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우] '탐정, 더 비기닝'서 추리광 아빠 강대만 열연
액션연기는 성동일 선배에게 맡기고 이번엔 말발로 웃음담당
중국에서 꾸준한 인기는 감사할 따름이다

사진=장동규기자 jk31@hankooki.com
[스포츠한국 최재욱기자] 불혹을 넘긴 나이가 믿어지지 않았다. 영화 ‘탐정, 더 비기닝’(감독 김정훈, 제작 크리픽쳐스) 개봉을 앞두고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권상우는 여전히 ‘청춘의 심볼’이라 불러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에너지가 넘쳤다.

눈가에 주름이 조금 늘었지만 20대 때 의 싱그러움은 여전히 유지하고 있었다. 은연중에 가족 이야기가 나와야 그가 두 아이의 아빠임을 실감할 수 있을 정도로 여전히 ‘청년의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사진=장동규기자 jk31@hankooki.com
‘째째한 로맨스’를 연출한 김정훈 감독의 두 번째 영화 ‘탐정, 더 비기닝’은 한국의 셜록을 꿈꾸는 추리광 강대만(권상우)과 광역수사대 형사 노태수(성동일)의 비공개 합동 추리작전을 담은 코미디 영화.

권상우는 이 영화에서 두 아이의 아빠이자 만화방 주인인 강대만 역을 맡았다. 강대만은 경찰이 되고 싶은 꿈을 못 이루자 국내 최대 미제살인사건 카페를 운영하고 프로파일링 동호회 회장으로 활동하면서 대리만족을 하는 독특힌 캐릭터다. 이제까지 멋진 남자만 연기한 권상우가 아내 눈치를 보면서 몰래 수사현장을 기웃거리는 찌질한 남자를 연기해 유쾌한 웃음을 자아낸다.

"우선 시나리오도 재미있었지만 강대만이란 인물이 새로웠어요. 연쇄살인사건을 추리해가는 과정보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가 눈길을 끌었죠. 누가 연기해도 관객을 웃길 만한 캐릭터였지만 제가 표현하면 새롭게 보일 수 있겠다는 느낌이 왔어요. 멋있는 남자의 모습은 언제든지 다시 보여드릴 수 있어요. 이제는 역할에 좀더 유연해질 필요성이 있는 것 같아 출연을 결정했었어요. 실제 두 아이의 아빠니까 강대만에 좀더 편하게 접근할 수 있었어요. 영화를 본 지인들이 오랜만에 '동갑내기 과외하기'의 유쾌함을 볼 수 있었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제가 잘할 수 있는 코믹장르인 것도 용기를 낼 수 있는 요인 중 하나였어요."

사진=장동규기자 jk31@hankooki.com

영화 속에서 강대만은 친구의 누명을 풀어주기 위해 노태수 형사의 수사에 억지로 동참한다. 처음에는 아웅다웅 하다가 나중에는 서로 손을 잡고 사건을 해결해가는 권상우와 성동일의 연기 케미스트리(화학작용)가 큰 웃음을 선사한다. 연쇄살인사건 수사이기에 권상우가 또다시 터프한 액션 연기를 선보일 것 같지만 액션은 성동일 담당이다. 권상우는 행동보다 입으로 사건을 해결해나간다. 권상우는 성동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존경심과 애정이 가득한 눈빛으로 특유의 시원한 미소를 지었다.

"액션 연기 진짜 제가 하고 싶었죠. 강대만이 진짜 형사가 아니기에 영화 속에서 오토바이 타고 잠시 추격하는 장면 이외에는 액션을 할 게 없었어요. 성동일 선배님이 대신에 뛰고 달리고 맞고 물에 빠지고 정말 고생을 많이 하셨어요. 만날 감독님에게 '상우가 몸 좋으니 나 말고 얘 시키라'라고 투덜대셨어요. 그러면서도 매 장면 열정 넘치게 연기하시더라고요. 정말 존경스러웠어요. 성동일 선배님은 유부남으로서 변화를 줘야 하는 현재의 저의 시점에서 항상 롤 모델로 생각했던 분이세요. 그 위트와 센스를 본받고 싶어요. 우리 둘이 섰을 때 어떻게 봐주실까 궁금했는데 대부분 잘 맞는다고 칭찬해주시더라고요. 완성된 영화를 보니 제가 봐도 잘 맞는 것 같아요."

강대만은 영화 속에서 매우 유쾌하고 재미있는 인물로 나오지만 그 이면은 매우 슬프다. 가장이기에 가족을 위해 자기의 꿈을 누르고 일탈을 꿈꾸는 모습은 우리 시대 아버지들의 자화상이다. 국내외를 아우르는 톱스타이자 두 아이의 아빠인 권상우는 현실에 얼마나 만족하고 있는지 갑자기 궁금해졌다.

"글쎄요. 누구나 강대만처럼 결핍은 있겠죠. 그래서 많은 분들이 다른 것에 대리만족하며 살아요. 저는. 내가 가진 걸 과장해 말씀 드리는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지금은 전 정말 아무 걱정이 없어요. 더할 나위 없이 좋아요. 항상 딱 지금만 같았으면 좋겠어요. 다 와이프(배우 손태영) 덕분이에요. 와이프가 노력해줘 제 삶이 더 풍요로워졌어요. 셋째 낳을 생각 있냐고요?(웃음) 애를 참 좋아하긴 해요. 그러나 전 와이프가 더 소중해요. 애 키우는 게 정말 보통 일이 아니에요. 둘만 있어도 충분히 행복합니다."

권상우는 아무리 후배들의 영향력이 커졌다고 해도 여전히 중과 일본을 아우르는 최고의 '한류스타' 중 한 명이다. 올해 중국 최고 스타 장우기와 영화 '적과의 허니문' 촬영을 마쳤고 차기작도 중국 작품이 될 공산이 크다. 현재도 드라마와 영화의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권상우는 한국 작품, 특히 영화에 대한 갈증을 털어놓았다. 그래서 '탐정, 더 비기닝'의 흥행에 대한 기대감이 남다르다. '영화를 어떻게 봤느냐'고 묻던 권상우는 경쟁작들에 대한 경쟁심을 피력했다.

"2등 전략을 유지해서 오래 가는 것도 좋지만 1등도 해볼 만해요. 추석 연휴에 온가족이 아무 부담 없이 볼 만한 오락 영화라고 자부합니다. 수치를 말하고 싶지는 않아요. 그냥 '탐정, 더 비기닝'의 속편이 만들어질 수 있을 만큼만 관객이 들었으면 좋겠어요. 강대만 캐릭터가 정말 매력적이었는데 다시 한번 연기해보고 싶어요. 중국 시장은 정말 감사할 따름이에요. 배우로서 저의 모래시계가 떨어져 가는 상황에서 중국 시장의 러브콜은 저에게 감사한 기회죠. 그냥 저를 찾아주는 게 신기하고 가서 일하는 게 저에겐 유쾌한 도전이에요. 그래서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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