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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스포츠한국 최재욱 기자] 하루에도 십여편 안방극장에 쏟아지는 드라마 홍수 속에서 신인배우가 대중의 눈도장을 받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 아무리 눈길을 한번 끈다 해도 잇달아 좋은 작품에 캐스팅되지 않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잊혀지기 십상이다.

최근 인기리에 종방한 tvN 월화드라마 ‘치즈인더트랩’(극본 고선희 김남희, 연출 이윤정)으로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은 신인배우 지윤호(25)는 실력과 근성, 외모를 모두 갖춘 기대주다. ‘지윤호’라는 본명보다 홍설을 스토킹하던 ‘찌질남’ 오영곤이라는 이름으로 더욱 잘 알려진 그는 좀더 주의 깊게 눈여겨볼 만한 배우다.

드라마 종영 직전 서울 충무로 스포츠한국 편집국을 찾은 지윤호는 예상과 아주 달랐다. 극중 모습과 다르게 매우 진지하고 밝은 기운이 가득한 건강한 정신의 청년이었다. 또한 외모도 큰 키에 조각 같은 이목구비, 깊고 강렬한 눈빛이 매력적인 ‘전형적인 미남’이었다. 극중 찌질한 이미지는 어디까지나 탁월한 연기력의 산물이었다. 이런 전혀 다른 이미지 때문에 드라마가 높은 인기를 누렸지만 유명세를 아직 경험해보지 못했단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할 따름이에요. 게시판이나 댓글 보면 반응이 뜨겁지만 실제 밖에 나가면 극중 이미지와 많이 달라선지 못 알아보세요. 길거리를 걸어다니고 대중교통을 이용해도 알아보지 못하세요. 이런 자그마한 관심을 받게 된 것이 난생 처음인데 욕을 하시는 것도 관심이라고 생각해요. 이 드라마 전에는 신인으로서 오디션 보러 다니면서 어떤 역할이든 해내야 하는 입장이었어요. 좋은 드라마에서 매력적인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었다는 것에 만족합니다.”

‘치즈인더트랩’에서 오영곤은 손민수(윤지원), 상철선배(문지윤)와 함께 ‘3대 발암 캐릭터’로 불렸다. 지윤호는 소위 말하는 '진상 연기'의 진수를 선보이며 드라마의 재미를 배가했다. 실제 모습도 그러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리얼했다. 지윤호는 오영곤에 대한 애정과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모두가 욕해도 자신만이라도 아껴주고 싶었단다.

  • 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악역이라고 말하지만 전 그냥 귀여운 찌질이라고 생각했어요. 표현 방식이 잘못됐지만 마음만은 순수하다는 생각으로 연기했어요. 생각을 거치지 않고 자기 감정만 드러낸 거죠. 그냥 철이 진짜 없는 친구예요. 후반부로 갈수록 영곤의 진상 짓이 심해지면서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을 모르는 게 정말 안쓰럽고 안타까웠어요.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제 생각엔 영곤은 분명히 홍설과의 일을 통해 반성했을 거예요. 어떻게 진심을 전달해야 하는지 배웠을 거라고 믿어요. 값비싼 수업을 한 것이죠.”

지윤호는 오디션을 통해 오영곤 역할에 캐스팅됐다. 남주혁이 연기한 권은택 역할로 오디션에 참가했지만 이윤정 감독의 예리한 눈썰미에 오영곤 역할을 리딩하게 됐고 얼마 후 출연이 결정됐다. 이윤정 감독은 별다른 지시를 하지 않고 지윤호가 오영곤 역할을 만들어가게 해줬다. 이 덕분에 촬영장은 지윤호가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놀이터나 마찬가지였다.

“원작 웹툰에 표현된 기본적 성격만 알려주시고 나머지는 터치하지 않으셨어요. 마음대로 제가 놀 수 있게 해주셨죠. 제가 좀 과하면 ‘좀만 줄이자’, 약하면 ‘좀더 가볼까’ 하면서 수위 조절을 해주셨어요. 정말 감사했어요. 오디션장에서 처음 봤을 때는 감독님이 정말 무서웠어요. 기가 정말 세 보이더라고요. 조곤조곤 말씀하시면서도 직설적으로 표현하시는 게 무서웠어요. 그러나 촬영장에 가니 외강내유가 뭔지 알 수 있겠더라고요. 카리스마가 있지만 정말 부드럽고 다정다감하셨어요.”

극중 오영곤의 최후는 비참함 그 자체였다. 마지막 등장 회에서 백인하(이성경)에게 얼굴에 손자국이 남을 정도로 뺨을 여러 대 맞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시청자들에겐 요즘 유행하는 단어인 체증이 쑥 내려가는 ‘사이다’ 장면이었지만 실제로 뺨을 맞은 지윤호에게는 수난이 아닐 수 없었다.

“대충 20~30대 맞았던 것 같아요. 역할에 몰입해 있으니 맞을 땐 아픈지 몰랐어요. 끝나고 나서 거울을 보고 나서야 실감했죠. 촬영을 시작하기 전 성경씨가 주저했는데 제가 세게 때리고 빨리 끝내자고 했어요. 주저해서 NG 나면 더 많이 맞아야 하니까요. 아프다기보다 내가 이런 중요한 장면을 촬영할 수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고 기뻤어요. 많이 맞아 얼굴이 얼굴이 얼얼 했지만 촬영을 끝낸 후 좋은 역할을 맡아 무사히 촬영을 끝냈다는 생각에 행복감이 밀려들었어요.”

  • 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모든 질문에 깊게 생각하고 조심스럽게 대답을 내놓는 지윤호. 인터뷰가 진행될수록 까불까불하고 유쾌할 것이라는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그의 내면이 더욱 궁금해졌다. 실제 성격은 어떨까?

“전형적인 경상도 남자라고 보시면 돼요. 무뚝뚝하죠. 감정을 겉으로 표현하는 게 익숙지 않아요. 그러나 대체적으로 모든 일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려는 밝은 편이에요. 예전에는 어디에 가서 분위기를 리드하지 않고 조용히 따르는 편이었는데 연기자로서 경력이 쌓여가면서 성격이 변해가고 있어요. 좀더 활발해졌죠. 능글맞은 면도 생기고요. 제가 술을 한잔도 못하는데 이젠 술자리에서 누구보다 술 먹은 것처럼 재미있게 놀 수 있어요. 그런 저를 보면서 제 자신이 깜짝깜짝 놀라곤 해요.(웃음)”

지윤호가 연기를 시작한 지도 벌써 6년. 누구보다 자기를 열심히 단련하고 노력했지만 ‘치즈인더트랩’에 출연하기 전까지는 일이 기대만큼 풀리지 않았다. '치즈인더트랩' 이후 차기작은 결정되지 않았다. 다시 오디션 행군에 들어설 예정이다.

“어머니가 요즘 매일 제 이름 검색하며 기사와 댓글 보시며 즐거워하신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이야기 들으니 마음이 아팠어요. 진작에 더 잘돼서 기쁘게 해드렸어야 했는데…. 정말 죄송했어요. 이번 드라마로 작은 관심을 받았지만 전과 달라진 건 없다고 생각해요. 아직도 출발선에 서 있는 거죠. 목숨 걸고 열심히 할 각오입니다.”

  • 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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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16/03/08 09:44:38 수정시간 : 2016/03/08 11:4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