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측 "부검 통해 사인 밝히겠다" S병원과 법정 다툼 예고
"동의 없이 위 축소 수술" 주장 파문… 주의의무 위반 논란
대학병원 의사 "유족 측 주장 사실이라면 문제 있다" 주장

신해철 유족이 부검을 통해 사인을 규명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신해철 유족과 S병원이 법정 다툼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유족 측은 S병원이 동의 없이 위 축소 수술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S병원의 의료과실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승철 윤종신 싸이 윤도현 신대철 유희열 남궁연 등 동료 연예인은 31일 오전 11시께 서초구 원지동 서울추모공원 화장장에서 브리핑을 갖고 화장 절차를 밟지 않고 부검을 통해 고인의 사인을 규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승철은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유족에 부검을 요청했고 유족도 동의해 화장 절차를 밟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윤종신도 "시신을 화장하면 의문사로 남을 것"이라며 "의료사고인지 아닌지 명확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신해철 부인 윤원희(37)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남편이 지난 17일 S병원에서 장 협착증 수술을 받은 것과 관련해 "남편이 수술을 받은 다음날 아침 주치의가 저와 남편에게 수술 경위를 설명한다며 수술 영상과 사진을 보여줬는데, 수술 마지막에 위를 접어서 축소하는 수술을 했다는 것이다. 우리는 수술 동의를 한 적도 없고 사전에 설명을 들은 적도, 그 수술에 서명을 한 적도 없어 거세게 항의했다"고 주장했다.

윤씨는 "남편이 엄청 화를 냈다. 동의도 안했는데 수술을 한 거잖나. 그런데 주치의는 자기 판단에 필요할 것 같아서 수술을 했다는 식이었다. 남편은 수술 직후부터 계속 배가 아프다고 했다. 너무 아프다고 통증을 호소했고 위를 접었으면 다시 펴는 수술을 해달라는 말도 했다"고 말했다.

윤씨는 "분명한 것은 원하지 않은 수술을 했고, 수술 후 계속해서 통증을 호소하는데 그에 맞는 후속조치가 적절하게 취해지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계속 열이 나고 아파하는데도 그 병원에서는 수술 후라 그럴 수 있다는 말만 했다"고 주장했다.

신해철은 위를 접어 크기를 축소하는 수술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윤씨 주장대로 S병원 측이 신해철이나 보호자의 동의 없이 수술을 했다면 법적 다툼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의사는 환자나 보호자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기 위해 질병의 종류와 내용, 치료방법, 치료에 따른 위험을 설명해야 한다.

법원은 지난해 여성 환자의 자궁적출ㆍ난소 절제술 시행 과정에서 설명 없이 맹장을 제거한 대학병원에 3,000만원을 손해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환자 의사결정권을 무시하고 설명 없이 수술하면 설령 의사에게 과실이 없더라도 위법행위고 긴급 상황이 아닌 경우 병원은 환자에게 수술과 관련한 모든 설명을 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이름을 밝히기를 꺼린 유명 대학병원의 의사는 "수술 여부는 당사자만이 결정할 수 있다. (신해철 유족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문제가 있다. 그쪽(신해철 유족)에서 법적으로 밝혀야 한다. 어느 미친 의사가 (환자와 보호자가) 동의도 안 한 수술을 하겠나"라고 말했다. 그는 "모든 수술은 본인(환자) 동의가 있어야 할 수 있다. 본인이 동의할 수 있는 의식을 갖고 있다면 본인에게 동의를 받고 수술해야 한다. 환자가 심신상실 등의 상태라면 보호자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병원 측의 주의의무 위반 여부도 법정 다툼의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윤씨는 "남편이 구체적으로 어디가 아프다고 콕 집어서 말도 했고, 고열과 통증으로 잠도 못 잤는데 병원에서는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것이라는 말만 했다. 저희는 잘 모르니까 병원 말이 맞겠거니 했고, 남편도 그래서 통증을 참으려고 무척 노력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윤씨 주장이 사실이라면 S병원 측은 신해철의 치료 과정을 예의 주시하는 등의 주의의무를 위반했을 가능성이 있다. 신해철이 수술을 받은 뒤 복부 및 흉부 통증으로 S병원에 재입원할 당시 쓰러진 채 발견된 것도 병원 측 주의의무 위반과 연관됐을 수 있다.

그러나 유족 측이 병원 측 의료과실을 입증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의료사고로 인한 손해배상 소송은 1,333건이고 환자 측 승소율은 30%가량에 불과하다. 이와 관련해 S병원 측은 신해철이 의료진 지시에 잘 따랐는지를 쟁점으로 삼을 수도 있다는 점을 내비치기도 했다. S병원 측 관계자는 신해철이 사망하기 전 언론 인터뷰에서 "환자 본인이 아무래도 연예인이라는 직업을 가진 만큼 병원 측에서 주의를 당부한 사항에 소홀했을 가능성은 있다"고 밝혀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그러나 최근 판례의 경향이 의사가 수술 방법과 부작용 등을 환자에게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는 쪽으로 흐르고 있기 때문에 신해철 유족 측에 반드시 불리한 소송만은 아니다. 실제로 '의료과실이 없더라도 수술에 대한 설명에 환자의 이해가 부족했다면 의사에게 손해배상책임이 있다'는 요지의 판결도 나온 바 있다.

신해철 유족이 병원 측과 법정 다툼을 벌인다면 수술동의서, 의무기록 등이 중요한 소송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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