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소현] '마돈나'에서 나락으로 떨어진 미나 역 맡아
"첫 작품 만에 칸 입성, 현실감 떨어지더라"
"살찌우는 게 빼는 것만큼 어려워"

영화 ‘마돈나’에서 미나 역을 맡은 배우 권소현이 스포츠한국과의 인터뷰를 앞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이규연기자 fit@hankooki.com)
[스포츠한국 조현주기자] 영화 '마돈나'(감독 신수원·제작 준필름)를 본 뒤라면 배우 권소현(28)에 대한 궁금증이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는 첫 스크린 데뷔에서 강렬한 연기를 펼쳤다. 극 속 그는 무참히 짓밟히고 처참하게 짓눌린다. "내가 뭘 잘못했는데"라며 울분을 토하는 장면에서 그의 얼굴을 잊기는 쉽지 않다. 신수원 감독 역시 우연히 본 단편 영화에서의 권소현의 얼굴을 잊지 못하고 그에게 바로 미나(혹은 마돈나) 역을 제안했다.

지난 2일 개봉한 '마돈나'는 마돈나라는 별명을 가진 평범한 여자 미나(권소현)가 의식불명 상태에 빠져 VIP 병동으로 실려 오면서 생기는 일을 그린다. 재벌 2세 상우(김영민)가 미나의 심장을 필요로 하고, 간호조무사 해림(서영희)을 돈으로 매수한다. 이후 해림은 미나의 주변 인물을 찾다가 소외된 여성이었던 미나의 과거를 추적하게 된다.

미나의 삶은 한 마디로 극 속 그의 대사인 "불쌍한 년"으로 귀결된다. 미나는 사회의 나락으로 떨어져 어떠한 보호도 받지 못하는 불쌍한 인물이다. 그러나 단순히 미나를 불쌍한 인물로 취급할 수는 없다. 그 역시 누군가에게 구원과 희망의 존재가 된다는 것을 영화는 보여준다.

때문에 권소현은 영화의 핵심 키다. '마돈나'를 통해 혜성처럼 등장한 것으로 보이지만 권소현은 이미 뮤지컬과 연극계에서는 이름을 알려온 숨은 실력자다. 그는 자신의 연기 내공을 '마돈나'에서 유감없이 펼쳤고 '제 2의 천우희'로 영화계에 확실한 눈도장을 찍게 됐다. 이제 첫 스크린 도전이다. 그의 다음 도전이 기대를 모으는 이유는 너무 당연하다.

이하 권소현과 나눈 일문일답.


▲ 첫 스크린 주연인데, 어떻게 봤나?

"영화를 찍는 것도 그 결과를 보는 것도 다 처음이었다. 혼자서 감동받았다. 칸에서 처음으로 영화를 봤다. 감독님이 끝까지 안 보여주더라. 보면서 더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 많은 칭찬을 받고 있다.

"칭찬은 언제 들어도 좋다. 어쩌면 다양한 여자 캐릭터나 이런 소재의 영화가 없으니까 신기하고 새로워서 칭찬해주는 것일 수도 있다. 연기는 아직 부족함이 많다. 그래도 칭찬해주니까 감사할 따름이다."

▲ 첫 작품으로 칸에 입성하게 됐다.

"무대만 했기 때문에 칸에 가고 싶다는 생각은 한 적이 없다. 현실감이 많이 떨어졌다. 어안이 벙벙했다. 그런데 감독님이 '축하한다'고 말했는데 소름이 돋았다. 부모님께 전화해서 울었다. 어쩌면 내 스스로 이런 일들을 꿈꿨던 것 같다. 칸에서 수많은 카메라 앞에서 사진을 찍을 때 다리가 벌벌 떨리더라."

▲ 목소리가 너무 귀여운 거 아닌가?

"목소리가 특이하다는 생각은 별로 안했다. 그런데 영화에서 내 목소리를 들으니까… 하하하. 미나는 상처를 주는 인물이 아니라 받는 인물이다. 톤에 대해서 감독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낮고 굵은 목소리를 내면 자존감이 있고 자기 생각이 강한 사람처럼 보일 수 있어서 (원래 목소리보다) 더 톤 업 시켜서 대사를 했다."

▲ 미나를 연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가?

