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찬] '프로듀사'서 공효진 연애대장 남동생 역 열연
실제로는 처음 보는 여자에 말도 못 거는 낯가리는 쑥맥!
이순재처럼 나이가 들어도 열정이 넘치는 배우가 되고파

사진=장동규기자 jk31@hankooki.com
[스포츠한국 최재욱기자] 젊음이 아름다운 이유는 꿈을 꾸고 있기 때문이란 말이 있다.

지난달 종방한 KBS2 금토드라마 ‘프로듀사’(극본 박지은, 연출 표민수 서수민)로 시청자들과 인상적인 첫 만남을 가진 신인배우 김희찬이 바로 그런 경우다. 드라마를 마치고 서울 중구 충무로 스포츠한국 편집국을 방문한 김희찬의 눈에는 청춘의 열정과 패기가 흘러넘쳤다. 미래를 향한 동경과 기대감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프로듀사’에서 방송국 다니는 누나 탁예진(공효진)의 연애훈수를 두는 오지랖 넓고 수다스러운 의대생 탁예찬을 연기해서일까? 김희찬은 깎아놓은 듯한 꽃미남형은 아니지만 왠지 정감이 가는 남동생의 느낌이었다. 왠지 밥을 제대로 먹고 다니는지 챙기고 싶고 괜히 용돈을 찔러주고 싶은 느낌이 들게 만드는 귀여운 남동생이 연상됐다. 김희찬은 '극중 성격과 실제 모습이 비슷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특유의 함박웃음을 지으며 손을 절레절레 저었다.

“모두들 그렇게 보시는데 예찬이는 제 실제 성격과 아주 달라요. 제 안의 숨어 있는 모습 중 하나일 수는 있겠죠. 그러나 저는 그렇게 외향적인 성격은 아니에요. 실제 성격은 차분한 성격이에요. 평화로운 거 좋아하는 ‘평화주의자’라고 할까요? 놀 때는 놀지만 차분한 거 좋아하는 편이이에요. 시끄러운데 가서 노는 것보다 카페에 앉아 책 읽는 걸 좋아하는 ‘카페 성애자’예요.(웃음)”

김희찬은 손사래를 치며 계속 자신은 ‘연애대장’ 예찬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말끝마다 은연중에 흐르는 위트와 살짝살짝 눈웃음치는 모습에서 왠지 그 말의 신뢰성은 그다지 높아 보이지 않았다. 또래부터 연상까지 모든 여성들의 사랑을 아주 많이 받을 듯했다. 92년생. 스물세살. 아직 젊은 나이이기에 자신의 주장대로 연애 경험이 많지 않은 게 사실일 수도 있다. 그러나 앞으로 자신이 노력만 하면 기회는 아주 많을 듯했다.


“저는 절대 ‘연애 도사’가 아니에요. 그런 인기가 많은 성격이 아니에요. 여자를 만나면 낯가리고 수줍어하죠. 처음 보는 이성과는 말을 거의 못해요. 진짜예요.(일동 웃음) 현재 여자친구는 진짜 없어요. 주변에 저처럼 여자친구 없는 남자들만 드글드글 대요. 여자를 만나야 할 시간에 늘 형들과 모여 놀아 그런가 봐요.”

김희찬이 배우가 되기로 마음먹은 건 초등학교 6학년 때. 어느날 교회 성극을 하면서 알게 된 연기의 희열이 13세 소년의 몸과 마음을 사로잡았고 그 이후 하루도 배우를 향한 꿈을 접은 적이 없다. 안정적인 삶을 바라는 부모님의 강력한 반대도 ‘소년 김희찬’의 의지를 꺾을 수 없었다.

