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정] 영화 ‘비밀’에서 이정현 역 열연

“생각도 고민도 정말 많이 했던 캐릭터라 떠나 보내기 힘들어”

“성동일 선배, 존경하는 배우 중 한 분… 조언으로 얻은 것 많아”

영화 ‘비밀’에서 이정현 역으로 열연한 배우 김유정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스포츠한국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장동규 기자 jk31@hankooki.com)
[스포츠한국 최나리 기자] “거울 보면서 저도 깜짝 놀라요. 노력을 따로 하는 것도 아닌데 젖살이 확 빠진 것 같아요.”

여느 열일곱 소녀들과는 확실히 다른 느낌이었다. 애 어른이라고 느껴질 만큼 생각이 깊었다. 자신의 감정보다는 남을 먼저 생각하는 배려의 삶이 익숙하다는 배우 김유정. 어느 새 훌쩍 자란 외모처럼 아역 출신이라는 꼬리표는 일찌감치 떼낸 그는 이제 오롯한 여배우로서의 면모를 하나하나 갖추기 시작했다.

영화 ‘비밀’에서 이정현 역으로 열연한 배우 김유정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스포츠한국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장동규 기자 jk31@hankooki.com)
김유정이 영화 ‘비밀’(감독 박은경 이동하, 제작 영화사 도로시 SH기획)에서 내면의 아픔을 간직한 이정현 역을 맡아 풍부한 감정 연기를 선보인다.

극중에서 정현은 뜻밖의 사고로 엄마를 잃은 후 살인자가 된 친아버지를 대신해 형사인 양아버지와 함께 사는 소녀. 어린 시절 끔찍했던 기억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채 그대로 품고 살지만 겉으로는 전혀 내색 없이 평범한 삶을 이어 가기 위해 노력하는 속 깊은 인물이다.

“시나리오를 읽을 때부터 정현이라는 캐릭터에 강렬하게 끌렸어요. 그 안에 간직하고 있는 슬픔 등 감정들이 너무 매력적이더라고요. 역할과 친한 친구가 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죠. 고민도 많았고요. 이렇게 여러 생각을 준 역할이 처음이라 촬영이 끝난 후에 떠나 보내지 못하고 심적으로 힘들더라고요. 제 일부를 떼어내서 가져가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예전에는 연기를 할 때 본능적으로 임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 역할은 의문을 가지고 이해하려고 고심했기 때문에 저한테 더욱 특별한 것 같아요.”

영화 ‘비밀’에서 이정현 역으로 열연한 배우 김유정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스포츠한국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장동규 기자 jk31@hankooki.com)

김유정은 영화 속 우울하고 어두운 분위기와는 다르게 촬영 현장은 훈훈했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함께 출연한 동료배우들에 대한 고마움을 쏟아냈다.

“손호준 오빠는 친동생처럼 잘 대해 주셨어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서로 힘을 북돋워 주면서 촬영이 잘 진행될 수 있었죠. 성동일 선배 같은 경우에는 제가 언젠가 꼭 함께 작업하고픈 존경하는 배우 중 한 분이었어요. 과거에 드라마에서 스쳐 지나가듯 촬영한 적은 있었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한 화면 안에서 같이 연기 호흡을 맞출 수 있으니 정말 좋았죠. 조언도 많이 해 주셨어요. 연기자로서 도움이 되는 말은 물론 살면서 필요한 것들까지 챙겨 주셨어요. 이번 작품을 통해 만난 분들로 얻은 것이 많아요.”

일찍 시작한 연기자의 삶 속에 김유정은 감정을 다스리는 법도 빨리 깨쳤다. 실제 성격을 털어놓는 말들 속에 신중함이 드러났다.

“어린 시절부터 남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습관이 됐어요. ‘다른 사람은 어떻게 생각할까. 이래도 괜찮을까’ 이렇게 배려하는 것에 익숙해요. 주변에서 보면 답답한 부분도 있겠지만 제가 하는 일에선 필요한 부분이죠. 원하지 않아도 그럴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아직 제 속에 답답한 것을 풀어내는 방법은 잘 모르겠어요. 그래도 이런 (남을 배려하는) 방식이 더 좋은 부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드라마와 영화 등을 통해 당찬 연기를 선보인 것 외에도 김유정은 최근 음악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똑 부러지는 말솜씨를 뽐내고 있다. 때때로 선보인 춤과 노래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다른 분야에 대한 관심은 없었을까 물으니 다부진 대답을 내놨다.

“현재로서는 연기 외에 다른 분야를 생각해 본적이 없어요. 진행자 경험도 나중에 더 컸을 때 혼자서 무언가를 잘 해내기 위한 발판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편하게 제일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으려고 노력 중이에요.”

연기의 대한 재능을 인정받으며 이제는 칭찬과 호평에도 익숙할 법 하건만 쑥스러운 미소를 짓던 김유정은 향후 계획에 대해서도 남다른 생각을 전했다.

“제가 연기에 특별히 재능이 있다기보다는 꾸준히 연기를 해오고 있으니까 재능이 있구나 하고 봐주시는 것 같아요. 저에게 연기는 안 하면 허전하고 늘 붙어 있어야 하는 존재이거든요. 제 꿈은 스타가 아닌 배우예요. 물론 스타가 되면 좋겠지만 그 자리가 좀 무섭다는 느낌도 들어요. 꽃 중에도 화려하진 않아도 은은하게 향이 퍼져나가는 꽃이 있는 것처럼 저도 진짜 배우가 되고 싶어요. 대중들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해 많은 작품을 통해서 끊임없이 배우고 알아가려고요. 과정들이 힘들면서도 재미있어요.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든든한 기둥을 어떻게 하면 잘 세울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며 열심히 연기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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