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아성] 한국전쟁 때 고아들을 돌보는 유학파 박주미 선생 역 열연
30여명 아역들과 보낸 4개월은 '힐링의 시간'
임시완 오빠는 진지하면서 이성적인 배우 "많이 배웠다"

사진=이규연 기자 fit@hankooki.com
[스포츠한국 최재욱 기자] 배우는 개봉되는 영화마다 얼굴이 달라진다는 말을 새삼 다시 느낄 수 있었다. 영화 ‘오빠생각’(감독 이한, 제작 조이래빗) 개봉을 앞두고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고아성은 봄날에 기분 좋게 내리쬐는 아침 햇살 같은 느낌이었다. 지난 여름 영화 ‘오피스’ 개봉 때 만난 위험한 청춘의 흔적은 온데간데없었다. 상처받은 이들을 만나면 왠지 꼭 끌어안아 줄 것만 같은 ‘긍정의 에너지’가 온몸에 흘러 넘쳤다. 영화 속 귀엽고 상큼한 박주미 선생님이 스크린 밖으로 외출 나온 듯했다.

‘오빠생각’은 한국전쟁 당시 실존했던 어린이 합창단을 모티브로, 모든 것을 잃어버린 전쟁터 한가운데서 시작된 작은 노래의 위대한 기적을 그린 감동대작이다. 고아성은 유학파 출신으로 전쟁 한복판에서 고아들을 위해 고아원 원장으로 자원봉사에 나선 박주미 역을 맡았다. 고아성은 박주미를 만나면서 얻게 된 긍정 에너지에 아직도 흠뻑 취해 있었다.

사진=이규연 기자 fit@hankooki.com
“전 늘 어떤 작품을 하면 그 반대되는 캐릭터를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내면의 깊은 감정을 극한으로 발산하고 싶었을 때 ‘오피스’를 만났고, 그 어두운 기운이 힘들어 세상의 아름다운 밝은 면을 보고 싶을 때 ‘오빠생각’을 하게 됐어요. ‘오빠생각’을 하면서 느낀 행복감이 정말 커 지금은 이 밝은 기운을 잃고 싶지 않네요. 다음 작품도 즐겁고 밝은 역할을 하고 싶어졌어요.”

‘오빠생각’에서 고아성이 연기한 박주미는 극의 중심에 서는 역할은 아니다. 그러나 어두울 수 있는 영화 분위기에 밝음을 전해주며 활력소 역할을 톡톡히 한다. ‘오피스’에서 극을 혼자 이끌며 강렬한 존재감을 내뿜었던 고아성을 아끼는 사람들이 보기에 심심해 보일 수 있다. 고아성이 이 영화를 선택한 건 이한 감독에 대한 무한애정 때문이다.

“감독님이 부르신다면 전 언제든지 달려갈 준비가 돼 있어요. 이렇게 따뜻한 정서를 가진 감독님이 없잖아요? ‘우아한 거짓말’ DVD 코멘터리를 녹음을 할 때 감독님이 ‘피아노 칠 줄 아느냐’고 물으시더라고요. 왠지 다음 작품 이야기인 것 같아 ‘잘 친다’고 ‘우아한 거짓말’을 했죠. 사실 어렸을 때 아주 조금 배운 것밖에 없거든요. 출연 제의를 받고 혼자서 정말 열심히 연습했어요. 이젠 동요 반주는 무난히 할 수 있을 정도가 됐어요.(웃음)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부터 박주미 역할은 현재 영화에 나오는 딱 그 정도였어요. 제 모습에 만족해요. 관객들의 마음에 따뜻함을 드릴 수 있으면 좋겠어요.”

사진=이규연 기자 fit@hankooki.com

고아성은 영화 속에서 30명 남짓한 아역 배우들과 사랑스러운 연기호흡을 보인다. 고아원 원장 선생님이라기보다 동네 큰 언니 느낌이 난다. 고아성이 실제로 아역배우 출신이기에 감회가 남달랐을 법하다. 고아성은 아역배우들과 보낸 4개월이 배우생활을 하며 받은 상처에 대해 위로와 치유를 받는 ‘힐링의 시간’이었단다.

“연기를 할 때 가장 신경 쓴 점이 아이들을 대할 때 진심으로 대해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제가 거짓으로 그냥 연기만 한다면 스크린에 그대로 보일 것만 같았어요. 그래서 아이들과 가까워지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선후배 개념이 아니라 진짜 친구처럼 지내려고 노력했어요. 제가 연기를 가르칠 건 없었어요. 제가 아역배우일 때 어른 배우들의 연기를 흉내 냈다면 아이들은 그 나이 또래 감성을 제대로 표현하더라고요. 동생들이 아닌 동료의 느낌이었어요.”

사진=이규연 기자 fit@hankooki.com
고아성은 영화 속에서 임시완과 환상의 케미를 선보인다. 임시완은 영화 속에서 박주미와 함께 합창단을 이끄는 한상렬 소위 역을 맡았다. 박주미와 한상렬은 영화 속에서 동료애인 듯하면서도 동료애만이 아닌 묘한 감정의 줄달리기도 펼쳐 관객들을 미소 짓게 한다. 전쟁 도중 가족을 잃은 아픔을 지닌 한상렬이 악몽에 시달리다 울며 깨어났을 때 아이들과 박주미가 함께 안아주는 장면은 영화 속에서 가장 감동적인 부분이다.

“시완 오빠는. 새로운 느낌이었어요. 굉장히 모든 걸 이성적으로 접근하시는데 그 가운데서도 감성도 남다르시더라고요. 연기할 때 제가 생각하지 못한 점을 먼저 캐치하시고 배울 점이 정말 많았어요. 또한 진짜 진지하세요. 어떤 이들은 그 모습이 진심일까 의아해하시는데 정말 진심이세요. 그래서 더 장난도 많이 치게 되죠. 한소위를 안아주는 장면은 두 번에 걸쳐 찍었어요. 처음에는 한 아이만 안아주는 장면이었는데 두 번째 찍을 때 저와 모든 아이들이 안아주는 걸로 바뀌었어요. 찍으면서 어색하기보다 마음이 따뜻해지고 힐링되는 촬영이었어요.”

해외에서도 주목받고 있는 그는 아직 차기작을 결정하지 않았다. 최근 할리우드 소속사를 찾아 해외 진출에 대해서도 심도 깊게 이야기를 나누었단다.

“차기작은 ‘오빠생각’이 개봉되고 나서 생각해보려고요. ‘오빠생각’을 통해 얻은 이 행복한 기분을 당분간 가슴에 지니고 싶거든요. 할리우드 진출은 천천히 고민해보려고요. 급할 건 없다고 봐요. 이번에 만나서 소속사 관계자와 내가 원하는 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저도 궁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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