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준. 사진= 이규연 기자 fit@hankooki.com
[스포츠한국 장서윤 기자] "손을 잃어버린 상태에서 그래도 어떻게든 살아보고 싶은, 살아내고 싶은 인물이 아닐까 싶었어요."

가끔씩 호쾌하게 터뜨리는 웃음소리처럼 그는 유쾌하면서도 진중했다. 매번 평이한 인물보다는 사연이 많은 범상치 않은 인물에 눈길이 간다는 그는 이번에도 그만이 소화할 수 있는 역할을 집어들었다. 조연이지만 주연 못지않은 카리스마로 관객들을 집중시키는 영화 '오빠생각(감독 이한 제작 조이래빗)'에서 이희준은 다양한 역할과 무대, 스크린을 오가며 쌓아온 내공을 십분 드러냈다.

이희준. 사진= 이규연 기자 fit@hankooki.com
21일 개봉하는 '오빠생각'은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실존했던 어린이 합창단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전쟁의 참상 속에서 노래로 희망을 찾아가는 이들의 모습을 담았다. 극중 이희준은 전쟁 한복판에서 한 손을 잃은 후 아이들을 이용해 돈벌이를 시키며 살아가는 빈민촌 대장 갈고리 역으로 분했다. 갈고리는 아이들을 착취해 자신의 삶을 영위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들의 보호자도 자청하는 선과 악을 오가는 인물. 전작 '해무'에서는 배 안에 갇힌 선원 역할을 위해 직접 선원들과 만나기도 했던 그는 이번에는 상상력을 십분 발휘했다.

"한국전쟁 시기 고아들을 데리고 살았던 상이군인은 과연 어떤 모습이었을까, 뭘 먹고 어떻게 하루를 보낼까? 그런 상상을 하나씩 입혀 인물을 완성해가는 작업이 꽤 흥미로웠어요."

사실 역할 제안을 받았을 때 이희준은 영화 '로봇, 소리'를 촬영중이라 고사했다고. "처음에는 스케줄이 어려울 것 같아 거절했어요. 감독님의 삼고초려가 있었고 저 또한 평면적인 악역이 아닌 시대와 상황이 만들어낸 인물이라는 데 매력이 느껴지더군요. 작품을 위해 영화의 무대가 되는 부산 일대도 돌아보고 당시 자료도 찾아보면서 저 나름대로 취재를 열심히 했어요."

이희준. 사진= 이규연 기자 fit@hankooki.com

그렇게 탄생한 이희준표 '갈고리'는 서늘하다가도 인간미가 느껴지고 어느 순간 코믹함도 보여주는 복합적인 인물로 탄생했다.

"갈고리는 전쟁터에서 손을 잃은 채 절망에 빠져있다 다시 삶을 결심한 인물이잖아요. 그런 인물이라면 아침에 일어나 찬바람을 쐬고 나무와 산을 보면서 '아, 살아있구나. 오늘도 살자'고 생각했을 것 같아요. 그저 살아남아야한다는 본능, 그리고 손이 없다고 무시당하는 게 죽기보다 싫은, 그런 마음이 남아있지 않았을까요?"

이희준. 사진= 이규연 기자 fit@hankooki.com
극중 갈고리는 어린이 합창단을 조직하는 한상렬(임시완) 소위와 끊임없이 갈등하면서도 복합적인 관계를 보여준다.

"한 소위와 갈고리는 서로 대립하다가도 위기의 순간에 구해주기도 하고, 아이들에 대해 애정을 보이기도 해요. 기존의 선악 갈등에서는 보여지지 않는 관계죠. 그런 복잡다단함이 제겐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그러나 촬영중 예기치 못한 위기 상황도 있었다.

"격투신에서는 깜짝 놀랄 만한 경험도 했어요. 제가 (임)시완이의 목을 조르는 장면이 있었는데 시완이가 그만 기절해버린 거예요. 10초 정도의 짧은 순간이었지만 119를 불러야 하나 너무 놀라서 소리를 질렀는데 다행히 금방 깨서 '형 괜찮아요'라고 웃더라고요. 얼마나 놀랐는지 지금 생각해도 식은땀이 날 정도예요.(웃음)"

아역 배우 30여명과의 호흡도 처음 해 본 새로운 경험이었다.

"애들은… 음, 어려웠어요. 함께 촬영한 정준원이나 이레 모두 연기신동이라고 할 만하죠. 제가 아이들 사이에서 군림하는 역할이라 처음부터 좀 무섭게 가려고 했는데 처음 볼 때부터 아무도 무서워하지 않더라구요. 하하"

시종일관 유쾌한 웃음을 지어보이는 그는 4월 모델 이혜정과 웨딩마치를 울리는 새신랑이기도 하다. 결혼에 앞서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이 무엇인지를 물으니 "음…전세난?"이라며 현실적인 답변을 들려준다.

농담처럼 웃어넘기지만 결혼과 함께 그는 이제 더 안정적인 궤도에서 연기를 펼쳐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충만한다.

"흔하지 않은, 자신만의 역사와 사연이 많은, 그래서 범인(凡人)들의 눈에는 다소 이상해보이기도 하는 역할에 저는 심장이 뛰어요. '어떤 방식으로 해 볼까?'란 아이디어를 샘솟게 하거든요."

그래서 연기자로서 그의 목표는 "인간을 더 잘 이해하는 것"이라고.

"어떻게 하면 사람을 더 잘 알고, 그릇이 넓어질 수 있을까, 그리고 우주를 이해할까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해요. 그래서 제겐 혼자있는 시간도 중요하죠. 제 작품을 통해 관객들을 살맛나게 해 주고 싶어요. 사회 운동가는 앞장서서 확실한 목소리를 내며 인간 사회에 기여한다면, 배우도 다른 방면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직업이니까요."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