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 다이노' 김재형 애니메이터. (사진=월트디즈니코리아 제공)
[스포츠한국 최나리 기자] 한 편의 애니메이션이 탄생하기까지 인력과 시간 등 무수한 노력이 들어간다는 것은 공공연히 아는 사실이다.

더구나 역사와 전통으로 이어온 애니메이션의 명가 월트디즈니와 픽사에서 내놓는 작품들은 명성에 걸맞은 감동적인 내용과 다양한 기술로 대중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굿 다이노' 김재형 애니메이터. (사진=월트디즈니코리아 제공)
무엇보다 앞서 ‘토이 스토리3’, ‘업’, ‘라따뚜이’, ‘몬스터 대학교’, ‘인사이드 아웃’에 이어 최신작인 ‘굿 다이노’까지 픽사를 대표하는 인기 애니메이션들에 한국인 애니메이터 김재형 씨가 숨은 주역으로 활약해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지난 7일 개봉한 ‘굿 다이노’는 소심한 공룡 알로와 야생 꼬마 스팟의 우정을 넘어선 놀라운 교감을 담아낸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로 디즈니와 픽사의 20주년 기념 16번째 작품이다.

전직 의사에서 픽사 애니메이터로 자신의 꿈을 위한 당당한 도전의 결실을 맺은 애니메이터 김재형. ‘굿 다이노’ 개봉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그에게서 특유의 따뜻하고 열정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굿 다이노' 김재형 애니메이터. (사진=월트디즈니코리아 제공)

# 대중들에게 ‘애니메이터’와 관련해 아직 생소한 부분이 있다. 설명을 하자면?

“우리가 흔히 보고 즐기는 애니메이션에는 종류가 참 많다. 일반 만화 영화도 있고 ‘월레스와 그로밋’ 처럼 클레이 애니메이션도 있고, 픽사에서 만드는 컴퓨터 애니메이션 등 다양하다. 애니메이터는 기본적으로 없는 형체를 창조해 내는 것과 같은데 픽사에서 만드는 컴퓨터 애니메이션으로 예를 들자면, 처음부터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인형과 같은 것이 컴퓨터 화면에 잡히도록 틀을 잡는다. 이렇게 인형의 형태를 잡은 뒤 연기를 할 수 있게 뼈대를 만들어 낸다. 그리고 나서 인형의 포즈를 하나하나 입력해서 움직임을 만드는 작업들이 이어진다. 그 위에 머리, 옷, 표정 등 캐릭터만의 모습을 갖춰가고 주변 배경들을 입히고, 음악이 더해지는 과정들이 이어진다. 이렇게 하나하나의 캐릭터가 창조되면서 비로소 작품이 완성된다.”

# 의사 일을 그만 두고 픽사에 들어간 계기는 무엇인지?

“의사로 일을 하면서 뭔가 내가 즐길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고민을 거듭한 후 평소 내가 관심을 갖고 있던 애니메이션이나 비디오 게임에 쓰이는 애니메이터 부분에 새롭게 도전해 보게 됐다. 픽사에서는 2006년부터 일을 시작했다. 여름에 인턴 과정을 3개월 한 뒤 ‘라따뚜이’ 작업을 마친 후에는 약 1년 반 정도 다른 회사에서도 몸 담았다. 그러다가 ‘업’으로 픽사에 복귀해 지금까지 잘 다니고 있다.”

# 흔히 픽사를 꿈의 직장이라고 부른다. 분위기는 어떤가?

“한국에서처럼 픽사에서도 신입 사원은 공통적으로 인턴을 거쳐서 단계적으로 부서에 배치가 된다. 물론 인턴 과정을 뛰어 넘을 정도로 우수한 친구들도 있지만 보통 2개월 반에서 3개월 정도 인턴 과정은 필수로 거치는 것 같다. 회사 내 경쟁이 심하다기보다는 아티스트들은 각자 더 좋은 실력을 내보일수 있도록 서로 자극을 받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다들 그만큼 치열하게 작업에 임하게 되는 것 같다.”

# 보통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 데 참여 인력과 기간은 어느 정도인가?

“‘굿 다이노’ 의 경우 나와 같이 메인 비주얼을 맡은 애니메이터는 50명에서 60명 정도된다. 또한 20명 정도는 군중 애니메이션을 담당하는데 극중 무리를 지은 물소 떼 등 동물과 주변 배경 등을 담당하는 일이다. 수정 작업도 원활하게 하기 위해 후반 애니메이션을 도와주는 파트도 따로 있다. 그렇게 픽스 애니메이터 인원까지 총 80명에서 90명의 인력이 함께 작업한다. 제작 기간은 3년 반에서 4년 정도 걸리는 것 같다. 각 부서가 다 그렇게 시간이 걸린다는 것은 아니다. 단계별로 겹쳐가는 시기를 전체적으로 본 기간이 그렇다는 것이고, 이번 ‘굿 다이노’에서 내 파트는 1년 정도 걸렸다.”

# 제작 기간이 길다 보면 트렌드를 맞춘다던가 하는 부분에 애로사항이 있지 않나?

“우리가 농담 삼아 ‘픽사 자체가 하나의 트렌드다’라고 말하곤 한다.(웃음) 더 정확히 말하자면 픽사가 트렌드를 잘 안 따지는 것 같다. 제작 상황상 외부에서 히트 치는 것에 맞춰 적용할 수도 없고, 더구나 픽사는 다양한 연령대를 아우르고 우리만의 스타일을 만들어 내는 것에 가장 중점을 두고 있다. 물론 다른 영화도 체크하면서 소위 인기를 모은다는 트렌드도 한 번 적용해 볼까 하는 생각도 하며 아이디어는 계속 소통한다.”

# 완성된 작품을 보고 난 후 소감은 어떠한가?

“감독님께서 이끄신 대로 작품들이 항상 잘 완성되지만, 난 늘 결과물을 볼 때면 주변에서 원하는 부분을 내가 제대로 표현한 건지 항상 아쉽더라. ‘내 아이디어가 왜 저것뿐일까’ 하는 자책을 하기도 한다.(웃음)”

# 한국 애니메이션 시장이 어떤 것 같나?

“한국 애니메이션에 관해 정확히 말씀 드릴 수는 없지만, 외국과 예산 자체가 차이가 워낙 크게 나는 상황에서도 (현재 행보를 보면) 한국은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처음부터 크게 시작하는 회사는 없지 않나. 픽사도 광고와 단편 만화로 시작하면서 ‘토이 스토리’부터 성공했다고 한다. 한국 애니메이션이 시장도 앞으로 계속 커지면서 동등하게 성장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된다.”

# 향후 계획이 궁금하다. 또 다른 목표가 있나?

“디즈니에는 유명했던 9명의 애니메이터가 있다. 도중 연출을 맡기도 했다고 하지만 애니메이터로서 그들이 만들었던 원칙들을 지금까지 이어서 우리가 적용해서 작업에 사용하고 있다. 그야말로 애니메이터의 레전드처럼 남아있다. 나도 아직은 좀 더 잘하는 애니메이터가 되는 것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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