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2년 '렛미인 시즌2'에 출연해 바비인형급 변신으로 주목을 받았던 허예은씨를 강남 압구정동에 위치한 아이디병원에서 만났다. 사진=이동헌기자
[데일리한국 이동헌 기자] 매회 방송마다 큰 화제를 불러 일으키며 대중들의 관심을 받아온 케이블TV 스토리온 채널의 메이크오버쇼 ‘렛미인4’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많은 시청자와 네티즌들은 ‘렛미인’을 통해 고통받는 삶에서 새로운 삶으로 변화한 출연자들의 모습을 보고 함께 눈물을 흘리면서 따뜻한 격려를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성형수술 이후 완전히 변모한 렛미인 출연자들의 그 이후 삶에 대해서는 조명된 적이 거의 없다. 과연 이들이 행복한 삶을 구가하고 있을까. 성형 부작용 등으로 또다른 고통에 시달리고 있지 않을까. 수많은 억측만 난무하고 있어 <데일리한국>이 렛미인 시즌 2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았던 허예은(21)씨를 만났다. 또 허씨를 통해 그가 연락하고 지내는 다른 출연자들의 근황도 덤으로 들을 수 있었다.

허씨는 첫 일성이 준 연예인 같은 삶이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언론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스타는 아니지만 워낙 유명세를 탄 덕에 길에서도 자신을 알아보고 쳐다보고 가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 허씨는 수술 전후가 가장 크게 바뀐 출연자로 알려지면서 인터넷 등지에서 화제가 됐다. 턱을 23mm나 뒤로 밀어 넣는 양악수술과 성형수술을 통해 연예인 뺨치는 외모의 소유자가 된 것이다.

지난 2012년 '렛미인 시즌2'에 출연해 바비인형급 변신으로 주목을 받았던 허예은씨를 강남 압구정동에 위치한 아이디병원에서 만났다. 사진=이동헌기자
허씨는 현재 의류 쇼핑몰 CEO다. 수술 전 그저 평범한(사실은 외모 문제로 항상 뒤에서 숨어 지내다시피한) 대학생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수술 이후 피팅 모델을 하면서 벌어들인 수익에다 집에서 자금을 보태줘 지금은 여성 의류를 주로 판매하는 인터넷 쇼핑몰의 어엿한 사장이다. 인생역전도 이런 역전이 없다. 허씨가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물 ‘캣츠비’는 올해 2월 창립해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에 본사가 있으며 5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주로 20대 여성 의류를 판매하며 의류 사진 모델은 모두 허씨가 직접 담당하고 있다.

