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균] 영화 ‘성난 변호사’ 변호성 역 열연

“법정 장면 부담 많았지만 공들인 만큼 잘 나와”

“검사인 친구 조언도 받아… 파격 복장 등 캐릭터 설정 위해 연구”

영화 ‘성난 변호사’에서 변호성 역으로 열연한 배우 이선균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스포츠한국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스포츠한국 최나리 기자] 가히 믿고 보는 배우다. 로맨틱 가이로 달달함을 한껏 풍기는가 하면 일순간 버럭 하며 욱하는 모습도 무리 없다. 더구나 짜증내는 연기는 그야말로 독보적이다. 이처럼 맡는 캐릭터마다 자신의 옷을 입은 듯 자연스럽게 선보이는 배우 이선균이 이번엔 독특한 변호사로 변신을 꾀했다.

지난해 영화 ‘끝까지 간다’(감독 김성훈)로 좋은 반응을 얻었던 이선균은 1년 4개월여 만에 영화 ‘성난 변호사’(감독 허종호, 제작 CJ엔터테인먼트, 빛나는 제국) 로 스크린에 복귀했다.

영화 ‘성난 변호사’에서 변호성 역으로 열연한 배우 이선균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스포츠한국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성난 변호사’는 용의자만 있을 뿐 시체도 증거도 없는 살인사건을 맡아 승소를 100%를 확신하는 순간, 시작된 반전에 자존심을 짓밟힌 에이스 변호사 변호성(이선균)이 벌이는 통쾌한 반격을 그린 영화다.

무엇보다 극중에서 이선균은 대중들이 익히 알고 있는 변호사의 모습이 아닌 옷 차림부터 남다른 파격적인 캐릭터를 선보이며 종횡무진 활약을 선보인다.

전작들에 이어 또다시 개성 넘치는 새로운 캐릭터를 탄생 시키며 대중들의 시선을 단박에 사로잡은 배우 이선균. 그와 만나 유쾌하면서도 진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영화 ‘성난 변호사’에서 변호성 역으로 열연한 배우 이선균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스포츠한국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 허종호 감독과는 한국예술종합학교 동문이더라 영화 선택의 이유가 됐나?

“전작 ‘끝까지 간다’가 잘돼서 저한테 시나리오를 준 게 아닐까요?(웃음) 사실 예전에 허 감독과 영화를 한 번 같이 하려고 했다가 안 된 적이 있었어요. 당시 아쉬움이 컸고요. 동문이기 때문에 영화 출연을 결정한 것은 아니에요. 도전할 여지가 많았던 작품이죠. 주변에 꾸준히 영화를 하는 친구들이 많지 않은데 제가 도움을 줄 수 있는 계기가 되어서 좋게 생각해요”

▲ 절친 사이의 감독과 배우, 장단점은 과연 뭐라고 생각하는지?

“작품으로 처음 만나는 사이일 경우에는 대부분 서로 마치 탐색전처럼 눈치도 보면서 조율 기간을 갖는데 그럴 필요가 없으니 좋았죠. 다만 서로를 너무 잘 알다 보니까 가끔씩 “어? 변했네” 이런 생각이 들 때도 있긴 해요. 일단 이번 작품은 허 감독에게도 절박했고 저도 책임감을 많이 가진 작업이었어요. ‘후회 없이 하자’라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 대사 호흡도 길고 직업상 전문용어도 많이 나온다. 캐릭터를 위해 중점 둔 부분은?

“법정 장면이 부담 많이 됐지만 공들인 만큼 잘 나왔어요. 이 영화가 100% 리얼 법정 장르는 아니기 때문에 여러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강했죠. 파격 복장이나 튀는 캐릭터 설정 같은 경우에는 연구를 거듭했어요. 현직 검사인 친구에게 실제로 어느 정도 허용선이 되는지 조언을 얻기도 했고요. 머리 스타일은 분장 팀장님께서 콘셉트를 잡아 주셨고 선글라스, 슈트, 운동화 등은 감독님과 의견 나누며 만들어 갔어요. 나중에는 ‘빅뱅 스타일처럼 좀 더 가도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더라고요(웃음). 대사 표현의 경우에는 ‘사람들을 매혹시키고 내 편으로 만든다’ 라고 생각했어요, 목사님의 설교나 홈쇼핑 쇼 호스트, 토크쇼 등 챙겨 보면서 참고했고요. 밀당 하듯이 강약을 조절하면서 연기에 임했죠.”

