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현주]1년 전 죽은 아내 살리려 고군분투하는 변호사 역
스릴러에 대한 애정이 많다보니 항상 쫓겨다니네요
극중 캐릭터와 달리 전 가족들의 전화는 무조건 받는다

사진=NEW
[스포츠한국 최재욱 기자] 실제로 처음 봤는데도 왠지 오래 전부터 알아온 지인을 만난 느낌이었다.

영화 '더 폰'(감독 김봉주, 제작 미스터로맨스) 개봉을 앞두고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손현주는 '국민 형님', '국민 삼촌'이라는 호칭이 어울릴 정도로 친근함 그 자체였다. 연기에 대한 순수한 열정과 인생을 정직하게 살아가는 바른 성품이 물씬 느껴져서 인터뷰 내내 따뜻한 온기가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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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폰'은 1년 전 살해당한 아내로부터 전화를 받은 남자가, 과거를 되돌려 아내를 구하기 위해 벌이는 단 하루 동안의 사투를 그린 추격스릴러. 손현주는 잘나가는 변호사였다가 아내가 살해당한 후 실의에 빠져 지내다 시간대가 흔들리면서 아내를 구할 기회가 생기자 온몸을 던지는 고동호 역을 맡았다. . '숨바꼭질'(2013), '악의 연대기'(2015)에 이어 이번에도 또 스릴러물이다. 스릴러 전문 배우라 불러도 무방할 듯하다.

"원래 스릴러란 장르에 대한 애정이 많아요. 주인공이 말도 안 되는 상황에 놓여 어떻게 해결해나갈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보는 걸 좋아합니다. 직업이 변호사든, 대통령이든 전 항상 쫓겨 다니네요. 저에게 편안하게 다가오는 역할은 없는 듯합니다. (웃음) 관객들이 제가 출연한 스릴러물을 좋아하는 이유요? 아마 늘 옆에 있는 사람 같기 때문이 아닐까요? 포장마차에 가도 건너 테이블에 앉아 있을 것 같은 사람이 힘든 상황에 놓이게 되니 더 감정을 함께 갖고 가는 거라고 봐요. (웃음)"

'더 폰'은 러닝타임 내내 잠시도 한눈 팔 틈을 주지 않고 관객과 적극적으로 두뇌게임을 요구하는 스릴러물이다. 현재와 과거가 교차되고 배경 곳곳에 복선들이 숨어 있어 스크린에서 잠시도 눈을 뗄 수 없다. 그러나 지극히 극적인 설정과 복잡한 구성 때문에 관객들이 감정선을 따라가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여기서 '믿고 보는 배우 손현주의 저력이 입증된다.

"처음엔 이야기가 완전히 이해되지는 않았어요. 연기자로서 풀어야 할 숙제가 많은 시나리오였어요. 그래서 촬영 시작되기 오래 전부터 고민을 많이 했어요. 최종 결론은 ‘감정을 더 리얼하게 가자’였어요. 적당히 가서는 관객들이 설득되지 않을 것만 같았어요. 감정뿐만 아니라 액션도 더 리얼하게 갔어요. 나이 때문에 관객들이 진심으로 걱정해주시는 것은 아는데 전 제가 직접 해야 직성이 풀려요. 대충 했으면 전 여기까지 못 왔어요. 그러다 부상을 입었죠. 갈비뼈 나가고 손톱이 빠졌지만 그건 제가 책임져야 할 몫이에요. 누구 탓을 하겠어요? 아무래도 차기작은 스릴러를 한번 쉬어야 할 것 같아요(웃음)"

손현주는 매 영화 촬영 때마다 동료 배우, 현장 스태프들과 함께 호흡하는 걸 중시한다. 이번에도 촬영기간에 촬영 현장 숙소에서 생활하며 팀워크를 맞췄다.

"영화 속에서 70% 이상 엄지원과 전화를 하는 장면인데 서로 연기를 맞추려면 촬영장을 떠날 수가 없었어요. 내가 있어야 모두가 편한 상황이었어요. 숙소 생활은 촬영에 집중할 수 있게 해줘요. 이번에는 숙소가 촬영장에 있어 더 좋았어요. 파주 헤일리 세트에서 주로 촬영했는데 1층이 촬영장이고 2층이 숙소였어요. 제작진이 촬영장 옆 모텔을 권했지만 전 스태프들과 함께 있고 싶었어요. 집에서 숙소생활 싫어하지 않냐고요? 몇 달 만에 보니 서로 더 애틋하고 좋던데요.(웃음)"

손현주는 인터뷰 내내 '더 폰'에서 삼각편대를 이룬 엄지원과 배성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엄지원은 아내 연수, 배성우는 살인사건의 키를 쥐고 있는 형사 역을 맡았다.

"엄지원은 분명히 자기 색깔이 있는 배우예요. 이번 영화를 촬영하면서 서로 도움을 주고받았어요. 지원씨가 서로 전화로만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연기하는 걸 부담스러웠는데 감독님이 촬영 전 녹음실에 가서 녹음을 해보게 하셨어요. 단독으로 하다가 둘이 함께 들어가기도 하고 한 사람이 밖에 나가는 등 해볼 수 있는 것은 다해보면서 전화 장면 연기에 대한 부담감을 덜었어요. 배성우는 여백이 많은 배우예요. 코믹스럽다가도 한순간에 공포스러운, 할 게 아주 많은 연기자예요. 기대가 많이 되는 친구입니다."

'더 폰'은 스릴러물이지만 '가족에 대한 사랑'을 강조하는 메시지도 명확한 작품이다. 일에 몰두하느라 아내와 가정의 소중함을 잠시 망각했던 한 남자가 그걸 찾기 위해 갖은 고생하는 모습을 통해 대한민국 가장들에게 경고한다. "가장들이여 술 먹느라 늦게 다니지 말고 아내의 전화는 반드시 받아라!"라고. 손현주도 영화가 주는 교훈을 확실히 깨달았단다.

"가족의 전화요? 전 원래 잘 받습니다. 촬영 중일 때 이외에는 다 받아요. 아이들한테 오는 것도 무조건 다 받으려 노력하죠. 특히 딸한테 전화가 올 때는 말을 더듬게 되더라고요. 왠지 사실을 말하는데도 거짓말하는 것 같더라고요.(웃음) 너무 쉬지 않고 일을 한다고요? 아이가 둘인데 열심히 벌어야죠. 사실 다른 가장들처럼 지칠 때가 있긴 있죠. 그럴 때 연극으로 배우 생활을 처음 시작할 때 초심을 떠올리면서 저를 채찍질합니다. '니 까짓 게 뭐 힘드냐고' 그 후 다시 마음을 다 잡고 촬영장에 갈 준비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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