“초등학교 때 성극을 통해 연극을 처음 접하면서 연기자가 꼭 돼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어요. 사람들과 호흡을 맞춰 함께 연기를 하는 게 넘 행복하더라고요. 그래서 그 이후 늘 장래희망은 배우였어요. 중학교 때 부모님께 연기학원을 보내달라고 했는데 거절하셨어요. 그때 우연히 에이전시를 통해 EBS 학원물에 출연하게 돼 그때 받은 출연료로 학원비를 냈어요. 그 이후에도 돈을 못 벌면 그 달은 연기학원을 다닐 수 없었어요. 그렇게 연기를 배워나갔어요.”

그렇게 배우를 꿈꾸며 학창시절을 보낸 소년 김희찬은 세종대학교 영화예술학과에 입학했고 독립영화 ‘도시의 밤’, ‘동거’에 출연하면서 관계자들의 눈길을 받기 시작했다. 김수현의 담당 매니저의 눈에 띄면서 대형 연예기획사 키이스트와 전속계약을 체결했다. ‘프로듀사’ 출연 당시 김수현의 매니저가 키우는 신인이라는 사실 때문에 ‘끼워넣기’가 아니냐는 오해를 받기도 했다. 주위의 오해에 상처를 받을 법도 하지만 김희찬은 긍정적인 성격 덕분에 괘념치 않았다.

“정말 오디션을 여러번 봤어요. 처음에 오디션 본 다음날 대보름도 아닌데 오곡밥 먹고 있었어요. 그때 다음 오디션을 보자는 연락이 왔었죠. 볼살이 그때 통통 했는데 (박지은) 작가님이 저를 보시고 살을 뺐으면 좋겠다고 하셨죠. 그래서 7~8킬로그램 정도 뺐어요. 그 이후에도 몇 번 테스트를 거친 후 출연이 결정됐죠. ‘끼워넣기’ 이야기는 속상하긴 한데 상황상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일일이 해명을 할 수도 없고 열심히 연기를 통해 내 실력을 보여주는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프로듀사’ 촬영장은 김희찬에게 연기를 처음부터 다시 배울 수 있는 학교나 마찬가지였다.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언감생심 곁에 서는 것도 꿈도 꾸지 못했던 대선배 차태현, 공효진, 김수현과 함께 식탁에 앉아 함께 연기호흡을 맞추면서 책으로 절대로 배울 수 없는 공부를 했다. 선배들과 호흡을 맞춘 순간을 이야기하는 그의 떨리는 목소리에서 그 당시 희열이 그대로 느껴졌다.

“정말 신기했어요. 드라마 속 차태현 선배님 집에서 공효진 선배님과 함께 밥을 먹는 연기를 하는데 꿈만 같더라고요. 처음에 긴장을 정말 많이 했는데 편하게 연기를 넘 잘 받아주시니까 저도 있는 그대로 리액션을 하면서 재미있게 연기가 나오게 되더라고요. 그 쾌감은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현장에서 뵌 김수현 선배님은 정말 프로이셨어요. 엄청난 대사량을 정말 완벽하게 소화해내시는 모습을 보니 존경스럽더라고요. 차태현 공효진 선배님은 저를 정말 동생처럼 아껴주시고 편하게 대해주셨어요. 정말 감사했어요.”

김희찬은 ‘프로듀사’를 찍으면서 동시에 영화 ‘글로리데이’ 촬영도 마쳤다. 빡빡한 스케줄이었지만 두 작품을 오가며 배우로서 한 뼘 성장했다. 많은 이들은 소속사와 외모 때문에 ‘제2의 김수현’을 꿈꿀 것이라고 예상을 한다. 그러나 김희찬의 배우로서 롤모델은 전혀 다른 사람이다.

“저는 한번도 제가 잘생겼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외모가 안되니 연기를 잘해야겠죠.(웃음) 연기로 제대로 승부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제 배우로서 롤모델은 이순재 선생님이세요. 그 열정이 정말 멋있는 것 같아요. 연세가 있으시지만 항상 노력하는 모습이 정말 멋있어 보였어요. 저도 선생님처럼 오래오래 대중 곁에 머무르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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