브를 하는 것이 태클 거는 기분이었어요. 제 마음대로 추가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장르도 코미디고 해서 매번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자유롭게 해보자는 마음으로 임했어요. 연기자로서 새로운 경험을 했고 뿌듯하기도 해요.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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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유승호는 배우로서 점점 성장해나가고 있다. '봉이 김선달'을 통해 도전한 것들 역시 그를 한 단계 더 성장시켜주는 경험이었다. 드라마 '가시고기', 영화 '집으로'에 등장했던 아역 배우는 이제 탄탄한 연기력을 뽐내는 성인 연기자로 부쩍 성장했다. 유승호가 처음으로 그 변화를 느낀 것은 SBS 드라마 '무사 백동수'를 촬영했을 때다. 당시 유승호는 자신의 아역을 맡은 여진구와 만났다.

"'무사 백동수'를 촬영할 때 '나에게 아역이 생겼어?'라는 생각이 들어서 신기했어요. 늘 아역이 생기면 잘 챙겨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당시엔 저도 고등학생이었지만 (여진구에게) 진짜 고생 많았고 고마웠다는 이야기를 꼭 해주고 싶어요."

유승호는 최근 아역 배우로 활약하는 배우들에게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사실 요즘 아역 배우들을 보면 정말 대단하다고 느껴요. 제가 어릴 때보다도 수준이 높아졌어요. 최근에는 엄마와 '곡성'을 보러 갔는데, 아역 배우 김환희를 보고 '뭐지? 저 친구는 도대체 뭘까? 어떻게 저렇게 하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충격적이었어요. 욕하는 부분에서 깜짝 놀라 엄마와 마주 봤지만요.(웃음)"

유승호에게 또 다른 변화가 찾아온 것은 군입대다. 동료 배우들과 달리 그는 만 20세가 되자마자 바로 군대에 입대했다. 제대를 하고 나니 제법 성숙한 분위기도 품긴다. 그는 군대에 다녀온 것이 배우로서 큰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군대에 다녀오니 작품 전체적인 것을 보게 되는 것 같아요. 전에는 제가 맡은 부분만 잘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이제는 영화 전체에 맞게 행동해야 하는 것을 알게 됐어요. 전체적인 것을 보고 거기에 내가 맞춰가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거죠. 그래서 감독님, 선배님들과도 소통을 많이 해야겠다는 것도 느끼게 됐어요."

그렇다면 유승호가 생각하는 배우 유승호의 미래는 어떨까? 유승호는 이에 대해 자신의 부족한 점과 미래를 향한 꿈을 솔직히 털어놓았다. 스물셋 청년이 된 그의 인간적인 고민과 배우로서의 욕심을 엿볼 수 있었다.

"아직 동생 같은 이미지에 대해선 사실 '많이' 고민하고 어떤 부분에서는 그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데, 마음을 다르게 먹기로 했어요. '굳이 그 이미지를 깨려고 하지 말자'는 생각을 해요. 지금 제 나이에 지금보다 높은 나이대 연기를 시도해 볼 수도 있겠지만, 이 모습은 시간이 지나면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할 것 같은 느낌이에요. 그래서 '지금 내 나이대에 할 수 있는 것들을 많이 하고 후회하지 말자. 좀 더 천천히 가보자'고 마음 먹었어요."

유승호는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역할도 콕 집어 얘기했다. "이렇게 말하면 비교될 것 같은데…. '검사외전'에서 강동원 선배님이 맡으신 역할 같은 것도 해보고 싶어요. 그렇게 하는데도 멋있잖아요. '아 나도 할 수 있을까? 할 수 있을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가벼운 역할도 한 번 더 하면 잘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악역도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머릿속에 상상되는 것들이 있어요. 밝고 즐거운 것들보다는 그런(악역에 관한) 것들이 더 잘 생각나요. 지금은 아닌 것 같고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독하게 한 번 해보고 싶어요."

유승호의 차기작 소식은 아직이다. 그는 이제는 자신이 재밌고, 자신이 하고 싶어서 작품을 선택하는 것보다는 작품 자체를 살펴 신중하게 선택하겠다는 입장이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유승호의 진중한 생각과 그만의 단단한 기준이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좀더 여유를 갖고 천천히 가고 싶다는 그의 말처럼 '봉이 김선달' 이후에도 이를 뛰어넘을 다양한 변신과 성장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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