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나] '특종:량첸살인기'서 이혼 결심한 아내 역 열연
민폐 캐릭터 논란? 노덕 감독을 믿고 따랐다
'착않녀'와 '특종' 통해 연기에 대한 열정 되찾았다

사진=장동규기자 jk31@hankooki.com
[스포츠한국 최재욱 기자] 정말 한결같다는 표현이 가장 잘 어울렸다. 영화 ‘특종:량첸 살인기’(감독 노덕, 제작 우주필름, 뱅가드스튜디오) 개봉 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이하나는 예민하지만 사랑스러운 4차원 소녀의 느낌을 여전히 지니고 있었다.

2008년 SBS 드라마 ‘연애시대’로 혜성 같이 나타나 안방극장과 스크린을 오가며 기대주로 떠올랐던 당시 만났던 모습과 달라진 점이 전혀 없었다. 언변은 어눌했고 수줍음이 넘쳐 이야기가 끊기는 당황스러운 순간들을 여러 번 만들었다. 그러나 사람을 일순간에 무장해제시키는 타고난 해피 바이러스도 여전해 인터뷰 내내 유쾌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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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종:량첸 살인기’는 연쇄살인사건에 관한 일생일대의 특종이 사상초유의 실수임을 알게 된 기자 허무혁(조정석)이 걷잡을 수 없는 상황 속에서 그의 오보대로 실제 사건이 발생하며 벌이지는 해프닝을 그린 작품이다. 이하나는 허무혁과 이혼을 결심한 아내 수진 역을 맡았다. 비중은 많지 않지만 스토리의 중요한 부분을 담당한다. 이하나는 영화 공개 후 수진을 ‘민폐 캐릭터’로 보는 관객들의 지적에 안타까워했다. 그는 구차한 변명을 하는 대신 작품과 노덕 감독에 대한 강한 신뢰감을 드러냈다.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정말 재미있었어요. 제 역할보다 작품의 매력에 푹 빠져 버렸죠. 허무혁이 위기를 극복해나가는 순간들을 손에 땀을 쥐고 읽었어요. 또한 평소 꼭 한번 일해보고 싶었던 조정석 오빠가 캐스팅됐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거부할 이유가 없었어요. 수진 캐릭터는 제가 처음 받은 시나리오와 다른 부분이 많아요. 원래 이렇게 수동적인 인물은 아니었어요. 그러나 감독님에게 아무 불평하지 않았어요. 감독님이 영화 전체를 보고 결정하신 거로 믿고 무조건 따랐어요. 내가 이미 선택했고 누군가는 해야 할 역할이잖아요.”

이하나가 연기한 수진은 사실 그의 전작들을 떠올려 본다면 새로운 도전에 가깝다. 이제까지 주로 연기해온 개성 넘치는 이미지와 매우 다른 현실적이고 전형적인 인물이다. 악역으로도 볼 수 있다. 이하나는 작은 비중에서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남다른 고민을 했다. 그럴 때마다 파트너 조정석과 노덕 감독이 큰 힘이 됐다.

사진=장동규기자 jk31@hankooki.com

“정석 오빠는 완벽주의자이면서 장난꾸러기예요. 연기할 때는 정말 몰입을 완벽히 하세요. 그러나 컷 소리가 나면 곧장 장난을 쳐요. 전 한참 연기하고 있는데 자기가 카메라에 안 걸리면 콧소리 내고 춤을 추는 등 짓궂게 장난을 쳐 정말 많이 웃었어요. 그런 여유가 어디서 나오는지 정말 신기해요. 분위기를 언제가 즐겁게 만드는 특별한 능력이 있으세요. 제 전공인 로맨틱 코미디에서 다시 만나고 싶어요. 노덕 감독님은 정말 의자하고 싶은 생각이 들 만큼 단단한 분이세요. 카리스마 넘치는 연출자이시고요. 촬영 중 제가 넘 힘들어할 때가 있었는데 감독님이 내 인생에서 받은 문자 중 최고로 긴문자를 보내주셨어요. 힘내고 날 믿고 따라달라고 하셨어요.”

‘특종:량첸 살인기’는 언론 시사 후 호평을 얻었지만 흥행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하나는 올 상반기 ‘특종: 량첸 살인기’와 KBS2 드라마 ‘착하지 않은 여자들’을 동시에 촬영하면서 연기자로서 잃었던 열정을 되찾았기 때문에 결과에 크게 연연해하지 않았다. 지난해 tvN 드라마 '고교처세왕'으로 컴백하기 전 3년 정도 연기자로서 휴지기를 가졌던 그는 ‘특종: 량첸 살인기’에서 조정석 이미숙 배성우 김의성, ‘착하지 않은 여자들’에선 김혜자 채시라 도지원 등 대선배들과 호흡을 맞추면서 배우로서 한 단계 성장했다.

사진=장동규기자 jk31@hankooki.com
“연기가 내 인생에서 결코 떼어낼 수 없는 부분이란 걸 두 작품을 촬영하면서 확실히 깨달았어요. 연기는 항상 촬영 전 100을 준비하면 50도 못 풀어내게 되더라고요. 그러나 노래는 준비를 많이 안해도 녹음실에 들어가면 더 많은 걸 분출할 수 있고요. 그래서 제가 연기를 계속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 빠졌었어요. 그러나 이번에 대선배님들과 작업을 하면서 연기에 대한 의욕이 다시 살아나고 열정의 불씨가 타오르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두 작품은 평생 잊을 수 없는 작품들이 될 것 같아요.”

영화 홍보 활동과 KBS2 드라마 스페셜 ‘짝퉁 패밀리’ 촬영으로 바쁜 10월을 보낸 이하나는 2015년 남은 두 달 동안은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계획이다. 그후 오랫동안 미뤄왔던 앨범 준비에 들어갈 예정이다. 연기자가 아닌 가수로서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아주 많다고.

“‘짝퉁 패밀리’ 반응이 좋아 넘 기뻐요. 제 팬들이 제가 이제까지 한 연기 중 최고라는 말씀을 해주시더라고요. 단막극의 매력을 확실히 알았어요. 영화 무대 인사가 끝나면 일단 가방을 쌀 거예요. 여행을 떠난 지 넘 오래 된 것 같아요. 유럽에 갈 예정이에요. 돌아다니면서 다시 채우고 와야죠. 그후 돌아와 앨범을 준비할 예정이에요. 항상 좋은 시기를 고민했는데 이제 때가 된 것 같아요. 여행을 떠났을 때 좋은 작품이 들어오면 어떡할 거냐고요? (잠시 고민한 후) 촬영장으로 돌아갈 준비를 해야 하지 않을까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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