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경성학교:사라진 소녀들'서 연덕 역으로 첫 상업영화 주연
신인답지 않은 당찬 연기력으로 영화 관계자들의 눈도장 받아
문소리처럼 인간적이면서도 친근한 배우가 되는게 꿈

영화 '경성학교:사라진 소녀들'서 박보영과 함께 연기호흡을 맞춘 박소담이 서울 중구 스포츠한국 편집국을 찾아 못다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사진=최신혜 인턴 기자 multimedia@hankooki.com
[스포츠한국 최재욱기자] 20대 초반 여배우답지 않은 묵직함이 느껴졌다. 영화 ‘경성학교:사라진 소녀들’(감독 이해영, 제작 청년필름, 비밀의 화원,이하 경성학교)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신인배우 박소담의 얼굴에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었다.

최근 트렌드에 맞는 화려한 미모의 소유자는 아니었지만 한 번 마주치면 다시 한번 보고 싶은 충동이 들게 할 만한 독특한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또한 영화 속에서는 대선배 박보영에게도 절대 뒤지지 않을 만한 연기력으로 영화의 한 축을 확실히 받치고 있었다. 벌써부터 다음 작품이 뭐가 될지 궁금할 만큼 확실한 기대주의 출현이다.

개봉 후 호불호가 극명이 갈리는 영화 ‘경성학교’는 1938년 경성, 외부와 완벽하게 차단되어 있는 한 기숙학교에서 한 소녀가 갑자기 사라진 소녀를 목격한 후 학교의 비밀을 파헤쳐가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미스터리물이다. 개봉 후 장르를 규정짓기 힘들 정도의 독특한 개성 때문에 찬반논쟁에 부닥쳤다. 그러나 평단과 관객 모두 배우들의 연기에 대해선 좋은 평가를 하고 있다.

특히 첫 주연 데뷔식을 치른 박소담은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박소담이 맡은 연덕 역은 학급 급장으로 과묵하면서 책임감 넘치는 소녀. 주란(박보영)이 전학을 오면서 학교의 비밀에 다가가게 된다. 박소담은 첫 주연 작품이기에 감회가 남다른 모양이었다.

“스물한살 때 연기를 시작해 독립영화와 단편영화, 상업영화의 단역을 오가며 활동을 해왔어요.'경성학교'가 첫 상업 영화 주연이어서 기뻤지만 걱정도 많이 됐어요. 제가 잘할 수 있을까 걱정됐죠. 그러나 연덕 캐릭터를 읽으면서 정말 표현해내고 싶다는 욕심이 들더라고요. 연덕은 내면에 아픔이 많은 친구예요. 가족의 사랑도 못 받고 혼자 외로웠는데 주란을 만나면서 오랜만에 웃게 되죠. 제 10대 때와 성격적으로 비슷한 부분이 많았어요. 저도 학교 다닐 때 부반장이었고 대학교 때는 과대표였거든요. 연덕의 마음을 잘 이해할 수 있었어요.”


첫 주연 작품이었던 만큼 부담감도 많고 고민도 많았다. 힘에 부칠 때도 있었지만 그때마다 박소담에게 힘을 준 건 동료 연기자들이었다. 또래의 배우들이 몇 달 동안 함께 촬영을 하면서 실제 학교 같은 반 급우들처럼 친한 사이가 됐다. 촬영장에는 소녀들의 웃음이 그치지 않았고 엄숙한 영화 분위기와 다른 해피 바이러스가 가득했다.

“정말 21살부터 28살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배우들이 모여 있었어요. 나이대가 다르니 서로 어색할 수도 있었지만 모두 연기란 꿈을 공유하는 친구들이고 같은 고민을 갖고 있으니 금세 친해졌어요. 대화도 많이 했고 서로 의지가 많이 됐어요. 나중에는 원래 알고 있던 사이처럼 보일 정도였어요. 회식 때는 미성년자들이 아니니까 즐겁게 술 한 잔 할 수 있었죠. 술은 잘 못 마셔요. 그러나 술자리는 좋아하는 편이랍니다.”

박소담은 특히 영화 속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친구 주란을 연기한 박보영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연기자로서 대선배인 박보영은 촬영 내내 아직 카메라가 낯선 박소담에게 도움을 많이 줬다. 그 덕분인지 러닝타임 내내 두 사람의 케미스트리는 관객들의 심금을 울린다.

“박보영 선배는 나보다 한 살 많은데 경력은 엄청나게 더 많으시죠.(웃음) 촬영 내내 정말 친절하게 촬영 테크닉을 가르쳐주었어요. 제가 단편 영화와 독립영화를 아무리 많이 찍었다고 해도 새로운 상황들이 많았어요. 제가 당황할 때마다 조언을 해주며 가르쳐주시더라고요. 자신의 연기하기에도 바쁠 텐데 절 정말 잘 챙겨줘 넘 감사했어요.”

‘경성학교’는 결말의 놀랄 만한 반전으로 관객들을 소름 돋게 한다. 아무리 상상력이 넘치는 배우라 할지라도 이 반전을 믿고 연기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박소담은 영화에 대한 엇갈린 평가를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반전으로만 이 영화를 설명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영화의 스토리와 캐릭터에 아직도 푹 빠져 있었다.

“전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부터 푹 빠졌어요. 그 시대라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무척 독특하면서 신선한 느낌이었어요. 반전이나 소재도 흥미로웠지만 어린 소녀들간의 감정의 선이 매력적이었어요. 사소한 대사 한마디나 연덕과 주란, 시즈코의 삼각관계의 감정 모두 재미있었어요. 제 친구들이나 가족 주위 사람들은 모두 신선하게 재미있게 봤어요. 특히 가족들은 제가 제대로 나오는 상업 영화를 처음 봐선지 신기해하고 뿌듯해하더라고요.”

인터뷰 내내 스물다섯살 나이보다 다섯 살은 어른스러운 느낌을 주는 박소담. 쌍꺼풀이 없는 눈이 더욱 매력적이다. 무표정일 때는 진중해보이지만 활짝 웃으면 나이다운 발랄함이 쏟아져 나왔다. 쌍꺼풀 수술을 해보고 싶은 생각은 없었을까?

“전 제 눈이 마음에 꼭 들어요. 수술로 만들 수 있는 눈은 많지만 이 동양적 눈매는 절대 성형으로 만들 수 없잖아요?.(웃음) 제 주변 친구들은 자신들은 수술했지만 나에게는 절대수술하지 말라며 언젠가는 너의 눈의 시대가 온다며 응원을 해줬어요.(웃음) 실제 성격요? 굉장히 털털한 편이에요. 친구들이 아주 많죠.”

박소담은 올여름 ‘경성학교’ 이외에도 ‘베테랑’에도 출연했다. 업계에 도는 긍정적인 소문 덕분에 현재 영화와 드라마 제의가 잇따르고 있다. ‘소담스럽다’의 의미를 지닌 이름 때문일까? 주목을 받을 만큼 스타덤에 오르고 싶은 야망도 있을 법하지만 박소담의 꿈은 소박했다.

“친근하면서 인간적인 매력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문소리 선배님 같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여배우로서 하기 힘든 역할을 완벽히 해내면서 인간적인 냄새를 물씬 풍기는 모습이 정말 매력적이에요. 저도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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