허예은의 수술 전

허씨는 양친 밑에 직장을 다니는 언니와 몸이 아픈 남동생과 함께 살았다. 남동생은 뇌성마비 1급으로 시력도 거의 잃은 상태다. 자신도 ‘튀는 외모’(부정교합이 심해 턱주가리라고 놀림을 받았다) 등으로 인해 동생에겐 유난히 애정을 쏟았다. 허씨는 어릴 때부터 아픈 동생을 위해 사회복지 관련 일을 하고 싶은 게 꿈이었다. 물론 피팅모델, 패션모델도 하고 싶었지만 외모를 감안하면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후 허씨는 수원과학대 사회복지학과에 진학했다. 피팅 모델의 꿈은 영원히 가슴 속에 묻은 채였다. 지독한 외모콤플렉스에 마음 고생이 심했던 허씨는 대학 1년 때 어머니의 권유로 렛미인 시즌 2에 도전했다. 집안 사정도 안좋고 아픈 동생과 자신의 외모를 포함한 사생활 모두가 공개되는 것이 너무 싫었지만, 혹시 대상자로 선정돼 수술을 받으면 적어도 외모 문제로 마음 아파하는 일은 없을 것이란 생각에 방송국을 찾았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수술 대상자가 돼 수술대에 누웠다. 수술에 대한 무서움은 없었지만 너무 아팠다. 양악수술 후 누워서 자면 숨쉬기가 힘들어 한달 간 앉아서 잤고, 나중에는 엉덩이에 마비가 왔다. 그래서 빠른 회복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물을 하루에 2리터씩 마셨고 심한 운동은 하지 못하는 대신 걷기 등 가벼운 운동을 꾸준히 했다. 물론 수술 및 회복과정에 허씨가 들인 비용은 없다. 일각에선 렛미인 출연진이 1, 2년 뒤에는 얼굴이 다시 일그러진다거나 수술 후유증에 시달린다는 말도 나오지만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한다. 허씨는 수술한 지 2년이 넘었지만 후유증도 없고 다른 이들도 비슷한 상황이라고 한다. 두달 여의 회복기를 거쳐 다시 방송국으로 갔다. 수술 후 얼굴이 방송에 공개될 때가지 변화된 자신의 모습은 전혀 보지 못했다. 그런데 스탭분들이 너무 예쁘다고 해 내심 기대는 걸었다. 턱이 유난히 튀어나와 큰 콤플렉스 였는데 눈을 아래로 내려보면 턱이 완전히 들어가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것만 확인해도 너무 좋았다. 전에는 가만히 있어도 혓바닥이 나올 정도로 심각한 상태였다. 음식물을 잘 씹지 못해 소화가 잘 안돼 소화제를 항상 복용했고 가스도 많이 차서 양호실에 많이 다닐 정도였다.

지난 2012년 '렛미인 시즌2'에 출연해 바비인형급 변신으로 주목을 받았던 허예은씨를 강남 압구정동에 위치한 아이디병원에서 만났다. 사진=이동헌기자

수술 직후 변화된 모습으로

렛미인 프로그램에 나와서 사회자들의 지시에 따라 변화된 모습을 대형 화면으로 처음 접했다. 허씨는 순간적으로 자신이 아닌 줄 알았다. 수술 후 거울을 전혀 못봤기에 달라져도 이렇게 달라질 것이라곤 상상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방송 당일 가족들도 제대로 알아보지 못했다. 너무 놀라서 말도 잇지 못했다. 시력을 잃은 동생은 목소리나 냄새 등으로 사람을 구분한다. 그런데 허씨가 턱 교정후 발음도 정확해지고 목소리도 바뀌다보니 동생도 처음엔 허씨를 인식하지 못했다. 친구들도 마찬가지였다. 친구 생일날 케이크를 사고 약속장소에 갔다. 미리 “내가 지나갈테니 맞춰봐”란 말을 해놓고 현장에 도착했다. 친구들 자리를 5번이나 오갔고 눈도 마주쳤는데 못알아봤다. 할 수없이 자리에 앉아 자신을 밝히고 난 뒤에야 친구들은 충격의 괴성을 질러댔다. 학교갔더니 여기저기서 수근대기 시작했다. 금세 소문이 났고 학교에서 가장 유명한 학생 중 한명이 됐다. 한번은 시험시간에 감독을 들어온 교수가 학생증을 보고도 “누구냐”고 몇차례 물어봤다. 친구들이 성형 수술을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해도 믿지 않았다. 나중에 인터넷으로 렛미인을 검색해본 뒤 알아봤다고 한다. 성형 전에 만났던 남자친구를 우연히 봤는데 그도 역시 허씨를 못알아봤다. 그 친구를 불러 다시 설명을 하자 그제서야 알아보고 놀라워 했다. 재미있는 것은 전에는 허씨한테 함부로 하던 사람이었는데 바뀐 외모 탓인지 매우 조심스럽게 예의를 갖추더란 것이다. 현재 허씨는 주민등록증 사진은 바꿨지만 운전면허증 사진은 안바꿨다. 성형전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지만 그 모습도 내 삶의 일부분 이기 때문에 소중히 간직하고 싶은 생각에서란다.

