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석. 사진=와이트리미디어 제공.
[스포츠한국 장서윤기자] "시작할 땐 예상도 못했는데 날개를 단 느낌이에요. 제 친구들이 이젠 애도 한둘씩 있고, 회사에선 과장급 정도 되는데 그런 '아저씨'들이 '오 나의 귀신님' 광팬이 돼서 줄거리를 자꾸 묻는데 신기하더라고요."(웃음)

상상 밖의 결과였다. 지난 22일 종영한 케이블TV tvN 금토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극본 양희승 양서윤 연출 유제원)은 '빙의'를 소재로 한 작품으로 초반에는 마니아층 드라마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7월 초 첫방송한 이 작품은 그러나 단박에 예상을 깨고 매회 시청률 기록을 경신하더니 케이블 드라마로는 괄목할 만한 성적인 최고시청률 7.9%(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기준)를 찍으며 선전했다. '미생' '응답하라 1994'에 이어 tvN 드라마 사상 세 번째로 높은 수치다. 그 중심에는 남녀주인공 조정석과 박보영의 안정감 있는 연기에서 나오는 달달한 로맨스 호흡이 큰 몫을 차지했다.

조정석. 사진=와이트리미디어 제공.
하늘을 찌르는 자존심에 겉으로는 까칠하기 이를 데 없지만 주방보조 나봉선(박보영)에게만큼은 속깊은 다정함을 보여주는 스타 셰프 강선우 역으로 분한 조정석은 스스로에게도 이번 작품이 큰 도전이었다고 말했다.

"'츤데레(상대방에게 겉으로는 쌀쌀맞게 굴지만 사실은 좋아하고 있는 마음을 우회적으로 표현하는 캐릭터를 지칭하는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유래된 인터넷 신조어) 캐릭터'라는 단어를 선우를 연기하면서 처음 알았어요. 겉으로는 늘 버럭 하고 냉철하지만 누구보다 따뜻함을 지닌 인물이 연기하면서도 참 매력적이어서 그런지 제게 아직 선우가 많이 남아 있네요."(웃음)

실제로 열 살의 나이 차이가 무색하게 자연스러운 로맨스를 보여준 박보영과의 러브신도 시청자들의 뇌리에 진하게 남았다.

"배우로서 박보영 씨는 그 존재 자체로 사랑스러워요. 평상시의 보영 씨는 막내동생처럼 귀엽지만 강선우를 연기하는 조정석은 나봉선을 여자로 봤고, 정말로 사랑했어요. 아마 봉선을 바라보는 선우의 눈빛의 진심이 시청자들에게도 와닿지 않았나 싶네요."

특히 마지막회에서 선우가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봉선을 들어올리며 서로 웃음지으며 키스하는 장면은 방송 직후 큰 화제가 된 장면으로 꼽힌다.

"선우가 봉선을 안아 올리는 장면은 감독님과 상의해서 연출했어요. 성장한 봉선이 돌아왔으니 저보다 위에 있는 게 어울리겠다 싶었고, 정말 사랑하는 연인들이라면 뽀뽀하면서도 좋아서 웃을 것 같았거든요. 진한 키스가 아니라 뽀뽀하는 모습이 더 예쁘겠다 싶었고요. 사실은 긴장도 되게 많이 했는데 티 안내려고도 많이 노력했죠.(웃음)"

셰프 역할을 하면서 요리에 대한 자신감이 부쩍 늘어난 것도 드라마를 통해 얻은 생각지 못했던 수확이다.

"칼질, 재료 다듬기, 포 뜨기 등 요리에 대한 기본적인 기술을 정호균 셰프님에게 배웠어요. 연습을 꽤 했는데 자면서도 칼질하는 꿈을 꾸기도 했죠. 덕분에 할 수 있는 레시피도 많아졌고, 이제 파스타 정도는 쉽게 할 수 있게 됐네요."

강선우의 실제 모델이 방송을 통해 잘 알려진 최현석 셰프라는 일부 보도에 대해서는 아니라고 답변했다.

"롤모델을 가지고 시작한 인물은 아니에요. 강선우라는 인물을 어떻게 조정석 표로 소화할것이냐는 데 집중했을 뿐 따로 모델을 두진 않았거든요. 다만 실제 주방 체험을 하면서 요리사라는 직업에 겉보기와는 달리 정말 고되다는 걸 잘 알게 됐어요. 주방에서 몇 시간 동안 서 있으면 갇힌 공간의 열기 때문에 숨이 막힐 정도더라구요. 또 피크 타임에는 제시간에 맞춰 요리를 내야 하기 때문에 저절로 '버럭'할 수밖에 없겠다는 점도 알게 됐고요."

귀신을 소재로 한 작품을 촬영하면서 영적인 영역에 대한 생각도 다시금 해 보게 됐다고. "저는 선하든 악하든 영적인 존재를 믿는 편이에요. 드라마 속에서 봉선에게 빙의한 신순애(김슬기)의 모습처럼 어디엔가 귀신이란 존재는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지난 2월 공개적으로 연인임을 밝힌 가수 거미의 존재는 드라마 촬영 내내 큰 힘이 되기도 했다.

"여자친구이기에 앞서 이번 작품의 광팬이어서 드라마에 대해 이것 저것 얘기를 많이 해 줬어요. 둘 다 대중에 알려진 사람들이라 서로에 대해 언급하는 게 조심스러울 때도 있지만 그냥 늘 그 자리에서 응원해주는 사람이라는 게 고맙죠."

바쁜 드라마 일정을 마쳤으니 이제 데이트도 할 예정인지 물으니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쑥스러운 웃음으로 대신한다.

사실 드라마는 마쳤지만 조정석은 더 바빠질 것 같다. 하반기 영화 '저널리스트' 개봉을 앞둔 데 이어 또다른 작품인 영화 '형'에도 캐스팅됐다. 여기에 드라마가 끝난 후 밀려드는 스케줄에 드라마 포상 휴가도 못 가게 돼 서운하다고.

"팀워크가 정말 좋았거든요. '아 이런 현장을 내가 또 다시 경험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배우, 스태프, 작가님, 감독님 등 모든 호흡이 완벽했어요. 개인 스케줄상 포상 휴가를 못 가게 돼 '나랑 나중에 따로 하자'고 부탁했을 정도니까요. 원래 작품이 끝나면 캐릭터에 대한 생각을 금방 지우는 편인데 이번엔 많이 남아있을 것 같네요."

그래도 홀로 계신 어머니를 모시고 가족 여행은 꼭 가보겠다는 게 남은 하반기의 큰 목표다.

"하고 싶은 게 아직 참 많아요. 뮤지컬은 제 고향이기도 하니 1년에 한 편은 꼭 무대에 서고 싶은 것이 바람이고요. 하지만 무엇보다 4년간 미뤄 온 가족 여행을 가는 것도 큰 계획이죠. 다른 사람들에겐 별 것 아닐 수 있는데 제 스케줄상 많이 미뤄졌거든요. 엄마가 많이 좋아하실 모습이 벌써부터 떠오르네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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