▲ 영화 속에서 액션신도 심심찮게 등장하던데 기억나는 에피소드는 없나?

“지하철 추격신이 짧게 효율적으로 찍은 장면이에요. 원래는 한 여대 옷 가게 등에서부터 쫓기는 장면을 넣는 것이었는데 촬영 도중 회의에서 수정된 부분이에요. 다른 장면과 겹치지 않게 깔끔하게 촬영된 것 같아요. 제가 좋아하는 장면 중 하나랍니다.”

▲ 그간 의사, 셰프 등 유독 전문직 연기와 인연이 깊은 것 같다. 역할을 만드는 데 비결이 있다면?

“일단 어떤 역할이든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편해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봐요. 캐릭터마다 어색하지 않도록 접근 방식도 다 다르고요. 어느 순간 현장과 역할이 딱 붙는 시기가 있는데 그건 대본을 많이 본다고 되는 게 아닌 것 같더라고요. 돌이켜 보면 드라마 ‘파스타’에서 맡은 셰프 역할이 기억에 많이 남아요. 지금은 셰프라는 직업이 유명하지만 당시만 해도 생소했거든요. 남자 주인공을 처음했던 시기라 부담도 컸고요. 드라마도 잘됐고 셰프라는 단어를 대중화 시키긴 했지만 민망해서 다시 보기를 못하겠어요.(웃음)”

▲ ‘짜증 연기의 스칼렛 요한슨’ 별칭이 있더라. 실제 본인 성격은 어떠한가?

“제가 해온 모든 연기 안에 제 자신이 다 들어 있는 것 같아요. 드라마적 판타지가 있는 로맨틱 가이, 홍상수 감독님 영화 속 지질한 남자 등은 모든 남자들에게도 조금씩은 다 있지 않을까 싶고요. 특히 제 짜증 연기 부분은 대중들에게 잘 이해받은 느낌이에요. 그래서 별명도 붙여 주신 것 아닐까 생각해요.”

▲아내인 배우 전혜진이 영화 ‘사도’로 상승세를 타며 활약 중이다. 아내를 동료 배우로 볼 때의 느낌은?

“아내는 원래부터 좋은 배우예요. 배우로 타고 났죠. 대학로 시절부터 훌륭한 배우였고요. 아는 사람들은 잘 아는 욕심이 없고 잘 드러내지 않는 성격이에요. 예전엔 제 타이틀도 ‘전혜진 남자 친구’이었고요. 지금은 전세가 역전된 거죠.”

▲ 연기 외에 다른 도전도 생각해 본 적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장르적으로도 영화만 하겠다는 고집은 없어요. 타이밍 등 여러 가지가 맞으면 다른 도전도 해 보고 싶어요. 연출자로의 욕심도 있었는데 오랫동안 한길만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미안한 느낌도 들더라고요. 일단은 배우로서 보는 눈과 연기력을 더 키우고 나서 생각하려고요.”

▲ 끝으로 ‘배우가 되길 잘했다’ 라고 느낀 적은 언제였나?

“솔직히 제가 배우의 외모나 기질을 가진 건 아닌 것 같아서 (배우를) 해도 되나 하는 생각을 한 적도 있어요. 무엇보다 고마운 것은 제가 배우가 아니었으면 이렇게 끊임없이 나를 돌이켜 보며 반성하게 하고, 움직일 수 있었을까 싶어요. 이런 시간들은 배우이기 때문에 가능한 거죠. 배우가 되길 참 잘했다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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