"워낙 격하고 아픔이 강한 인물이다. 스스로 질문지를 만들었다. 영화 속에서 직업이 세 번 바뀌는데 직업별로 미나에 대한 질문을 100개씩 써서 답변했다. 공장에서 일할 때 미나는 촌스럽지만 화려하게 꾸민다. 그때 속옷은 화려한 거를 입었을까? 아님 다 낡은 걸 입었을까? 라는 질문을 했다. 보험회사에서 박과장과 남다른 관계를 가지게 됐을 때는 미나가 향수는 뿌렸을까? 등 정말 사소한 걸 질문으로 만들어서 적었다. 그리고 그 다음부터는 보지 않았다. 어떠한 인물을 구축하는 작업은 아니었다. 내가 해왔던 역할들과 너무 달랐기 때문에 믿음을 가지고 싶어서 한 작업이었다. 계속 가지고 있으면 집착할까봐 안 봤다. 확실히 도움이 됐다."

▲ 라면으로 살을 찌웠다고 들었다.

"미나 역을 위해 살을 찌워야 했는데 라면도 먹고 악마의 팥빙수, 족발 등 다양하게 먹었다. 남들은 살을 찌우는 게 좋았을 것 같다고 이야기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일단 시간이 넉넉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까 살을 찌우는 게 빼는 것만큼 힘들더라. 평소에는 그냥 살이 찌던데. 계속 먹고 눕고 먹고 눕고를 반복했다. 쉽지 않았다."

▲ 권소현이 생각하기에 미나는 어떤 인물인 것 같나?

"처음에 대본을 봤을 때 굉장히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아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질문지를 만들고 감독님과 얘기를 할수록 미나가 소극적이라서 이렇게 사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상황에서 자기 나름대로 처절하게 노력을 했던 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 사람들이 하는 선택을 하지 않아서 답답해 보이는 건 있다. 그런데 미나를 연기하면서 일반적인, 보편화된 선택을 무조건적으로 해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과 다른 거를 틀린 것으로 보는 시선 때문에 미나가 불행해질 수밖에 없던 거는 아닐까? 여러 가지 생각이 들더라. 어쨌든 나한테는 굉장한 도전과도 같은 역할이었다."

▲ 뮤지컬·연극 등 무대 경험만 10년인데 어떻게 영화에 도전하게 됐는가?

"스스로 장르를 나눠서 활동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대학교 2학년 때 휴학을 하고 바로 들어간 것이 뮤지컬이었다. 그렇게 꾸준히 뮤지컬을 하다가 연기를 더 잘했으면 하는 생각에 연극도 하게 됐다. 그렇게 두 가지를 하다가 아는 지인들끼리 옴니버스 영화를 찍었는데, 그걸 신수원 감독님이 보고 같이 하자고 했다. 운명 같은 느낌을 받았다. 감독님한테 감사했다. 장르 구별하지 않고 다양한 연기를 하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 미나라는 역할이 만만치 않은데, 바로 결정을 내린 건가?

"대본을 받은 뒤 제주도 스쿠터 여행을 갔다 왔다. 읽는 순간 '강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일주일 여행 내내 계속 읽었다. 처음에는 해보지 않았던 역할이고 모습이라 거부반응이 일어났지만 나중에 그 생각이 '내가 잘 할 수 있을까?'로 바뀌더라. 확실히 배우로서 배울 수 있을 거란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래서 서울에 올라가서 감독님께 바로 하겠다고 말씀드렸다."

▲ 미나는 계속 참고 표출을 하지 않는다. 그러다 한번 폭발하는데 그 신이 너무 인상적이었다.

"설탕병이긴 했지만 유리병을 깨야 해서 옆에 액션 선생님이 있었다. 미니가 유일하게 다른 사람에 대한 분노를 밖으로 표출하는 장면이었다. 계속 감정을 삭이던 애가 폭발하는데, 여태까지 참아온 모든 것에 대한 터짐이 눈에 보였으면 해서 집중했다. 미나가 지키고 싶었던 것을 굉장히 허무하게 당해서 찍으면서도 마음이 아팠다."

▲ 앞으로 어떤 작품을 하고 싶나?

"좋은 작품을 하고 싶다. 아직은 경험하고 싶은 것이 더 많다. 과연 내가 이걸 표현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드는 모험 같은 작품을 계속 하고 싶다. 날 힘들고 고민하게 하고, 불안감이 드는 작품을 만나면 배우로서 한 걸음 더 나아간 느낌이 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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