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룡] '손님'서 아들과 외딴 마을로 들어간 우룡 역 열연
3개월 동안 산골서 아름다운 자연 벗삼아 맛난 음식 먹으며 꿈같은 나날
아역배우들과 완벽 호흡 비결은 내가 두 아이의 아버지기 때문에 당연해

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스포츠한국 최재욱기자] 영화기자를 오래 하다보면 배우가 대중들에게 알려진 이미지와 실제 성격이 다른 경우를 종종 목격하게 된다.

영화 '손님'(감독 김광태, 제작 유비유필름) 개봉을 앞두고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류승룡이 바로 그런 경우다. 기자는 류승룡을 10년 넘게 봐왔다. 조연에서 주연으로 올라서고 온 국민의 사랑을 받는 톱스타가 되는 과정을 생생히 목격했다. 유명세 따라 구설에 올라 논란에 휩싸이는 모습도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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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그의 선 굵은 외모 때문에 호탕하고 카리스마 넘칠 걸로 생각한다. 그러나 사실 류승룡의 외모 뒤에는 감수성이 극도로 풍부하면서 예민하고 섬세한 소년이 살고 있다. 구설에 휘말려도 괘념치 않을 것 같지만 사실은 정반대다. 정말 많이 속상해한다. 예전의 터프하면서도 유머러스한 모습은 자신이 맡은 역할에 맞춘 일종의 '위장술'임을 그를 애정있게 지켜본 사람들은 대부분 안다.

오랜만에 인터뷰장에서 만난 류승룡은 매우 의기소침해 있었다. 전날 지난해부터 한 대학 동창의 발언으로 시작된 "변했다"는 논란에 대한 소감을 피력한 것이 인터넷을 달궜기 때문. 그 탓에 모든 발언을 조심스러워했다. 말 한마디를 꺼낼 때마다 어떻게 기사화될까 고민하는 게 역력했다. 기자는 답답했지만 화를 낼 수 없었다. 본심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류승룡의 눈빛은 극도로 지쳐 있었다.

류승룡이 이성민 천우희 이준과 호흡을 맞춘 '손님'은 한국전쟁 휴전 직후인 1950년대, 지도에도 나오지 않는 산골 마을로 들어선 낯선 남자와 그의 아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이 숨기려 했던 비밀과 쥐들이 기록하는 그 마을의 기억을 다룬 판타지 호러물이다. 한국적인 정서가 넘치면서도 독일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에서 모티브를 차용한 작품답게 색다른 감성이 녹아 있는 작품이다. 언론 시사 후 호불호가 갈리지만 유니크한 개성과 '연기파 배우'들의 연기하모니에 대해선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류승룡의 지극히 절제된 속내를 들어보았다.

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영화가 매우 독특하다. 만족스럽게 나왔나?

"기대만큼 개성이 있고 매력적인 작품이었어요.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뭔가 새로운 감이 왔어요. 멕시코나 스페인 영화의 이국적인 느낌이 나는 게 신선하더라고요. 유고슬라비아 영화 '집시의 시간'이 떠오르더군요. 새로운 음악과 색감. 비주얼이 떠올랐어요. 완성된 영화는 조금 다른 부분이 있기는 했지만 큰 범주 안에서는 예상대로였어요."

#배경과 설정 때문에 '이끼'나 '웰컴투 동막골'을 연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이야기를 저도 들었어요. 미미하게 소재나 설정이 비슷한 부분이 있어요. 그러나 폐쇄적인 마을이나 독재자인 촌장은 많은 작품들에서 등장하는 설정이라고 생각해요. 영화를 보셔서 알겠지만 색깔이나 내러티브는 전혀 다른 독특한 개성을 갖고 있어요. 새로운 스타일의 한국 영화 한편 보시는 느낌이 들 거예요."

#많은 이들이 영화 속 쥐를 보면서 불편해한다. 촬영하면서 힘들지 않았나?

"영화 속에 등장하는 쥐떼는 대부분 컴퓨터 그래픽이에요. 현장에선 열 마리 정도밖에 없었어요. 쥐를 보며 불편할 수 있다는 건 예상했어요. 그러나 쥐는 우리 영화에서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요. 살면서 쫓아내고 싶고 잘라내고 싶은 것들이 있지만 우리 삶 속에서 어쩔 수 없이 존재하는 것들이 있잖아요? 쥐는 그런 걸 상징한다고 생각해요. 이외에도 우리 영화에는 해석하는 것에 따라 다양한 의미를 찾을 구석들이 많아요. 보고 나서 서로 토론해보는 재미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강원도 산골에서 몇 달 동안 촬영했다고 들었는데 힘들지 않았나?

"전 원래 자연을 정말 좋아해 행복했어요. 음식도 좋았고요. 밥차가 들어오지 못해 마을 부녀회에서 해주었는데 정말 맛있었어요. 젊은 친구들은 패스트푸드를 못 먹으니까 불만족스러웠을 수도 있어요. 그러나 맑은 공기에서 싱싱한 나물과 고추장에 밥을 비벼 먹으니 정말 천국 같았어요. 일부러 시골에 여행 온 느낌이었다고 할까요.”

#천우희와의 멜로 부분이 살아나지 못해 아쉽지 않았나?

"딱 알맞은 수준이었던 것 같아요.(웃음) 촬영 전 천우희가 출연한 영화는 대부분 봤었어요. 정말 좋은 배우라고 생각했고 꼭 한번 작품을 해보고 싶었는데 만나게 돼 기뻤어요. 후배라기보다는 정말 동료의 느낌이 강한 친구예요. 인간적으로 호감이 가고 배우로서는 경외심이 들게 만들더라고요. 촬영할 때도 집중력과 표현해내는 게 상상 이상이었어요. 힘든 연기도 과하지 않게 풀어낼 줄 알더라고요. 대단한 내공을 가진 친구라고 생각했어요."

#항상 아역배우들과 호흡을 잘 맞춘다. 특별한 비결이 있나?

"저도 아들을 가진 아빠이기 때문이죠. 눈높이를 맞추고 서로 의지하며 스킨십 많이 하며 지내는 거지 뭐 특별한 건 없어요. 진짜 아빠처럼 아들처럼 서로 퀴즈를 내고 풀면서 즐겁게 지냈어요. 우리 영화에는 아역배우들이 20명 정도 나왔는데 애들은 정말 어디 소풍 온 것처럼 재미있게 지내더라고요. 집에서 외동인데 수많은 또래의 친구들과 캠핑 온 것처럼 함께 있으니 얼마나 즐거웠겠어요? 아름다운 자연에서 곤충이나 개구리 등 처음 보는 것 투성이니까 정말 신난 것 같더라고요."

#실제 생활에서는 어떤 아빠인가? "배우라고 해서 특별히 다른 건 없어요. 늘 바빠서 미안한 게 많은 지극히 평범한 아버지예요. 지난해 '도리화가'와 '손님' 두 편 찍고 난 후 예정돼 있던 작품이 밀리면서 시간이 오랜만에 비어 평소보다 시간을 많이 보내준 것 같아요. 일도 좋지만 이제 건강을 신경 써야 할 나이인 걸 뼈저리게 절감해요. 나이가 사십대 중반을 넘어서니 체력의 한계가 많이 느껴지더라고요. 꾸준히 운동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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