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수빈. 사진= 이규연 기자 fit@hankooki.com
[스포츠한국 장서윤기자]해사한 인형 같은 분위기다. CD케이스에 견줄 만한 작은 얼굴과 긴 팔다리에 통통 튀는 듯한 느낌은 만화 속 발랄한 여주인공의 모습을 닮았다.

지난해 초 데뷔한 채수빈은 5개월만에 일곱 편의 CF를 섭렵하는 등 광고계 블루칩으로 급부상하다 그해 11월 MBC 단막극 '원녀일기'로 첫 드라마 연기에 나섰다. 이후 단숨에 KBS2 '스파이' '파랑새의 집'까지 9개월만에 세 편의 드라마를 찍었다. 숨가쁜 행보 속에 야구선수 구자욱과의 열애설도 한 차례 겪으며 연예계 신고식을 톡톡히 치르기도 했다. 짧은 시간 내 마음고생도 겪었지만 인터뷰 내내 까르르 터뜨리는 웃음은 영락없는 스물 둘 싱그러운 청춘이다.

채수빈. 사진= 이규연 기자 fit@hankooki.com
지난 9일 종영한 KBS2 주말드라마 '파랑새의 집'(극본 박필주, 연출 지병헌)으로 50부작 대장정을 마친 그는 "나와 비슷한 캐릭터라 '내가 이 상황이면 어땠을까' 곰곰 생각해보며 촬영한 작품"이라며 "나도 극중 은수처럼 조금은 사랑스러운 것 같다"라며 웃음짓는다.

채수빈이 연기한 한은수는 사연 많은 가족사에도 건강함을 잃지 않는 인물이다. 전형적인 '88만원 세대'로 온갖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사랑 전선에도 아픔을 겪지만 결국 스스로의 힘으로 행복을 얻는 당찬 캐릭터다.

"객관적 어려움이 있어도 늘 해맑은 은수의 모습이 때론 가슴 아프면서도 애틋하게 다가왔어요. 감정에 몰입해야 하는 장면을 찍을 땐 실제 제 추억을 떠올리면서 집중하려고 했고요."

채수빈. 사진= 이규연 기자 fit@hankooki.com

사랑의 아픔을 겪으며 연인 현도(이상엽)와 헤어지는 장면에서는 처음으로 폭발하는 감정도 느껴봤다.

"집앞에서 은수가 한선희(최명길)에게 뺨을 맞고 돌아서는 신에서는 울컥 하면서 정말로 서러운 느낌이 들더라고요.(웃음) 연기였지만 그렇게 감정의 극한을 느껴본 건 처음이었어요."

채수빈. 사진= 이규연 기자 fit@hankooki.com
그래도 마지막은 해피엔딩이라 마음이 한결 가볍다고. "두 사람의 사랑이 너무 슬프게 가다 보니 새드엔딩이면 어쩌나란 걱정이 있었는데 잘 마무리돼 기분이 좋아요. 한 사람의 연기자로서 반년 동안 저도 부쩍 성장한 것 같은 기분도 있고요"

50부작의 대장정을 이어오면서 가장 많이 얻은 게 무엇이냐는 질문을 던지자 망설임없이 "사람"이라고 답한다.

"최명길, 남경읍 선배님 같은 어른들부터 이상엽, 이준혁, 경수진 선배까지 다양한 분들의 가르침을 얻을 수 있었던 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 같아요. 경력이 짧아 제가 아는 것이 없는데도 현장에서 저를 잡고 하나 하나 가르쳐주신 분들이 많아 정말 감사할 따름이죠."

스스로는 '그저 운이 좋았다'고 표현하지만 경쟁이 치열한 방송계에서 드라마 데뷔 9개월만에 단막극과 미니시리즈, 주말극을 골고루 섭렵하며 캐스팅되기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려운 확률이다.

"매 작품 이미지가 정확히 매치되지는 않았지만 그저 믿고 맡겨주신 것 같아요. 제 성향상 걱정에 떨다가도 막상 슛 들어가면 재미있게 하고, 겁이 나다가도 마음이 편해지곤 하더라고요"

고교 때 길거리 캐스팅으로 현 소속사를 만난 그는 데뷔 전 연극 무대를 통해 쌓은 경험도 연기에 대한 열정과 기본기를 쌓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전한다.

"스무 살 때 연극을 시작하면서 하루는 스태프로, 다음 날은 배우로 일하면서 무대의 소중함을 알게 됐어요. '그와 그녀의 목요일'이라는 작품을 하면서 조재현 배종옥 박철민 선배같은 쟁쟁하신 분들과도 호흡할 수 있었죠. 그 때 무대에서 느낀 희열이 저를 막연하게 꿈꾸던 연기자의 길로 들어서게 한 것 같아요"

한 차례 홍역도 치렀다. 지난 7월 야구선수 구자욱과 열애설이 불거지면서 여론의 관심을 한몸에 받은 것. 양 측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밝히며 일단락됐지만 이제 갓 데뷔한 신인인 채수빈이 겪기에는 엄청난 사건이기도 했다.

채수빈은 "처음으로 너무 주목을 받다 보니 당황스러웠죠. '온 세상이 내 얘기를 하는 것 같다는 게 이런 느낌이구나'란 생각도 들었구요.(웃음) 친한 사이라 평소처럼 친구들 만나듯이 만났는데 두 사람 모두 인지도가 올라갔다는 생각을 못했던 거죠. 그 때 길거리에서 (구)자욱 오빠를 15분 정도 잠깐 봤는데 사진이 찍혔나봐요. 자욱 오빠와는 지금도 사실 연락하면서 친하게 지내요. 여러 생각들이 들었지만, 어찌됐든 많이 배울 수 있는 경험이었어요"라며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내친 김에 이상형을 물어보니 "어른스럽고 기댈 수 있는 사람이 좋아요"라며 소녀다운 웃음을 터트린다.

아직은 앳된 티가 묻어있는 그이지만 다양한 색깔을 지닌 연기자가 되고픈 열망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연극할 때 반항적이고 거친 역할을 하면서 카타르시스를 많이 느꼈어요. 아직은 보여드리지 못한 모습이 많아서 어떤 역할이든 기존의 저를 깨 나가면서 해보고 싶은 욕심이 많아지는 시기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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