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WM컴퍼니 제공
[스포츠한국 조현주 기자] 배우 박해진(34)은 자신을 “로맨스 장르에서 스릴러를 맡고 있다”며 웃어 보였다. 박해진의 달콤살벌한 매력이 제대로 통했다. 그가 웃을 때 극은 달달한 로맨틱 코미디가 되지만 무표정한 표정을 지을 때는 섬뜩한 스릴러가 되기도 한다. “표정 하나, 손짓 하나 허투루 연기할 수 없다”는 고충이 이해가 됐다.

박해진은 현재 인기리에 방영 중인 케이블채널 tvN 월화미니시리즈 ‘치즈인더트랩’(극본 김남희 고선희 전영신·연출 이윤정·이하 치인트)을 통해 여심을 제대로 저격 중이다. 그는 달콤한 미소 뒤 위험한 본성을 숨긴 완벽 스펙남 유정 역을 맡아 열연 중이다. 유정은 여태껏 로맨스 드라마 속 남자주인공과는 다른 매력이 있다. 남을 이간질시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는 모습은 물론 어린아이처럼 해맑은 매력도 공존한다.

“캐스팅 제의가 여러 번 왔어요. 그런데 나이도 많고 (웃음) 웹툰의 좋은 이야기를 가져다가 현실화 시킬 자신이 없었어요. 웹툰을 여러 번 봤는데, 마지막으로 ‘내가 한다면?’이라는 가정 하에 봤어요. 그렇게 보니까 입체적으로 표현을 하면 웹툰의 범주에서 벗어난 재미있는 작품이 나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다른 작품을 하는 것보다 조금이라도 연구를 하고 잘할 수 있는 작품을 선택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첫 방송부터 tvN 월화극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이 드라마는 평균 시청률 6%를 넘나들며 뜨거운 인기를 누리고 있다. 사실 ‘치인트’는 캐스팅 과정부터 잡음이 심했다. 동명의 웹툰이 누적 조회수가 11억뷰를 넘을 정도로 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는 만큼 방영 전부터 숱한 화제를 뿌렸다. 특히 원작 팬들은 캐스팅 단계부터 잔소리를 하며 ‘치어머니’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걱정을 많이 했어요. 소재 자체는 굉장히 소소해요. 캠퍼스물이고, 시청 연령층에도 제한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첫 방송 시청률을 보고 많은 분들이 보았다는 생각에 기뻤죠.”


그는 여주인공인 김고은의 캐스팅 논란 당시를 떠올리며 “나 역시도 이미지가 비슷한 거지 유정 캐릭터와 닮지는 않았다”면서 “그런 논란이 있을 때 한창 촬영을 하고 있었는데, 최소 1회라도 보고 얘기를 해줘도 늦지 않았을 것 같았는데 아쉬웠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하지만 ‘치인트’를 향한 날선 시선은 이미 쏙 들어갔다.

“원작의 독자들을 위한 드라마는 아니잖아요. 불특정 다수, 시청자들을 위한 작품인데, 다행히도 ‘어디 한 번 보자’며 팔짱을 꼈던 치어머니들이 호평을 해줘서 굉장한 이득이죠. 촬영을 하면서 느꼈던 감정들이 시청자들에게도 잘 전달이 됐다는 것이 기분이 좋았어요.”

박해진은 ‘치인트’를 찍으면서 유달리 댓글 분석을 많이 하게 됐다고 했다. 본인이 연기한 사소한 행동에도 ‘격한’ 반응을 보이는 네티즌들을 볼 때면 박해진 스스로도 느끼는 점이 많다. 실제 유정이 홍설과 사귀기로 한 다음 그에게 문자를 보내자마자 휴대폰을 던지고 게임에 몰두하는 장면은 유정의 진심을 의심케 하는 부분이었다.

“남자들은 게임할 때 아무것도 못해요. 밥을 먹지도 않고 어머니 말씀도 들리지 않아요. 게임을 하는 와중에 설이에게 답장을 했잖아요. 정말 좋아하는 거죠. (웃음) 댓글을 보면서 저도 공부를 해요. 솔직히 그렇게까지 디테일하게 생각을 하지 않는데, 엄청난 분석을 해주세요. 정확하게 리뷰를 써주고, 제가 연기한 것 이상의 감정을 느껴주시는 분들을 위해서라도 조금 더 집중해서 연기를 해야겠다고 느꼈죠. 눈빛이나 손짓 하나 허투루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치인트’는 달달한 로맨스처럼 보이지만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스릴러의 요소가 극의 인기요인으로 작용중이다. 때문에 박해진의 역할이 크다. 시청자들에게 그의 표정과 사소한 행동 하나에서 이 두 가지 요소를 모두 느낄 수 있게 해야 했다.

“저는 늘 장르에서 벗어난 파트를 담당하고 있어요. ‘나쁜 녀석들’에서는 여주인공을, 캠퍼스 로맨스물에서는 스릴러를 담당하고 있죠. (웃음) 그래도 달달함을 잊지 않기 위해 노력을 했어요. 로맨스와 스릴러 사이에서 유정을 보여줘야 했거든요. 너무 다른 모습이지만 연결고리를 찾아서 보여드리는 것이 중요했죠.”

그는 가장 듣기 좋았던 말을 꼽으며 “3D가 2D를 이겼다는 말은 정말 감사했다”면서 “어린 친구들이 많이 볼 거라고 생각했는데 40대분들도 많이 본다고 들었다. 우리 드라마의 몽글몽글한 느낌이나 그 설레는 기분을 마지막까지 가져가셨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2006년 연하남 신드롬을 일으킨 ‘소문난 칠공주’부터 ‘내 딸 서영이’ ‘별에서 온 그대’ ‘닥터 이방인’ 그리고 ‘치인트’까지 어느덧 박해진은 안방극장 시청률 보증수표가 됐다. 그에게 작품 선택 기준을 물어보니 “캐릭터”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주인공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극에서 보이지 않는 첫 번째가 되느니 제가 잘할 수 있는 걸 보여줄 수 있는 두 번째가 되자는 마음이 커요. 지상파, 케이블도 딱히 가리지 않아요.”

아직 7회까지 방송 됐지만 ‘치인트’는 반사전제작으로 모든 촬영이 끝이 났다. 그는 드라마를 맛있게 즐길 수 있는 후반부 관전 포인트로 “유정은 홍설보다 나이는 많지만 아직은 어린 친구”라면서 “유정이 성장통을 겪으며 어른이 되어가는 모습을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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