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경]'오피스'서 알파걸 홍지선 대리 역 맡아 강렬한 연기
영화 촬영 후 직장인들에 대한 존경심 더욱 커졌다
결혼은 아직 먼일! 연애보다 일이 잼있어요

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스포츠한국 최재욱기자] 한결같은 성실함이 온몸에서 흘러나왔다. 영화 ‘오피스’(감독 홍원창, 제작 영화사 꽃)의 개봉을 앞두고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류현경은 아무 말을 하지 않아도 신뢰감이 물씬 느껴졌다.

13살 때인 1996년 데뷔해 연기를 시작한 지 내년이면 20년. 수많은 작품에서 역할의 크기와 상관없이 항상 최선을 다하는 연기로 대중들의 신뢰를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다. 주어진 역할에 만족하고 매일 아침 촬영장에 나갈 수 있는 걸 항상 감사해하는 진정한 배우로 성장해가고 있다.

류현경은 올해 Mnet 드라마 ‘더 러버’와 영화 ‘나의 절친 악당들’, ‘쓰리 서머 나잇’을 쉼 없이 선보이며 바쁜 나날을 보냈다. 역할에 상관없이 강렬한 존재감을 뿜어내며 영화팬 들의 눈도장을 받았다.

류현경이 올 여름 선보일 '오피스'는 평범한 직장인 김병국 과장(배성우)이 자신의 가족을 무참히 살해하고 회사로 돌아간 후 자취를 감추고, 그의 팀원들이 한 명씩 살해당하는 의문의 사건을 그린 공포 스릴러물. 류현경은 직장 내에서 능력을 인정받는 ‘알파걸’ 홍지선 대리 역을 맡았다. 약육강식 논리가 지배하는 직장 내에서 여주인공인 인턴사원 이미례(고아성)와 선한 성품의 김병국 과장을 무시하는 캐릭터다. 류현경은 생활 냄새 나는 캐릭터가 마음을 끌어 출연을 결정했단다.

“시나리오가 정말 재미있었어요. 또한 저한테 내 나이에 맞는 이런 직장인 역할이 들어오는 게 드물어요. 또한 저에겐 워커홀릭이나 완벽주의자 역할도 안 들어오는데 제안이 들어와 정말 느낌이 새롭더군요. 이런 역할을 제가 하면 어떨까 호기심이 들었고 인물별로 캐릭터가 현실감 있게 그려진 게 신선해 출연을 결정했어요.”


류현경은 천성적으로 보헤미안 기질이 강한 성격. ‘오피스’에서 연기한 홍지선 대리처럼 룰을 중요하시하고 일에만 빠져 사는 캐릭터와는 대척점에 서 있는 사람이다. 그는 홍지선 대리를 연기하면서 직장인들에 대한 존경심이 생겼단다.

“고깃집이나 커피숍에서 알바는 해봤지만 직장을 다녀본 적이 없어요. 이번 영화를 찍으면서 직장인들이 얼마나 많은 압박감과 스트레스를 받고 사는지 알 수 있었어요. 또한 야근을 한 후 아침 일찍 일어나 회사에 출근한다는 게 정말 힘들 거 같더라고요. 직장인들에 비교할 수 없지만 ‘오피스’ 촬영장도 직장 같이 움직였어요. 아침 일찍 슛 들어가 저녁 늦게 퇴근하는 게 직장 같더라고요. 전 그것도 정말 힘들었어요. 직장인들은 모두 슈퍼맨이세요.”

류현경이 가장 마음에 들어 하는 장면은 홍지선 대리가 분노조절장애가 있는 부장 김성규(김의성)에게 제대로 대들고 사표를 내는 장면. 그러나 김부장의 문자를 받고 회사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직장인의 비애를 더욱 실감나게 경험했다.

“정말 부장에게 대들면서 연기할 때 속이 정말 시원해지더라고요. 마음 같아선 더 퍼부어 주고 싶었어요. 그건 의성 선배님이 정말 얄미운 연기를 잘 표현해주셨기 때문이에요. 보고만 있어도 미워질 정도였다니까요. 그러나 나중에 문자받고 돌아갈 땐 정말 속이 상했어요. 저 같으면 절대 안 가고 때려 쳤을 거예요. 소리 지르고 나오면서 번호도 바꾸고요. 돌아간 건 아마 미운 정 때문일 거예요. 그래도 함께한 시간이 얼마나 많았겠어요. 자신이 그만둬 힘들 거라는 생각을 한 거겠죠. 그걸 보면 홍지선은 나쁜 사람이 아니에요. 살기 위해 피의자가 됐지만 동시에 피해자인 셈이죠.”

류현경은 영화 후반부 화장실에서 아수라장이 되는 액션신도 선보인다. 처참하게 칼을 맞고 유명을 달리하는 것. 그러나 처음에는 다른 방식으로 살해당할 예정이었다. 류현경의 제안으로 영화의 백미로 꼽히는 홍지선 대리 살해 장면이 완성됐다.

“처음에는 변기에 얼굴을 박혀 죽는 설정이었어요. 그러나 제가 감독님께 칼이 이 영화의 중요한 의미인데 칼로 찔려 죽고 싶다고 말했는데 흔쾌히 들어주셨어요. 여러 번 처참하게 찔리는 장면인데 구두를 신고 있고 쓰러지면서 칼을 맞으니까 진짜 힘들었어요. 나중에 몸이 정말 아프더라고요.”

홍지선 대리는 영화 속에서 류현경의 강렬한 연기로 임팩트 있게 퇴장했다. 그러나 모든 스포트라이트는 여주인공을 맡은 한참 어린 후배 고아성이 받고 있다. 역할에 대한 아쉬움은 없을까. 그러나 그건 어리석은 우문이엇다. 류현경은 이미 어느 경지를 넘어선 상태였다.

“저는 작품을 선택할 때 역할의 크기에 연연해하지 않아요. 내 일하는 스타일 자체가 작은 역할도 주인공처럼 연기하는 거죠. 20대 초반 때만 해도 조바심이 날 때가 있었죠. 그러나 지금은 모든 것에 감사할 따름이에요. 지금은 좋은 작품에서 내가 해낼 수 있는 역할이 있다는 자체에 만족해요.”

류현경은 나이도 이제 서른셋. 결혼 적령기를 넘어서고 있다. 일년에 네다섯 작품을 해내고 있으니 연애를 할 시간도 부족해 보인다. 결혼 이야기가 나오자 고개를 절레절레 젓더니 “아무 생각이 없다”고 답했다. 현재 연애도 휴업 중이다.

“이제 이 나이에 사람을 만나면 무조건 결혼을 염두에 둬야 하니 사람을 만나기 두렵더라고요. 결혼은 아직 전혀 생각이 없어요. 아직 일이 넘 좋고 외롭지가 않아요. 아버지는 결혼을 재촉하시지만 어머니는 나중에 해도 된다고 말씀하세요. 그러나 독신주의자는 아니에요. 운명적인 상대가 언젠가 나타날 거로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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