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성] 영화 ‘퇴마: 무녀굴’에서 퇴마사 돕는 영매 지광 역 맡아

“평소 김성균 형과 같은 작품 출연 소망… 이번 영화로 이뤄져”

“영화는 ‘고향’ 같은 느낌… 주위 사람과 진솔하게 쌓이는 정이 좋아”

영화 ‘퇴마: 무녀굴’에서 지광 역으로 열연한 배우 김혜성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스포츠한국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스포츠한국 최나리 기자] 홀가분한 표정이었다. 마치 모든 것을 내려놓은 것처럼 편안해 보였다.

해맑은 미소는 여전했지만 과거 시트콤에서 나왔던 장난꾸러기 같은 모습과 아이 같은 천진난만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한층 성장해 돌아온 배우 김혜성은 그야말로 ‘진짜 사나이’가 되어 있었다.

영화 ‘퇴마: 무녀굴’에서 지광 역으로 열연한 배우 김혜성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스포츠한국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김혜성이 지난 2011년 영화 ‘글러브’ 이후 4년 만에 공포영화 ‘퇴마: 무녀굴’(감독 김휘, 제작 케이프로덕션, 버티고필름, 플로우식스)로 스크린에 돌아왔다.

‘퇴마: 무녀굴’은 제주 김녕사굴의 설화를 바탕으로 한 신진오 작가의 유명 공포 소설 ‘무녀굴’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 정신과 의사이자 퇴마사인 진명(김성균)과 그의 조수 지광(김혜성)이 기이한 현상을 겪는 금주(유선)를 치료하던 중 그의 안에 있는 강력한 존재와 마주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내용을 그리고 있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김혜성의 군대 제대 후 첫 복귀 작품으로 주목을 받았다. 본인에게도 감회가 남달랐을 터. 이에 김혜성은 후련한 마음을 먼저 피력했다.

영화 ‘퇴마: 무녀굴’에서 지광 역으로 열연한 배우 김혜성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스포츠한국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영화가 공개되니 홀가분하네요. 결과물의 성과보다는 대중들의 반응이 제일 걱정됐었거든요. 생각했던 것보다 화기애애해서 기뻐요. 사실 이 작품은 군대 제대 후 첫 작품이라 작업 자체는 굉장히 즐거웠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힘들었어요. 제가 작품에 임할 때는 스스로를 부담감으로 억압하는 편이거든요. 그렇게 책임감을 부여해요. 이번에는 복귀작이니 더욱 그랬죠. 나중에는 항상 ‘즐기는 마음이었어야 했는데’ 하는 후회가 들기도 해요.”

분위기 면이나 여러모로 뭔가 ‘달라졌다’는 느낌이 확연했다. 군대를 다녀온 후 김혜성에게 일어난 변화는 무엇일까.

“제 별명이 ‘애늙은이’예요. 원래 우울한 면도 많고요. 군대 다녀온 후 변화라고 한다면 성격적인 것보다는 생각이 더 많아졌다고 할까요. 그리고 일에 대한 고민도 정말 많아졌어요. 인간적으로 성장한 건 맞는 것 같아요. 한편으로는 그게 참 아쉽더라고요. 철이 없을 때가 뭔가를 시도하기는 더 편했던 것 같아요.(웃음)”

김혜성은 ‘퇴마: 무녀굴’로 공포물에 처음으로 도전했다.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를 물으니 모아 뒀던 팬심(心)이 쏟아져 나왔다.

“영화 ‘이웃사람’ 등 김휘 감독님의 전작들을 너무 재미있게 봤어요. 김 감독님 작품은 항상 줄거리가 탄탄하니까요. 이번에도 뻔하지 않은 스토리가 있는 공포영화가 될 것 같았어요. 게다가 감독님을 아시는 분들은 저에게 ‘(김휘 감독은) 권위 의식도 없고 소통도 잘되고 같이 작업하게 되면 좋은 조언을 얻을 수 있을 거다’ 등 모두 좋은 얘기만 해주시더라고요. 그 말이 딱 맞았어요. 정말 좋은 경험이었죠. 그리고 평소 김성균 형과 같은 작품에 출연해 보고 싶었어요. 성균 형이 작품마다 캐릭터에 맞게 변화무쌍하게 달라지는 모습을 보고 감탄했거든요. 저도 영향받고 싶었고요. 이번 영화를 통해 이뤄졌네요.”

김혜성은 영화 속에서 퇴마 치료를 진행하는 파트너이자 간호사인 지광 역을 맡았다. 만신 할머니의 피를 이어 받은 타고난 영매다. 이처럼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초자연적인 현상을 표현하기가 결코 쉽지 않았을 것 같았다.

“극중에서 영매이다 보니 환자와 빙의가 되어야 해요. 환자의 고통을 제가 대신 느끼면서 주변에 전달해 주는 것이죠. 일종의 영혼 소통자 역할이에요. 일반적으로 알려진 빙의가 되는 모습들을 보면 무당들이 언어를 쓰면서 밖으로 다른 사람의 모습을 표출을 하기도 하잖아요. 하지만 저는 표정으로만 보여 줘야 했기 때문에 힘들더라고요. 물론 참고자료를 찾아보기도 했지만 쉽지 않았고요. 촬영을 하는 동안 내 자신을 최대한으로 환자에게 투영해서 감정을 공유한다는 생각으로 연기에 집중했어요.”

김혜성은 2005년 영화 ‘제니, 주노’로 풋풋한 고등학생 17살의 나이로 데뷔했다. 올해 데뷔 10년 차. 그러나 그의 외모는 변함없는 특급 동안을 자랑한다. 이런 칭찬에 김혜성은 손사래부터 쳤다.

“동안이라는 말에 신경이 많이 쓰여요. 특히 배우에게는 더욱 그런 것 같아요. 제가 드라마를 아직 시도 못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거든요. 아직도 학생 역할이 주로 제안이 오기도 하고요. ‘나도 뭔가 또래 친구들과 같은 역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커요. 물론 주변에서는 언제 또 교복 입는 역을 할 수 있겠냐며 부러워하기도 하지만 저에게는 아니에요. 동안 이미지가 고착화 되지 않도록 노력하려고요.”

김혜성은 영화 작업에 대한 애정이 대단했다. 그 속에서 일에 대한 자신만의 확고한 철학도 엿보였다. 신중을 기하며 향후 계획에 대한 다부진 포부도 덧붙였다.

“아무래도 제 첫 데뷔가 영화라서 영화 쪽이 고향 같은 느낌이에요. 어렸을 때부터 막연하게 ‘나는 영화배우가 하고 싶어’ 라는 생각이 강해서 그랬는지 몰라도 영화가 참 푸근해요. 주위 사람들과 진솔하게 같이 호흡하고 나누는 정이 있어요. 일을 하지 않는 시간에도 사람들끼리 인간적으로 돈독하게 친해질 수 있는 특별함이 있고요. 그런 것들이 제가 영화를 더 살갑게 생각하는 부분인 것 같아요. 요즘에는 연극 공연에도 관심이 있어요. 연극을 하게 되면 연기 이상으로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아요. 관객들 바로 앞에서 제 모습을 보이며 편견을 깰 수도 있을 것 같고요. 이제는 좀 자유롭게 제 자신을 조금 놔주면서 제대로 연기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 드릴게요. 기대해 주세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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