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완. 사진=장동규 기자 jk31@hankooki.com
[스포츠한국 장서윤 기자] '더할 나위 없었다.' 임시완을 배우로 자리매김하게 해 준 케이블TV tvN 드라마 '미생'에서 장그래(임시완)가 받은 카드에 적힌 글귀다. 스크린 첫 주연작 '오빠생각'(감독 이한 제작 조이래빗)으로 돌아온 임시완의 연기가 그랬다. 더할 것도 덜할 것도 없는 균형감을 지닌 표현력은 그가 이제는 '성공한 연기돌'이라는 수식어를 넘어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하는 '배우'로 성장하기에 충분함을 보여줬다.

21일 개봉하는 '오빠생각'은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실존했던 어린이 합창단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전쟁의 참상 속에서 노래로 희망을 찾아가는 이들의 모습을 담았다. 극중 임시완은 전쟁 한복판에서 어린이 합창단의 지휘를 맡은 군인 한상렬 역으로 분해 항상 아이들의 편이 되어주는 순수한 청년을 연기했다.

임시완. 사진=장동규 기자 jk31@hankooki.com
"처음 시나리오를 접하고 아이들이 노래하는 모습이 그려졌어요. 그 잔상이 며칠 동안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더라고요. 이렇게 마음에 남는 작품이면 꼭 해야하지 않을까 싶어서 망설임 없이 집어들었죠."

그렇게 시작된 '오빠생각' 촬영 여정은 매번 도전의 연속이었다. 영화 속 한상렬은 능숙한 피아노와 지휘 실력을 보여주지만 촬영 전까지만 해도 임시완에게는 피아노도 지휘도 처음 접하는 생소한 영역이었다. 혹독한 연습으로 쇼팽의 '녹턴 4번'을 직접 소화해내고 자연스러운 합창단 지휘자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기까지 4~5개월여의 시간을 강도높은 트레이닝 기간을 거쳤다.

"지휘는 정형화된 틀이 없고 개인에 따라 개성이 많이 드러나는 부분이라 여러 영상을 참고하면서 준비했어요. 피아노나 지휘나 연습하기 쉽지는 않았지만 아이들의 순수함을 지켜주는 조력자라는 점이 마음에 와닿았어요. 개인적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요. 함께 연습을 하면서 아이들이 조금씩 성장하고 좋아지는 모습이 보이면서 제가 다 뿌듯하더라고요."

임시완. 사진=장동규 기자 jk31@hankooki.com

하지만 지휘나 피아노 등 기술적인 부분에 앞서 오히려 그가 가장 크게 고민했던 건 과연 '진심'을 보여줄 수 있느냐였다고.

"한상렬은 정말 '어른'같은 사람이에요. 맡은 바 책임을 다하고, 과거의 아픔 속에서도 성숙한 마음을 지니고 있고, 아이들을 보호할 줄 알죠. 그의 어른스러움을 내가 잘 표현할 수 있을까 매순간 고민했어요. 실제 나이는 저와 비슷한데 저는 이제 그의 뒤꽁무니만 쫓아가는 듯한 느낌이었거든요. 그저 매 순간 거짓말하지 말고 진짜를 보여줘야겠다는 생각뿐이었어요."

임시완. 사진=장동규 기자 jk31@hankooki.com
그렇게 탄생한 임시완의 연기는 한층 깊어진 눈빛 속에 많은 얘기를 건네는 듯하다. "이한 감독이 '눈빛이 너무 좋아 캐스팅했다'고 하더라"라고 들려주자 "나는 잘 모르겠다"라며 쑥스러운 미소를 짓는다.

아이들과의 호흡에서도 여러 모로 배운 면이 많다고 들려준다.

"아이들 하나 하나가 촬영장에서 굉장히 프로다웠어요. 어린 나이인데도 '연기를 하는 직업'이라는 걸 이해하고 있는 듯 어른스러워서 어떤 순간에는 필요 이상으로 철이 든 게 아닌가란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극중 한상렬과 아이들을 두고 사사건건 대립하는 갈고리 역으로 분한 이희준과의 교감도 흥미로운 작업이었다.

"이희준 선배는 워낙 에너지가 많아 '이 사람의 호흡을 내가 잘 못 받으면 어쩌지' 싶을 정도였어요. 꾸미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연기하시는 스타일이라 항상 진짜같다는 생각도 들었구요. 그래서인지 격투신에서 절 때릴 때도 실감나게 때리시던데요."(웃음)

작품을 촬영하면서 내내 그를 관통한 단어는 '순수함'이었다.

"'오빠생각'을 보면서 한 사람이라도 더 순수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정의나 사랑, 인류가 추구하는 가치에 대한 확신을 느낄 수 있는 계기였으면 하구요."

앞서 '미생' 촬영 때도 자작곡을 발표했던 그는 이번 작품을 찍으면서도 곡을 만드는 특별한 경험을 했다.

"영화를 찍으면서 들었던 단상이나 느낌을 모아서 곡으로 만들어봤어요. 아직 발표하진 않았는데 제가 직접 노래도 불렀고요. 매번 작품을 작업할 때마다 하나씩 남겨보려고요. 꽤 의미있는 작업이 될 것 같아요. 개인적으론 연기에 집중하느라 가수 활동을 하지 못한 데 대한 열정을 푸는 기회이기도 해요."

올해로 스물 아홉. 앳된 20대 초반 데뷔해 어느덧 서른을 바라보게 된 그는 요즘 어떤 생각을 가장 많이 할까?

"서른은 그저 스물 아홉 다음의 나이 아닌가요? 하하. '마지막 20대'에 의미를 부여하기보다는 그저 제게 주어진 것에 충실하고 싶어요. 사실 멜로 작품 대본은 별로 안 들어오는데 멜로도 꼭 해보고 싶고요. 아직 시나리오나 대본을 선택하는 기준을 잘은 모르겠지만, 마음이 끌리는 대로 해 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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