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보검이 스포츠한국과의 인터뷰를 앞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이규연 기자 fit@hankooki.com)
“최근에 화났던 적이요? 음… 아… 수강신청 실패했을 때요? 그런데 정정기간에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매니저를 향해) 형, 제가 언제 가장 화가 났죠?”

[스포츠한국 조현주 기자] 이쯤 되면 포기다. 배우 박보검(23)에게 최근 가장 화나는 순간을 물어봤다.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는 그의 모습을 보니 괜히 미안함까지 느껴졌다. 현재 그에게는 온통 고맙고, 감사한 것 천지다. 시종일관 또랑또랑한 눈망울과 환한 미소를 띠고 있다. 인기가 높아질수록 “겸손하고, 정직하고, 진실 되게 살아야 한다”는 바른 가치관까지 가졌다. 이 청년, 보면 볼수록 진국이다.

박보검 전성시대다. 그는 지난 1월 종영한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에서 바둑기사 최택 역으로 열연을 펼쳤다. 어수룩함과 강단.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가지 면모를 동시에 드러냈다. 류준열과 박빙의 대결을 펼쳤던 성덕선(혜리)의 남편 역시 그의 차지였다. 수많은 CF 촬영과 밀려드는 차기작 제안은 그 인기를 뒷받침한다. 여기에 최근 방송을 시작한 tvN ‘꽃보다 청춘 아프리카’로 순진무구한 매력까지 첨가했다.

“‘꽃보다 청춘’은 언젠가 꼭 한번 촬영해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빨리 이뤄져서 신기했어요. ‘응팔’ 미란-성균네와 선영-무성네 아들 네 명이 가서 더 신났어요. 호흡도 잘 맞았어요. 길을 지나갈 때마다 기린과 코끼리를 보는 상황이 정말 재미있었죠. 눈앞에 보이는 게 높은 빌딩이 아닌 완전한 지평선이어서 눈이 확 뜨이는 느낌도 들었어요.”

실수연발이었다. 비행기를 놓치고, 자동차 접촉 사고를 내고, 아프리카에서 박보검은 “팀의 사고뭉치였다”고 고백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비행기를 놓쳤어요. 함께 계신 작가, PD님들도 몰랐어요. 다들 저만 믿고 편하게 있었거든요. 시간도 착각하고 게이트도 착각했어요. 늦지 않게는 도착했는데 그날따라 게이트를 빨리 닫고 출발했더라고요. 죄송했죠. 다들 ‘박 가이드’라면서 저만 믿었거든요. 계획에 차질이 생긴 건 아닐까 걱정했는데 제작진이 괜찮다고 위로해주셨어요. 방송을 보니까 형들도 저를 생각해주더라고요. 화를 낼 수도 있는 상황인데 전혀 안 그랬잖아요. (고)경표 형은 제 밥까지 사주고, 따뜻함을 느꼈죠.”

박보검은 그야말로 ‘착한남자’다. 자신을 납치하기 위해 들이닥친 제작진에게 “차가 좁아서 죄송하다”고 사과하고, 음료수를 권했다. 제작진의 여권과 표를 직접 챙겨주기까지 했다. 최근에는 그에 대한 미담들이 인터넷상에서 화제를 모았다. 바른 인사성과 드라마 촬영 중에도 성실하게 학교생활을 하고, 유명세에 연연하지 않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모습 등은 많은 이들을 훈훈함으로 물들였다.

“지하철을 자주 이용해요. 개인적인 일정이나 스케줄은 지하철로 다녀요. 아직까지는 괜찮아요. 언젠가 힘들어질 수도 있다고 말씀해주는데 그런 시기가 안 왔으면 좋겠어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게 제일 빨라요. 저를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보더라도 그냥 눈인사 정도만 해줬으면 좋겠어요.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상황을 봐서 제가 지혜롭게 생활하는 게 맞는 거겠죠?”

바쁜 와중에도 이번 학기 수강신청 역시 끝냈다. 현재 명지대학교 영화뮤지컬학부에 재학 중인 그는 최근 3학년 1학기 등록을 마쳤다. ‘응팔’ 그리고 ‘꽃보다 청춘’ 이후 최고의 인기를 누리며 데뷔 이후 가장 바쁜 활동을 예고했지만 학생으로서의 본분은 잊지 않았다.

“학교 수업이요? 불가능하지는 않아요. 시간이 안 되면 못 가지만 시간이 되면 학교에 가서 공부를 하려고 해요. 모르는 분야를 공부하는 것이 즐거워요. 학교 동기들도 잘 챙겨주고요. 학교가 용인에 있는데, 거리가 먼 것만 빼면 괜찮아요. 왕복 네 시간이 걸리거든요. 사실 수강신청이 ‘꽃보다 청춘’ 제작발표회 날이었는데, 조금 늦어졌어요. 시간표가 마음에 안 들어요. 원하던 교양수업의 인원이 꽉 찼거든요. 수강정정기간을 노리려고요.”

그는 “우리 집 가훈이 오늘을 마지막으로 알고 최선을 다하자”라면서 “어렸을 때부터 열심히 하는 게 몸에 배었다. 모든 일을 후회 없이 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큰 인기와 관심에 대한 부담감은 없을까? 그는 “영원한 건 없다”면서 정석에 가까운 대답을 내놓았다.

“저는 지금처럼, 여태껏 해왔던 것처럼 내 작품에 충실하고 사랑하고 거기에 맞춰서 열심히 살고 싶어요. 지금의 큰 관심에 대한 감사함은 잊지 말아야죠. 이럴 때 일수록 신중하고 겸손해야 되죠. 변하되 변질되지는 말아야죠.”

차기작에 대한 관심 역시 폭주 중이다.

“어떤 작품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함께하는 선배나 감독, 작가 그리고 제작진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준비 많이 해서 지금과는 색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남자다운 모습도 보여드리고 싶고, ‘너를 기억해’처럼 이중적인 면모도 다시 보여드리고 싶어요. 아직은 하고 싶은 게 되게 많아요. 무궁무진하죠. 어떤 옷을 입어도 잘 어울리는 사람처럼, 어떤 역할도 잘 해내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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