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 다이노' 피터 손 감독. (사진=월드디즈니코리아 제공)
[스포츠한국 최나리 기자] ‘굿 다이노’ 개봉을 앞두고 한국을 찾은 피터 손 감독은 인터뷰 전 기자가 가지고 있던 책자의 ‘굿 다이노’ 메인 포스터를 손으로 가리키며 밝은 미소를 지었다.

이 포스터는 주인공인 스팟과 알로가 다정하게 안고 있는 모습. ‘괜찮아, 내가 안아 줄게’라는 문구가 인상적이다.

'굿 다이노' 프로듀서 드니스 림. (사진=월트디즈니코리아 제공)
이에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다’라고 말하자 피터 손 감독도 ‘나도 그렇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함께 자리한 드니스 림 프로듀서와 ‘굿 다이노’에 얽힌 이야기를 차분하게 풀어내기 시작했다.

지난 7일 개봉한 ‘굿 다이노’는 소심한 공룡 알로와 야생 꼬마 스팟의 우정을 넘어선 놀라운 교감을 담아낸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다.

명실상부 애니메이션의 명가인 월트디즈니와 픽사의 20주년 기념 16번째 작품. 광활하면서도 아름다운 자연을 실사에 가까울 정도로 완벽하게 구현해 내 보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굿 다이노' 피터 손 감독.(사진=월트디즈니코리아 제공)

무엇보다 ‘굿 다이노’는 디즈니와 픽사에서 동양인 최초로 한국계 미국인 피터 손 감독이 연출을 맡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피터 손 감독은 지난 2000년 9월 픽사 스튜디오에 합류해 ‘니모를 찾아서’, ‘인크레더블’에서 아트, 스토리, 애니메이션 부서에 참여해 다재다능한 재능을 인정 받았으며 이후 ‘업’의 오프닝 단편 애니메이션 ‘구름 조금’으로 데뷔했다.

'굿 다이노' 프로듀서 드니스 림. (사진=월트디즈니코리아 제공)
또한 피터 손 감독은 ‘라따뚜이’, ‘몬스터 대학교’ 등 다수의 작품에서 목소리 연기로 활약한 바 있으며 이번 ‘굿 다이노’에서도 우드부시 캐릭터를 맡아 능청스럽고 재치 넘치는 연기를 선보인다.

프로듀서 드니스 림은 앞서 영화 ‘딥 임팩트’,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등에서 시각효과와 애니메이션 프로듀서를 맡았고 ‘트랜스 포머’, ‘미션 임파서블3’ 등의 제작 총 책임자를 맡아 흥행 성공을 이끌며 눈길을 끌었다.

이 외에도 다수의 영화와 애니메이션 등 장르를 넘나들며 활약한 드니스 림 프로듀서는 이번 ‘굿 다이노’로 5년 만에 애니메이션으로 돌아와 대중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 주인공 스팟의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다. 캐릭터를 어떻게 만들었나?

“앞서 제작 과정을 설명한 프레젠테이션에서 밝힌 것처럼 헤어스타일은 딸의 모습에서 영감을 받았다(웃음). 아이들의 순수한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자고 일어난 딸의 헝클어진 머리 스타일을 참고했다. 스팟을 만들 때는 야생적인 면을 강조하기 위해 가장 신경을 썼다. 실내에서 돌봄을 받으면서 자란 아이가 아니기 때문에 겉으로는 와일드하게 보이는 것은 물론 강한 생존력을 나타내기 위해 노력했다.(피터 손 감독)”

# 작품을 위해 많은 사전조사를 거쳤다고 들었다. 기억나는 에피소드는?

“극중 강물이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물결의 다양한 표현을 나타내기 위해 고프로 카메라를 가지고 촬영을 나갔다가 물속에서 놓친 일이 있다. 결국 현지 가이드의 도움으로 강물 하류에서 찾았고 더욱이 카메라가 떠내려 가는 도중 물 속이 다 촬영돼서 그 부분이 굉장히 도움이 됐다. 아찔했던 순간이 오히려 큰 도움이 된 에피소드 중 하나다.(피터 손)”

“말과 함께 산에서 겪은 일도 있다. 산에서 길을 잃은 기분을 느껴보기 위해 5시간 말을 타고 올라간 적이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한 제작자가 탄 말이 뒹굴기 시작했고 게다가 그 제작자가 말에서 내리는 과정에서 발을 뺄 수 없어서 발목을 다쳤다. 무엇보다 산에서는 해가 지기 전에 빨리 내려 와야 하기에 여러모로 걱정이 많이 된 순간이었다. 그나마 그 제작자가 크게 다치지 않았고 상황도 잘 수습돼 다행이었지만 대자연 안에서 작은 사고 하나도 얼마나 위험한지 직접 느낄 수 있었다. ‘굿 다이노’ 속 내용으로 풀어 쓰는데 좋은 소재가 됐다.(드니스 림)”

# 애니메이션으로 구현하는 데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기술적으로는 물의 표현이다. 우선 강물은 시뮬레이션 비용 자체도 많이 든다. 특히 극중에서 강물은 무섭게 휘몰아 치거나 안정적으로 흐르는 등 공룡 알로의 감정 표현을 함께 해야 하기에 물을 여러 컷으로 나뉘어 다양하게 표현했고 이를 조합해서 최대한 물의 감정을 살리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스토리를 만드는 것이 제일 어렵다.(피터 손 감독)”

# ‘굿 다이노’ 안에 한국적인 정서가 녹아 있는 듯한 느낌인데?

“이 작품을 통해서 가족의 상실과 회복과 관련한 인생 체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한국적인 요소를 의도한 것은 아니었고 ‘정’이라는 표현에도 익숙하진 않지만 자연스럽게 표출된 것 같다. 영화 속에도 감정적이지만 뭔가 다른 느낌도 담겨 있고 나중엔 ‘이런 게 한국적인 정서가 아니었을까’ 싶기도 했다. 또한 자연은 아름답고 풍성하지만 두렵고 존중해야 하는 것이라는 자연과의 균형에 대한 관점이 한국적인 요소와 감성에서 온 것 같다.(피터 손 감독)”

# 한국 애니메이션 산업에 조언을 건넨다면?

“난 어린 시절부터 ‘둘리’ 등 즐겨 봐서 한국 애니메이션에 애정이 많다.(웃음) 특히 한국 애니메이션 시장은 기술적인 부분에서 정말 대단하다. 예전에 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에서 괴물을 애니메이션 기법으로 구현한 부분을 매우 인상적으로 봤다. 미국도 애니메이션 사업은 어려운 일이긴 마찬가지다. 미국과 한국의 애니메이션 산업을 비교해 보면 한국의 경우는 ‘뽀로로’ 등 어린이 중심 산업이 활성화 되어 있는 것 같고 디즈니는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다양하게 초점을 맞추려고 하는 것 같다. 개인적인 생각을 덧붙이자면 한국 애니메이션은 충분한 기술력과 재능이 있기 때문에 향후 관객들의 보고 싶은 욕구 파악 여부에 (시장의 성장성이) 달렸다고 본다. 충분한 스토리 보유가 시장의 성장성을 결정할 것이라고 생각한다.(피터 손 감독)”

“맞는 말이다. 결국 ‘스토리 텔러가 누가 등장하느냐’ 관건이다. 잘 구현해 낸 기술적인 요소들이 애니메이션으로 이어져서 하나의 작품화 되는 것은 한국만이 아니라 미국에서도 어려운 작업이다.(드니스 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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