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한국 조현주기자] 두 남자가 우스꽝스러운 화장에 찢어진 민소매를 입고 자아도취 멘트를 서슴없이 한다. "여자들, 종이처럼 날 향한 마음을 접어"라는 다소 염치없는(?) 대사를 내뱉은 뒤 "니글니글니글~"이라는 음악 소리에 맞춰 온 몸이 뒤짚히는 격한 웨이브를 선보인다. KBS 2TV '개그콘서트'의 간판 코너인 '니글니글'로 제 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송영길과 이상훈이다.

지난달 28일 개최된 제 3회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BICF)' 개막식에서 피날레를 장식한 '니글니글'의 두 주역, 송영길과 이상훈을 만났다. 매주 '개그콘서트' 코너 시청률 1위를 차지함은 물론 '니글니글'에 나오는 원곡인 제이슨 데룰로의 '위글'을 온라인 음원 차트 순위에 올리는 등 현재 '니글니글'은 대중들의 큰 관심을 얻고 있다. 송영길과 이상훈 역시 프로그램의 큰 인기에 감격했다. 그러나 역시 이들은 개그맨이었다. 시종일관 위트와 유쾌함을 잃지 않았다.

▲ '니글니글'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상훈) "너무 감사하다. 우리가 이렇게 사랑을 받아도 되나 싶다. 사랑받다가 금방 식을 걸 안다. 과거 '감사합니다' 코너가 잘 됐었다. 그런데 이렇게 떨어져도 되다 싶을 정도로 인기가 뚝 떨어졌다. 다시 사랑받아서 감사하다. 아이들에게 인기도 높아졌다. 길을 지나가면 '니글니글' 아저씨라고 부른다. 와서 와락 안기기도 한다. 아이들이 반감 없이 안겨 뭉클하다."

=(송영길) "이상하다. 나를 보면 아이들이 운다. 다가오지도 않는다. 사진을 찍으려고 하지도 않는다."

▲ '니글니글' 탄생 비화가 궁금하다

=(송영길) "살 빼려고 복싱을 배웠다. 체육관에서 줄넘기를 하는데 '위글'이 나오더라. 신곡인 줄 알고 다른 개그맨들이 쓰기 전에 빨리 쓰고 싶었다. 알고 보니 나온 지 1년도 더 됐더라. 그러고 나서 곡을 계속 들었다. 어떤 그림으로 개그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혼자서 할지, 여자랑 할지 생각하다가 이상훈 형이 딱 떠올랐다. '핵존심'에서도 강하고 부담스러운 캐릭터로 여성분들의 반응을 이끌어 낸 적이 있었다."

=(이상훈) "원래부터 영길 선배와 친했다. 함께 호흡을 맞춰보고 싶었는데 먼저 음악과 춤을 가지고 와서 같이 하자고 했다. 음악을 듣고 춤을 추는데 필(feel)이 왔다. 한두 달 심도 있게 만졌다. 느끼한 콘셉트로 갈지 허세남으로 갈지 고민을 했다. 그러고 나서 김기열 선배에게 보여줬는데 재미있다고 했다. 원래 정말 칼 같은 선배다. 재미없는 건 딱 재미없다고 한다. 이제 됐다 싶었다. '니글니글' 첫 방송 때 올해 들어 가장 큰 박수와 환호성과 웃음이 나왔다. 영길 선배에게 고맙다고 했다. 최근에 아이패드를 선물해줬다. 그런데 나는 못 받았다."

▲ '니글니글' 원곡이 음원차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이상훈) "제이슨 데룰로 형님에게 죄송하다. 이 자리를 빌려 심심한 사과의 말을 전하고 싶다. 원래 멋있고 섹시한 곡이다. 걸그룹들이 그 음악에 맞춰 춤을 췄는데 우리가 너무 난장판을 피웠다."

▲ '부산국제코디미페스티벌'에서 외국 공연도 많이 봤을 텐데? 느끼는 것이 있나?

=(이상훈) "확실히 시야가 넓어지는 느낌이다. 우리는 말을 하다가 꺾이는 포인트에 반전을 주는 콩트로 웃긴다면 외국 개그맨들은 스킬이 많다. 부단히 연습을 해야 하는 마술 느낌의 개그를 보여준다. 우리는 그런 기술적인 부분이 부족하다."

=(송영길) "외국 코미디는 퍼포먼스 위주이기 때문에 어느 나라에 가도 할 수 있다. 한국인들만 느낄 수 있는 공감대를 떠나서 말없이도, 언어가 맞지 않아도 웃길 수 있는 걸 연구해야 되지 않을까 한다."

▲ 해외 진출 생각은 없나?

=(이상훈) "지금은 생각 없다. 한국에서 돈도 못 벌고 있다."

=(송영길) "일단 우리나라에서 열심히 하겠다. 해외에서 망해도 돌아올 때는 있어야 하지 않겠나."

▲ '개그콘서트' 위기론이 끊임없이 대두되고 있다. 위기라는 말에 공감하나?

=(이상훈) "사실 '니글니글'이 '개콘'의 간판 코너가 되면 안 된다. 쉬어가는 코너가 돼야 한다. 메인 코너가 많이 나와야할 것 같다. 열심히 하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들의 웃음 수준이 너무 높아졌다. 머리싸움이다. 그분들이 예상하지 못하는 걸 찾아야 하는데 요즘 시청자들에게 수가 많이 읽힌다. 능력 부족이라면 부족이지만 정말 열심히 아이디어를 짜고 있다. 열심히 하다보면 다시 알아주고, 떠나셨던 분도 돌아오지 않을까 한다. 다시 치고 올라갈 시기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송영길) "선후배들 다 열심히 하자는 분위기다. KBS 방송 심의가 정말 엄격한데, 이렇게 웃기는 건 잘하는 거다. 단어 하나에 웃음의 강도가 약해지는데 그걸 끌어안고 간다. 우리는 지금 서로 터치를 못한다. 게이 코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전혀 그런 내용이 아닌데 아예 말 나오는 걸 방지하지 위해 서로 터치를 안하고 있다. 손발이 묶여 있다."

=(이상훈) "열심히 하는 것보다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열심히 하면 결국 잘하지 않을까 한다. 개그맨들은 항상 모여서 개그 이야기만 한다. 오직 개그 생각뿐이다. 재미없는데 재미있다고 구걸하지 않겠다. 하지만 색안경은 끼지 않고 봐줬으면 한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