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다니엘. 사진=김봉진 인턴기자 multi@hankooki.com
[스포츠한국 장서윤기자] "'배우 생활을 계속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맴돌던 시기에 만난, 제게는 기적같은 작품이에요."

올해로 꼭 데뷔 10년을 맞은 최다니엘에게는 아직도 해사한 소년다움이 감지된다. 27일 개봉한 영화 '치외법권'(감독 신동엽)에서 첫 액션 연기에 도전한 그는 언뜻 보면 천방지축이지만 사건 앞에서는 정의감에 불타는 강력계 형사 유민 역을 맡았다. 영화에서 그는 비밀 수용소를 건설해 사람들을 납치, 폭행하는 범죄를 일삼는 지하조직 보스와 호쾌한 대결을 펼친다.

최다니엘. 사진=김봉진 인턴기자 multi@hankooki.com
말보다는 주먹이 앞서는 프로파일러 정진(임창정)과 콤비 플레이에 나선 유민은 성충동 장애 전력이 있는 조금은 삐딱한 B급 기질이 충만한 형사다. 만듦새가 충실하고 플롯 등 기본 구조가 잘 깔린 작품은 아니었지만 "연기하면서 만들어가는 재미를 한껏 느꼈다"는 그에게서는 그저 연기에만 충실한 배우를 넘어서 작품을 함께 창조해가는 크리에이터의 느낌이 읽혔다.

"처음부터 준비가 잘 돼 있는 작품은 아니었어요. 비유하자면 할리우드식 주성치 영화 같은 느낌이죠. 플롯은 좀 엉성한데 액션은 꽤 수준급이고, 감칠맛이 있다고 할까요? 한마디로 '희한한 매력'이 있는 영화인데 저는 이런 B급 정서가 마음에 쏙 들더라고요."(웃음)

실제로 영화에서 임창정과 최다니엘 두 콤비는 쉴 새 없이 뛰고 구르고 싸우고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하는' 액션을 펼친다. 전라북도 전주, 임실 등지에서 한겨울에 촬영한 액션 장면은 별다른 대역 없이 대부분 직접 소화했다.

최다니엘. 사진=김봉진 인턴기자 multi@hankooki.com

"저나 (임)창정이 형이나 감독님 모두 액션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에요. 괜찮은 장면을 찍을 수 있을거란 기대를 안했는데 서로 한겨울 추운 맨바닥에서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를 내면서 만들어낸 한 장면 한 장면이 열악한 상황에서 예상 밖의 것을 만들어내는 재미가 있었어요. 그렇게 완성된 작품을 보니 뭐라고 설명할 순 없지만 나름의 매력이 있어요. 정말 섹시한 남자, 여자가 아닌데도 묘한 매력이 있는 사람들처럼 순수함도 보이고,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영화가 나왔다고 할까요?"

물론 첫 도전한 액션이 녹록지는 않았다. 스스로 "몸이 말할 수 없이 뻣뻣하다"고 평가하는 그는 "아무래도 촬영 전 연습이 많이 필요할 것 같아 집에서 혼자 발차기 연습을 하다 갈비뼈에 금이 갔어요. 처음에는 그냥 안 쓰던 근육을 쓰다 담이 걸린 줄 알고 마사지 받고 파스를 붙였는데 나중에 금이 갔다는 걸 알고 깜짝 놀랐죠"라고 들려준다.

최다니엘. 사진=김봉진 인턴기자 multi@hankooki.com
그래도 생애 첫 액션 도전을 성공적으로 마쳤다는 데서 남다른 뿌듯함이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2~3년 전부터 무릎에 물이 차는 증상으로 한때는 걷기도 어려울 정도로 힘든 시간을 겪었다.

"몇년 전부터 무릎이 아파서 많은 움직임이 없는 역할을 맡거나 DJ 활동 등으로 일을 해왔어요. 재작년 KBS2 드라마 '학교 2013'을 마칠 때쯤에는 증상이 꽤 악화됐었죠. 그러다보니 많이 위축됐고, 연기를 그만둘까도 생각했어요. 그 때 친형이 '연기를 계속 했으면 좋겠다'고 적극적으로 얘기해줘서 다시 용기를 얻었죠. 이후 치료를 꾸준히 받으면서 지금은 많이 나아졌는데, 걷기도 힘들어하던 제가 액션 영화를 찍은 건 스스로에겐 기적같은 일이에요."

그렇게 만난 작품이기에 대본에는 없던 전라 장면을 먼저 제안할 정도로 애착을 가졌다. 영화 초반에 형사 유민의 사건 해결 장면에서 최다니엘은 과감하게 옷을 벗어던지는 선택을 했다.

"만일 노골적으로 의도를 가진 노출 장면이었다면 안 했겠지만 영화 안에 잘 녹아들어서 재미를 배가시킬 수 있겠다는 생각에 먼저 감독님께 제안했어요. 생각보다 자유롭고, 편안하더라고요."

영화 '공모자들'에서 호흡을 맞췄던 임창정과 함께 한다는 점도 그에게는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임)창정이 형은 배우이기 이전에 좋아하는 형이에요. 서로 아껴주면서 경쟁이 아니라 서로를 빛날 수 있게 하는 사람이기도 하고요. 그의 센스나 기발함, 코믹 연기의 호흡이나 템포같은 부분에서는 천재적인 재능을 느껴요. 그런 게 서로 어우러져서 한국영화 사상 정말 '골때리는 영화'가 나왔다고 생각해요."

그럼에도 "서로 친분이 없었으면 현장에서 아마 난장판을 만들었을지도 몰라요"라며 지난했던 촬영장 분위기를 들려주며 웃는다.

올해로 데뷔 10년, 서른을 맞은 그는 연기를 대하는 태도도 이전과는 사뭇 달라졌다. 통신사 CF모델과 KBS2 '그들이 사는 세상' MBC '지붕뚫고 하이킥' 등을 거치며 핫한 청춘 스타로 눈도장을 찍은 그는 한때는 트렌디한 이미지가 부담스러웠다고 솔직히 들려준다.

"사실 초반에는 갑작스럽게 인기를 얻은 게 좀 창피하기도 했어요. 인기스타가 되고 싶었던 건 아닌데 연기보다는 다른 쪽으로 화제가 되는 것 같아 못내 속상하기도 했죠. 지나고보니 그 때는 그 때만이 할 수 있었던 게 있었던 거죠. 이제 서른 고개를 맞으니 진짜 '연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요"

그래서 앞으로 맞을 30대는 두려움보다는 설렘이 앞선다.

"고비를 한번 넘은 만큼 앞으로 새로운 연기도 도전할 수 있을 것 같고, 나이가 들면서 나올 저도 모르는 제 모습이 기대돼요. 개인적으로 남성미 짙은 역할이 좋은데, 폼잡고 멋부리는 거 말고요. 위트 있으면서도 호쾌한 액션에 많이 끌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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