허예은씨가 온라인 쇼핑몰 '캣츠비'에 올릴 사진을 어떻게 찍는지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동헌기자
'제2의 허예은'으로 삶 시작

수술 전에는 매사 자신감이 없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웠다. 기형적으로 큰 주걱턱 때문에 강한 인상(사실은 어둡고 좋지 않은 인상이었지만...)으로 그냥 쳐다만 봐도 불만이 있는 듯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다. 남자친구도 생겼다가 지금은 헤어진 상태다. 아직도 모르는 이들이 연락처를 물어오는 경우가 많다. 길거리에서 직접적으로 물어보기도 하고, 내 사진을 접한 뒤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서 물어보기도 한다. 때문에 남자친구가 지금은 없지만 있는 것처럼 거짓말을 한 적도 있다. 또 워낙 유명세를 탔기 때문에 방송된 지 2년 반이나 지났는데도 렛미인 주인공으로 알아보는 이들도 상당수다. 물론 주위에서 수군거리며 ‘뒷담화’에 열중하는 이들도 있고, 지나가는 이들이 ‘성형괴물’이라고 비아냥대는 사람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젠 모두가 그런 것을 시기와 질투라고 생각하니까 그다지 마음을 쓰지 않는다. 수술 후 남자를 소개시켜주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한번은 친구 소개로 어떤 분을 만났는데 얼굴과 몸매만 보는 것 같아서 그리 유쾌하진 않았다. 허씨는 이와 관련 <데일리한국> 기자에게 “남자가 여자의 성격을 보고 얼굴은 안본다는 말을 자주 하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다. 기자가 머뭇거리자 허씨는 “내가 두 얼굴로 살아봐서 아는데 그런 거짓말이 어디 있겠느냐. 나는 어떤 느낌인 줄 누구보다도 잘 안다”고 말하며 웃었다.

어엿한 쇼핑몰 CEO로 또 변신

지난 2012년 '렛미인 시즌2'에 출연해 바비인형급 변신으로 주목을 받았던 허예은씨를 강남 압구정동에 위치한 아이디병원에서 만났다. 사진=이동헌기자

학교를 다니면서 꿈에 그리던 피팅모델이 됐다. 어떻게 집안 이불 속에서만 상상하던 일이 현실로 벌어질 수 있는가 하는 생각에 전혀 믿기지가 않았다. 학교와 모델 생활을 병행하던 허씨는 졸업 후인 올 2월에는 아예 의류 쇼핑몰을 차렸다. 21세에 벌써 CEO가 된 것이다. 물론 이제 막 시작한 것이라 생각보다 수입이 썩 좋지는 않다고 한다. 하지만 21세에 제2의 삶을 시작한 허씨에겐 불가능이란 있을 수 없다. 또다른 꿈을 위해 도전해가고 있다. 허씨는 다른 출연진들과도 연락하고 지낸다. 최초 트랜스젠더 출연자인 시즌2 3회(딸이되고싶은 아들) 정영광(24)씨는 여성으로서의 완벽한 삶에 만족하며 행복해 한다고 한다. 시즌2 10회 '돼지껍데기 뱃살녀' 하지영씨(26)는 지금 병원에서 열심히 자신의 일에 충실하고 있고, 시즌2 9회 '가슴 없는 엄마' 박화성씨는 주부모델을 하면서 즐거운 삶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과 함께 허씨도 성형 수술 예찬론자가 됐다. 다만 정상적인 외모의 소유자가 더 예뻐지기 위한 수술이 아니라, 자신의 아픔을 치유할 수 있는 성형 수술에 대해서만 찬성하는 것이다. 그는 “성형 수술은 얼굴이 예뻐지게 하는 게 아니라 인생의 가장 큰 고통을 없애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이전에 겪었던 고통과 비슷한 아픔을 가진 이들에게는 “항상 노력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자세를 갖고 산다면 언제고 인생이 달라질 수 있는 변화의 계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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